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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넘어 복합문화 공간 목표"

이상용 아산M 단성사 회장
부도난 단성사 인수 5개월 만에 정상화시켜 '자랑스런 한국인대상' 수상
지난해 말 제9회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시상식에는 연기자 이병헌을 비롯한 각계의 인사들이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문예진흥 부문을 수상한 이상용 아산M 단성사 회장도 이중 한 사람이었다.

지난 2008년 부도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단성사를 인수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데 대한 평가의 결과였다.

'아산M'이라는 이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계보다는 일반 기업에서 익숙한 이름이었다. 아산M 그룹은 1984년 설립 후 20여 년간 주요 공공기관에 디지털인쇄기나 프린터 등을 납품해 온 대표적인 사무기기 생산업체였다.

하지만 2004년 5월 명보극장 광장의 대종상 조형물 후원을 계기로 영화계와 꾸준히 인연을 맺어 단성사 인수와 운영을 통해 문예진흥 부문 수상에 이르게 된 것이다.

2년 전 아산M 그룹의 단성사 인수는 영화계를 포함해 문화계의 큰 화제였다. 1907년에 설립된 단성사는 한국에서 제작된 첫 영화 <의리적 구토(義理的 仇討)>(1919)를 비롯해 <역도산>(1965), <겨울여자>(1977), <장군의 아들>(1990), <서편제>(1993년) 등 당대에 한 획을 긋는 작품들을 개봉해온 한국영화의 요람이었기 때문.

1990년대 중후반의 멀티플렉스 붐에 따라 변화를 요구받은 단성사는 이런 흐름에 발맞추고자 재건축을 거쳐 2005년 총 10개관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재개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성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2008년 9월 부도처리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기업에 인수될 위기에 처했을 때쯤, 이에 관심을 보인 이가 이상용 아산M 그룹 회장이었다. 2004년 이후 영화계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충무로 영화 테마파크'의 조성사업을 주관하게 된 그에게 영화인들이 단성사 인수를 권유한 것.

"2~3일 내로 인수를 안 하면 일본기업으로 넘어갈 판이었거든요. 단성사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에 한 번 팔린 기록이 있는데, 그땐 시대가 그랬다고 쳐도 지금 또 국보급 문화재를 일본에 넘기는 건 어쩐지 문화매국노 같은 현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단성사에 대한 애정으로 기꺼이 인수에 나섰지만 갑자기 인수하다 보니 자금이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 특히 2008년 당시는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라더스의 부도로 세계적인 경제공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갑작스럽게 인수를 한다는 것은 자금난이 뻔히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사는 집을 저당잡히는 건 물론이고, 부모님이 물려준 재산까지 담보로 잡히면서 인수를 해야 했습니다."

인수 후 이 회장은 단성사의 명예회복을 위해 제일 먼저 영화관 운영을 직영체제로 전환했다. 그 결과 새롭게 출발한 '아산M 단성사'는 종로 인근 영화거리에서 1위 자리를 회복하게 됐다. 또한 은행관리를 받던 신용불량 기업을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려 5개월 만에 정상화시켰다.

이 같은 빠른 회복세와 정상화에는 단성사의 역사적, 지리적 특성을 잘 공략한 이 회장의 특화된 전략이 있었다. "단성사를 인수한 후에 가장 큰 고민이 영화관 사업만으로 운영이 잘 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향후 단성사의 사업 방향을 쥬얼리 사업과 영화, 비보이 공연 사업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문화사업 쪽으로 정했습니다."

아산M 단성사에 들어서면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쥬얼리 매장들이다. 이는 패스트 푸드나 드레스 패션 부분이 강화된 기존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과는 다른 운영방식이다. "지난해에도 영화관 경매만 18건이나 나올 정도로 영화관 사업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수익성을 찾아야 했는데, 40년 전부터 귀금속 상가로 유명한 종로3가의 특징을 활용하기로 한 거죠."

그의 말대로 종로3가는 국내 쥬얼리 시장의 연간 70%를 소화할 정도로 귀금속의 거리이기도 하다. 예전에 귀금속은 부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패션의 일부가 됐다. 이 회장은 이런 점에 착안해 젊은이 문화와 지역적 특성을 연관지어 단성사 운영의 한 축으로 만들었다. 역사적 가치와 이 같은 문화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하게 된 아산M 단성사는 이후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정책연구원의 브랜드 가치 평가 결과 906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이상용 회장은 또 단성사의 한국 최초의 영화관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사회 환원 활동에도 적극 동참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것은 의미 있는 한국영화 작품을 무료로 상설 상영하는 계획. 대한적십자사와 협약을 맺어 헌혈한 시민에게 무료 관람을 제공하는 계획은 시행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한 기업의 경영자의 입장을 벗어나면 그는 한 명의 영화 팬이 된다.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이 회장은 갑자기 말이 더 많아졌다. 학창 시절 가장 감명 깊게 본 <벤허>를 비롯해 미국의 서부영화 이야기를 꺼내며 이 회장은 영화 팬으로서의 열정을 보여줬다. 최근 <아바타>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이제는 3D를 넘어 4D, 5D의 시대"라며 단성사의 이후 상영 환경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그런데 그런 첨단 상영 시스템은 비용과 관객 매출의 효율성 측면에서 아직은 위험한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3D 영화가 다 히트를 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단성사는 그 역사적 의미에 맞게 흑백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등 2D에서 다른 길을 걷겠다는 것입니다."

비록 이름은 약간 변했지만 단성사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다른 극장들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첨단의 유혹을 따라갈 때, 단성사는 종로3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변신한 아산M 단성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이상용 회장은 영화관과 공연장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의 그림을 그 목표로 삼았다.

"단성사는 그 탄생이 영화관이 아니라 공연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문화예술의 발원지로서 단성사의 품위에 맞는, 많은 장르의 작품들을 보여드리는 것이 새로운 단성사의 임무이자 제 소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인형극까지 아산M 단성사가 광역화된 문화예술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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