문화계간 주간 맡은 소설가 김탁환美잡지 '뉴요커' 롤모델… 잡지와 모임 연계로 창조 작업의 장 열것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분리할 수 없듯이 통합은 이제 삶의 조건이 돼버렸습니다. 우리에게도 통합의 방법으로 창작을 펼칠 장이 꼭 필요하지 않겠어요."

과학자 정재승과 공동 작업했던 소설가 김탁환(41)이 이번에는 창작을 위한 통합의 장을 매체공간에 벌였다. 7일 창간한 문화계간 <1/n>의 그것.

김 씨는 자신과 함께 연작소설 <99>를 펴냈던 사진가 강영호의 전위적 파인아트를 잡지에소개했다. 편집장 김한민이 만든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그림으로 쓰는 소설)을 도입한 독특한 구성의 책이다.

'창조(Creativity)'를 주제로 '말하기(Talk)' '파기(dig)' '놀이(play)'의 순서대로 내용을 정리했다. 창조를 할 때 거치는 과정을 편집에 그대로 도입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7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신문로2가 한국디자인문화재단에서 있었던 창간 기념 언컨퍼런스(Unconference•특별한 형식과 절차 없이 즉각적인 발표와 토론, 시연 등으로 진행되는 모임) 직전에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내용은 창의적인데 정보화되는 과정은 비창의적인 매체 현실을 벗어난 것"이라며 "창의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통섭과 융합, 크로스 오버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요약했다.

"창조적 사회와 그 적들"

창작을 위한 통합의 장이라는 잡지의 취지와 <1/n>이라는 제호에 걸맞다.

잡지 제작에는 각 창작 분야의 인사가 힘을 보탠다. 한혜원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이원태 엑스스타 영화사업본부장, 정지용 상명대 불어불문과 교수, 여운승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혼자 창작 하는 사람도 있겠죠. 저 역시 70%의 시간은 혼자 골방에서 소설을 씁니다. 하지만 나머지 30%를 창의를 위한 소통에 열어둬서 얻는 것도 많아요."

'창조적 사회와 그 적들'. 7일 디자인문화재단에서 열린 창간기념 언커퍼런스의 제목이다. 이날 행사에는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권일 사회평론가, 이택광 문화평론가를 비롯한 각계의 창작자와 이론가가 모여 창조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누구나 창의성을 중요하다고 하지만 누가 창의적인 사람이고 어떤 것이 창의적인 거라고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죠. 스티브 잡스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과연 누구인가 논의하고, 각자가 펼치는 창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통합이 없었으면 거북선도 없었다"

"이순신도 휘하 장수가 다 전문분야의 잡인들이었잖아요. 박지원, 박제가도 마찬가지죠. 고고하고 순결하게 사는 것보다 이런 섞임에서 뭔가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좋은 창작에 통합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 꼭 지금만의 일은 아니라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드라마로 더 유명해진 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쓴 김씨는 거북선을 만들고 창의적 리더십을 발휘한 이순신도 통합에서 창의를 끌어냈다고 주장한다.

소설가인 김씨가 과학자, 사진가와 공동작업 한 것, 문화인들을 위한 통합의 창작공간을 매체로 구현하려는 시도를 하는 이유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역사소설에서부터 신화, SF소설까지 쓸 수 있는 창조의 영감을 얻었다. 크로스오버 잡지를 통해 창작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통합과 융합, 크로스 오버는 이제 조건이 아닌 필수입니다. 텍스트가 중심이지만 디자인과 외적인 것들도 집어넣어 창의계급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잡지가 됐으면 좋겠어요."

"만족할만한 통합의 성과물 내야"

"인문학이 중심이든 과학기술이 중심이든 만족할만한 통합의 성과물을 낸 적이 없어요. 이제 해야 하고 지금부터 우리가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통합을 통한 창의를 목적으로 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과학기술 중심의 통섭이 빚는 환원주의의 문제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도토리 키재기"를 하며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성과를 내려는 노력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모이고, 대화하고, 우정을 나누고. 그런 장이 필요한데 학교로는 부족합니다. 잡지와 모임의 연계로 융합적인 창조작업의 장을 열어놓겠습니다."

<1/n>은 2~3년이 지났더라도 융합을 토대로 만들어진 질 높은 작품에 주목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내용과 만드는 방법 모두가 창의적이면서 휴머니즘을 담고 있는 잡지를 추구한다. 미국 잡지 <뉴요커>를 롤 모델로 꼽는다.

좋은 생각이다. 훌륭한 시도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게는 너무 어렵다. 창조계급에게는 이미 많이 보아온 단발성 기획의 재탕일 수 있다.

"누군가와 만나고, 인터뷰하고, 연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는 겁니다. 창작의 과정이 잡지의 내용, 구조와 일치하는 거죠. 잡지 냈다고 모여서 술 먹지 말자는 게 기조에요.(웃음)"

김탁환 주간은...
소설가. 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전 한남대 문예창작과 교수.

1994년 <상상> 여름호에 평론 <동아시아 소설의 힘> 발표. 1996년 소설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 발표.

<노서아 가비> <혜초> <리심> <방각본 살인사건>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불멸의 이순신> <99> <눈먼 시계공> 등 창작.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