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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젊은 독자와 소통하고파"

신간 <4월의 물고기> 권지예 소설가
로맨스와 미스터리 기법 차용 운명적 사랑 그려
'뱀장어 스튜', '꽃게 무덤'. 두 작품은 작가 권지예를 관통하는 수식어였다.

뛰어난 관찰에서 시작된 감각적인 묘사는 삶을 꿰뚫는 통찰로 이어진다. 이 작가의 관찰 렌즈는 블루 빛 코팅막이 덮인 것과 같다.

그러니까, 그가 그려낸 삶이란 사랑과 세계에 '쿨'한척하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불편함이 현실적인 동시에 매혹적이다. 주지하다시피 작가는 이 두 작품으로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그녀의 욕망

"30대에는 힘들었어요. 남의 나라에서 공부하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복지부동해야하는 시기."

사실 작품집 앞, 작가의 이력을 펼치지 않으면 이 작가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다. 모던하고 감각적인 이야기가 전통소설의 틀 안에 맞춤하게 놓여진다.

등단 이후 줄곧 그의 작품은 '완성도 높은 작품'이란 호평을 받았지만, 30대 후반 늦깎이 데뷔였다. 프랑스에서 귀국 후 잠깐 지방대학 교수를 거쳐 40대를 온전히 작가로 지내며, 그의 이름 석 자를 문학계에 알렸다. 2002년 첫 소설집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1권의 책을 냈으니 1년 평균 1권 이상을 써온 셈이다.

이런 경험은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첫 소설집은 프랑스에 체류하는 30대 이방인 여성의 정체성에 주력했고, 두 번째 소설집 <폭소>에서는 인간과 세계의 근원적인 갈등을 다뤘다. <꽃게무덤>과 <퍼즐>에서는 아줌마의 삶, 음식의 상징, 죽음에 대한 응시 등 다양한 변주가 엮여 있다.

어느 독자와의 대화 자리에서 그녀는 "소설을 쓸 때 내가 아닌 한 여자를 생각하며 쓴다"고 말한 적 있는데, 기실 그의 작품에는 항상 여성 화자가 전면에 등장한다.

작품 속 여성들은 방황하고 일탈하고, 욕망한다. 평론가 강유정의 말처럼 "하나같이 지독한" 작품 성 여성들은 욕망의 코드로 역동하고, 포효한다. 이를테면 집 안이 아닌 집 밖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물론 '지독한 작가'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호기심 많고 싫증을 잘 느낀다"는 작가는 "끝까지 한 세계를 견지하기보다 젊을 때 다양한 작품을 써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작가의 소설은 2000년대 '직업 작가'를 거치며 변모했고, 2006년을 기점으로 내리 3편의 장편을 발표하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첫 장편 <아름다운 지옥>에서 신사임당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붉은 비단보>에 이어 신작에서는 로맨스와 미스터리 요소를 섞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예전에는 인간적인 면, 그러니까 주변 이야기나 제 삶이 (작품의) 모티프가 됐는데 장편을 쓰다 보니 어떤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붉은 비단보>를 쓸 때부터. 장편을 쓸 때 서사와 감동, 두 가지를 생각하는데 서사의 힘을 위해서라도 공부가 필요하죠."

4월의 물고기

신간 <4월의 물고기>는 이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20~30대 젊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었다"는 작가는 그 도구로 로맨스와 미스터리 기법을 가져왔다. 그의 이야기는 작품 후반 '작가의 말'이 관통하고 있다.

'이 소설은 운명의 덫에 걸린 두 연인의 애절하고 처절한 사랑이야기다.(…)만날 사람은 만나고야 말고, 사랑할 사람은 사랑하고야 만다는, 사랑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지고지순한 명제를 사랑을 믿지 못하는 젊은 연인들에게 나는 말하고 싶었던가.' (358페이지,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가이자 요가 강사인 서인과 프리랜스 사진기자 겸 대학 강사인 선우는 잡지 인터뷰를 계기로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소설의 전반부는 이들의 만남과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 그러나 추천사를 쓴 하성란 작가의 말처럼 '중반부에 도달하기까지 그 어떤 섣부른 예측도 하지 말기 바란다.'

중반을 지나면서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되면서 반전을 이루니까. 서인의 핸드폰에 날아든 익명의 협박, 선우를 짝사랑하던 여대생의 실종, 선우의 과거를 안개처럼 감싸고 있는 비밀과 의혹이 서인의 불안과 의심을 키우고, 두 사람을 지옥으로 이끈다. 작가는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루려 하다 보니 추리적 기법을 차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은 중반부로 가면서 여러 궁금증을 던져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소설이 궁극적으로 묻는 질문은 '범인은 누구일까?', '선우의 정체는 무엇일까?'가 아니라 '과연 이 남자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을까?'이다.

전반부 두 사람의 연애는 후반부 작가가 그려내는 다양한 기법과 서사의 변주와 대조를 이루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자칫 통속소설로 읽힐 수 있는 전반부에 대해 작가는 "뒷부분 강렬한 색감을 위해서 전반부는 순백에 가까운 로맨스 소설 같은 요소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연애, 추리, 심리적 성격을 다채롭게 발산하고 있는데, 주인공 선우가 겪는 해리성 정체장애(한 사람에 안에 여러 인격이 들어 있는 것)는 이 다채로운 기법을 잇는 요소다. 작가는 "의심하고 확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사랑의 양면적인 속성과 묘하게 맞아떨어져 매력적인 캐릭터가 됐다"고 말했다.

로맨스로 시작해 미스터리, 스릴러로 나가는 이야기의 끝에 '인간'이 서있다. 작가의 말에 그는 '결국 인간은 선인이든 악인이든, 천사든 악마든, 어느 누구도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 살고 있는 운명적 존재일 뿐이다'라고 썼다.

"이런 사랑이 가능한가 아닌가 말하기보다는 이 두 사람이 얼마나 운명적으로 사랑을 느끼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시대에 순정한 사랑이 사라졌다고 해도 사람들은 누구나 외롭고, 힘들고, 그래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욕망하잖아요. 전 그런 애틋함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이해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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