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솅크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 식음료 이사아리랑TV 출연 등 다양한 한식세계화 프로젝트 참여

한식세계화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한식 고유의 전통성을 유지해야 할까,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해야 할까? 프랑스식 정찬처럼 고급화를 해야 할까, 피자나 햄버거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를 하는 게 답일까? 한식도 프랑스나 일본, 이탈리아 음식처럼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이 될 수 있을까, 없을까?

이러한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한식세계화의 대상인 외국인의 생각이다.

그 중에서도 한식에 대한 지식과 애정을 가진 외국인의 말이라면 더욱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한식의 매력에 흠뻑 빠진 벽안의 셰프로부터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과 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한국음식 요리하는 호주 출신 셰프

얼마 전부터 아리랑TV는 외국인 셰프가 한국음식을 요리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폴 솅크와 함께 하는 한국의 비밀(Korea Confidential with Paul Schenk)'은 1월8일 첫 회분에서 돼지고기를 가지고 수육과 제육볶음을 만들어 보는 이들을 군침 돌게 했다.

요리쇼의 주인공인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 폴 솅크 식음료 이사는 5년 째 한국에 살면서 한식의 매력에 심취해 있다.

"겨울에 먹는 과메기 맛, 감칠맛 나죠. 속초의 오징어 순대, 포항의 물회도 너무 좋아해요. 여름에'이열치열'하며 먹는 추어탕과 닭도리탕도 얼마나 맛있는지…."

한국음식 중 어떤 음식이 특히 맛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많아 몇 가지로 콕 집어 말할 수 없다"며 좋아하는 한식 메뉴를 줄줄이 읊어댔다.

그의 사무실 벽면에는 전국 지도가 걸려있고, 가본 곳과 그곳에서 먹어본 음식, 맛있는 레스토랑, 지역 특산물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한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 안 다녀본 곳이 없고, 안 먹어본 음식이 없을 정도다.

2009년 3월, 식음료 이사로 발령 나기 전까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에서 총주방장과 인터컨티넨탈 주방이사로 일했던 그는 한국인 셰프들과 함께 다양한 한국요리를 만들어 손님들의 입을 행복하게 해줬다.

안 먹어본 한국음식이 없듯이, 만들어 보지 않았거나 만들지 못하는 한국요리는 없는 것 같다고 한다. 솅크 이사가 만들 수 있는 김치의 종류는 약 20가지. 지금까지 만들어 본 한식 중에 가장 어려우면서도 성취감이 컸던 요리는 신선로라 했다.

그는 한식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비범한 지식을 높이 인정 받아 아리랑TV 출연을 포함해 다양한 한식세계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식의 잠재력 무궁무진… 한식세계화 성공하려면

"한식은 너무나 훌륭한 음식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 중 하나죠. 그래서 저는 한식을 '비밀'이라 부릅니다. 확신컨대,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그는 한식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누구보다 굳게 믿고 있다. 한식의 어떤 점이 베테랑 셰프인 그를 사로잡았을까?

그것은 독특함이다. 세상의 국수라고 생긴 음식은 거의 다 먹어봤지만 냉면 같은 국수는 처음이란다. 그리고 한식을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 음식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는 냉면뿐이 아니라 무수히 많다.

하지만 독특함이 오히려 세계화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단언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한국에 얼마 이상 거주한 외국인들은 하나도 빠짐 없이 한식을 좋아합니다. 독특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봐요.

특히나 2010년의 세계 주요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것의 추구가 될 거예요. 차별화고, 엣지(edge) 있는 음식이 각광받을 겁니다. 그래서 한식에 대한 반응도 굉장히 좋을 거라고 점치고 있어요."

이런 맥락에서 그는 고유성을 살려 가장 한국적인 요리를 세계화하자는 주장이다. 아리랑TV에서도 그는 전통 한식 레시피를 그대로 선보인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롤'이 없었다면, 일본의 스시가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었을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요리에 불변의 법칙이 있는 건 아니니까. 떡볶이에 베이컨을 넣거나 레드 와인을 넣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제 방식은 아닙니다.

스시가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롤로 변형되면서 스시 고유의 맛과 이미지가 훼손되었다는 일본 내부의 비판도 있습니다. 또, 캘리포니아롤을 스시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에는 3가지 종류의 피자밖에 없지만 미국에는 수만 가지 종류의 피자가 있지요. 그걸 과연 이탈리아 피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식으로 자국의 음식문화를 세계화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겠지요."

그는 또, 한식의 대중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닭갈비나 김치찌개, 잡채, 파전, 김밥, 불고기 같은 대중음식은 뉴욕이나 도쿄, 시드니 등 세계 어느 도시에 가도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민음식을 세계 시장에 내놓으면 한국문화의 이미지가 떨어진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 "왁자지껄하고 가족적이며, 편안한 분위기가 왜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킨다고만 보느냐?"고 반격한다.

마케팅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음식을 홍보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타 셰프를 통해 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지의 영향력 있는 매체를 고르세요. 그런 다음 매체에 스타 셰프를 선정해 한식을 요리하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오늘날 셰프는 수퍼스타입니다. 그들이 한식을 요리하는 것이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 그 나라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폴 솅크는

1973년 호주 태생으로 만16세 때부터 호주의 레스토랑에서 풀타임 요리사로 일했다.

호주 하얏트 레전시 프랑스식당 주방장, 두바이 쥬메이라 비치 호텔 부주방장,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총주방장과 그랜드·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주방이사를 거쳐 현재 동 호텔 식음료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