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55) <마녀의 관> 박진성 감독'공포의 본질'에 대한 세 가지 답, 독특한 세트 구성과 스토리텔링으로 표현

"공포의 본질이 무엇인가요?"

영화제작사 직원이 묻자, 감독은 탁자 위로 올라가 반대쪽에 있는 그에게 천천히 기어간다. 끝까지 가더니 손을 번쩍, 들어 그의 눈에 볼펜을 겨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팽팽한 긴장. "제 생각엔, 이겁니다."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영화 <>은 이를테면 '공포의 본질'에 대한 세 가지 대답이다. 고골의 를 영화화하려는 영화감독의 이야기가 첫 번째 에피소드이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연극 무대에 올린 다.

죽은 옆에서 사흘 밤 동안 기도문을 외워야 하는 신학생의 이야기. 밤이 깊자 마녀의 시체가 일어나 그에게 다가온다. 신학생은 다급하게 기도문을 외고, 마녀는 차마 그를 건드리지는 못한 채 밤새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저 필사적인 외면.

세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맹인 음악가다. 밤마다 한 인형극단의 무대를 위해 피아노를 치는 그는,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행복하다. 하지만 귀가가 늦는 그를 염려한 친구가 몰래 엿본 인형극단의 리허설 장면은 맹인 음악가의 상상과 다르다. 폐허 속에서 귀신 들린 인형과 함께 있는 음악가와 마주친 친구의 몸이 얼어 붙는다. 진실을 직시한 경악.

마녀의 관
한국 영화에서 드문 독창적인 세트 구성과 스토리텔링 방식을 가진 영화 <>으로 데뷔한 박진성 감독은, 사실 공포영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7년 개봉한 <기담>의 원작자다.

<기담>과 <>에서 드러나듯이, 박진성 감독이 생각하는 공포는 충격 효과가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의 복잡하고,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의 움직임에서 기이하고 섬뜩한 공기를 끌어내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영화의 바탕에는 사람의 마음을 "정직하게", 세밀하게 그려내는 "좋은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수수께끼가 있다.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는데, 그때 '좋은 사진에는 수수께끼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명쾌한 사진이 5분, 10분 동안 들여다보게 하지는 못하니까요. 애매한 부분은 프레임 바깥을 상상하게 하고, 정지된 시간은 앞뒤 맥락을 상상하게 하죠. 그리고 설명하려 할수록 구차해져요."

마지막으로, 권선징악이 있다. 이는 박진성 감독이 무서운 민담이나 전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선인과 악인이 명확하게 구분하거나, 단편적으로 묘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우리 내부에 악한 부위가 있음을 지적해주고, 그 위험성에 대해 은근히 경고할 뿐.

"제가 만약 코미디 영화를 만든다면, 아담 샌들러가 나오는 영화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요. 억지로 웃기려 들지 않고 인물들도 어수룩하지만, 결국 선한 사람이 행복해지죠. 사람들이 내 인생의 영화로 꼽지는 않아도 '세상이 이렇게 불의로 가득 차 있다니!'라고 느껴지는 날이면 보고 싶어하는 그런 영화요."

어떤 장르든, 박진성 감독의 영화라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