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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쟁 상대는 나 자신뿐"

[문화계 앙팡테리블] (50) 발레리노 정영재
남성적 매력 높은 점프 특기 국립발레단 특채 입단 기대주
해마다 국제콩쿠르를 휩쓸고 있는 발레에서 이름을 알리기란 이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어린 무용수들은 그 나이대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그 기량을 당당히 인정받는다.

그런 영재들이 많아질수록 발레계에서 자리매김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그런 유망주들의 집합소인 국립발레단라면 특히 더 그렇다.

지난해 뛰어난 실력을 밑바탕삼아 7월에 국립발레단에 특채로 입단한 정영재는 선배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얻은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며 단숨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13일 국립발레단 신년 기자간담회를 가진 최태지 예술감독은 장운규, 김현웅, 이영철 등 주역 무용수들과 함께 신예 정영재와 이동훈을 데리고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올해를 발레단 도약의 해로 선언한 최태지 예술감독의 자신감에는 선배 무용수 못지 않銀 신예들에 대한 기대가 전제돼 있다. 특히 남성다운 표현력과 높은 점프가 특기인 정영재의 매력은 '남자발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스스로도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을 두려움이 없는, 대담한 성격이라는 그는 자신 있는 역할도 <차이콥스키>의 조커 역, 하고 싶은 작품도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스파르타쿠스>다.

지난해 초연한 <왕자 호동>에서 비조와 호위무사 역을 특유의 남성적 매력으로 매끄럽게 소화하며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해는 팬클럽을 몰고 다니는 김현웅과 신예 이동훈, 박귀섭 등과 함께 '발레계의 F4'라는 독특한 주목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꽃'보다는 오히려 야성의 잡초가 어울린다.

지난 2007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정영재는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웨인 이글링과의 인연으로 영국국립발레단에서 단숨에 솔리스트로 입단해 활동했지만, 그런 과거는 모두 잊었다.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그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단순하고 우직한 신인의 자세뿐이다.

"제가 올해 만 26세인데, 욕심과 열정이 넘치는 때인 것 같아요. '기회는 항상 오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발레단에서 자리매김하는 데 매진할 계획입니다."

지금의 그에게 관심 있는 것은 존경하는 선배나 미래의 어떤 모습이 아니다. 귀감이 되는 무용수도 "아직 없다"고 가볍게 단언하는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기 자신, 자기 내면이다. 올해 맡은 <신데렐라> 왕자 역과 <차이콥스키> 내면 역에 대한 해석도 역시 거절한다.

"제가 생각하는 왕자는 누구인가, 제가 생각하는 차이콥스키의 내면은 어떤 면을 가지고 있을까... 보러오신 관객은 보일 겁니다. 제가 어떻게 그 인물들을 풀어나가는지."

언뜻 당돌해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자신만만한 자세는, 그러나 노련한 화술로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는 기성의 때가 묻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무조건 '와서 보면 알 것이다'라고 우기는 듯한 자신감은 왕자의 오만함과 관객을 극장으로 유혹하는 영리함과 살짝 닮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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