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중만2009 '마크 오브 리스펙트' 수상 상금 전약 국제 아동 후원단체 기부

고급 위스키 브랜드인 로얄 살루트가 가장 존경받는 문화예술인에게 수여하는 상인'마크 오브 리스펙트 (Mark of Respect)' 수상자에 김중만 사진작가가 선정됐다.

로얄 살루트는 2005년부터 매년 문화예술 분야 관계자와 언론인, 오피니언 리더 등 50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문화예술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기고 훌륭한 인품과 열정, 리더십을 보유한 인사에게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앞서 마크 오브 리스펙트 상을 받았던 인물은 영화감독 박찬욱, 문화평론가 이어령, 소설가 황석영, 지휘자 정명훈 씨 등이다.

가장 존경받는 문화예술인의 조건은 무엇일까? 2009년 마크 오브 리스펙트를 수상한 김중만 작가를 만났다.

아프리카의 자연·가난에 대한 인간적 시선

제5회 로얄 살루트 마크 오브 리스펙트 수상자 김중만 사진작가
사진작가 김중만. 그의 사진은 어떤 가치를 가질까?

사실 그는 오랫동안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사진을 찍었다. 패션잡지 '엘르', '보그' 등과 일하며 패션사진과 수많은 연예인들의 사진을 찍었고, 광고와 영화 포스터 작업을 하며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당대 최고의 상업 사진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던 그는 2006년 11월 돌연 '작가주의'를 선언하며, 아프리카와 히말라야의 풍경을 담아냈다. 이후 줄곧 순수예술을 고집한 그는 2007년 뉴욕에서 열린 '아시안 컨템퍼러리 아트 페어'에 출품하며 다시 한번 명성을 얻게 된다.

작가주의 선언 이후 그의 작품에선 무엇보다 아프리카에 대한 사랑과 인간적인 시선이 묻어 나온다. 또 가난한 풍경 속에서 소박함과 자유라는 삶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졸업 후 정부 파견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로 건너갔다. 이후 혼자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사진예술에 입문했지만 그에게 아프리카는 마음 속 고향으로 남아있었다.

몇 번이나 국외 추방을 당하는 등 숱한 인생의 역경을 겪는 동안 그는 마음의 고향 아프리

카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수상식에서 수상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두세 번 큰 고비를 맞습니다. 저는 한 열 번쯤 되는 것 같습니다. 굴곡 많은 삶을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외로움과 기다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사진을 놓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통해 치유받고, 나를 찾고, 그러면서 세상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외롭고 치열하고, 기다려야 하는 건가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진짜를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예술인

그가 가장 존경받는 문화예술인으로 뽑힐 수 있었던 데는 뛰어난 예술성과 더불어 나눔을 실천하는 예술인이기 때문이다.

김중만 작가는 이번 마크 오브 리스펙트 상금으로 받은 5000만원을 전액 국제 아동 후원 단체인 '플랜 코리아'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상금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축구 골대를 짓는 사업에 보태겠다"며 "축구 골대는 단순히 축구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절망 속에 갇힌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미래를 향한 열정과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기에 가슴이 설렌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5년부터 플랜코리아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는 데 앞장서왔다. '희망의 골대 짓기 사업'은 2007년부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 전까지 아프리카 전역에 축구 골대를 지어주는 프로젝트로, 김중만 작가가 아이디어를 낸 후 아디다스 코리아의 지원으로 플랜코리아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김 작가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희망의 골대 짓기 행사 일환으로 '리브 아프리카(Live Africa)'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순수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케냐 어린이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해 네티즌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후원하는 행사였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앙코르와트 사진전'을 개최해 수익금 전액을 캄보디아 씨엠립 지역 미술학교 건립에 사용토록 했다.

김중만 작가는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로 갔다가 프랑스 유학을 떠나 니스 국립 응용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사진이 주는 속도감에 매료돼 사진예술에 입문했다. 사진을 배운 지 2년 만인 1977년 프랑스 아를(Arles) 국제사진 페스티벌에서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같은 해 프랑스 '오늘의 사진'에 선정됐는데, 카메라 발명 이후 프랑스에서 선정된 80인의 사진가 중 최연소였다.

이후 '엘르', '보그' 등과 일했으며, 귀국 후에는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에서 사진학을 강의했다. NEO LOOK 편집인으로 일했으며, 2000년 Korea.com 33인의 문화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패션과 광고 등 상업 사진가로 명성을 떨쳤던 그는 '작가주의' 선언 이후 젊은 시절의 방랑을 고스란히 반영한 미발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 'Amazing Solitude' 개인전을 비롯해 '슬픈 눈 맑은 영혼, 내일을 열다' 등 다양한 전시회를 가졌다. 화가 고(故) 김점선씨와의 협업 전시회인 '김점선+김중만' 전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사진집으로 '불새', '넋두리 김현식', '인스턴트 커피', '오키드',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 여정' 등을 출간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