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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본질에 가까운 작가

[문화계 앙팡테리블] (56) 소설가 안보윤
환상과 실제 오가는 소소한 이야기 2000년대식 상상력 펼쳐
2000년대 신세대 문학의 특징은, 특징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꼭 하나만 집어내어 보라면 거의 모든 평론가가 미시담론과 환상성을 말한다. 주변의 작은 이야기가 실제와 환상의 세계를 오가며 펼쳐진다.

물론 '소설은 허구'란 간명한 진리를 생각하면 이 환상이란 코드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무릇 소설이란 '작은 이야기(小說)'임을 돌이켜보면 미시담론 역시 너무나 당연한 듯 들린다.

하지만, 한국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왜 요즘 소설은 그리도 가볍냐'고 변명처럼 던지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젊은 작가들이 소소한 이야기, 기발한 상상력을 쏟아내는 것은 이들이 깊이 없는 사고와 일천한 경험을 가져서가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소설의 정의(허구로 빚어낸 작은 이야기)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2000년대 작가들은 오히려 그 소설의 본질에 가장 가까워지고 있는 세대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작가적 치열함'이란 시대와 세대마다 그 정의가 달라져야 마땅하다.

소설가 안보윤은 그 소설의 본질에 가까운 글을 쓰는 작가다. 그녀가 빚어낸 몇 편의 작품에는 '환상과 실제를 오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그녀는 명지대 사학과 시절 문예창작을 복수전공하며 첫 장편을 썼다. 그 작품이 2005년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인 장편 <악어떼가 나왔다>이다.
동대학 문예창작과 석사과정을 공부하며 다시 소설 읽기와 쓰기를 공부했다. 그리고 쓴 장편 <오즈의 닥터>로 지난 해 제 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 창작을 공부하고 차례로 공모전에 수상하며 등단한 결론만 본다면 '공부 잘하는 학생' 같은 느낌이지만, 이 문운(文運)을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학부 때 창작과 수업을 들을 때 '80년대 식 상상력', '올드한 구성'이란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합평 수업 끝나고 울기도 했고요. 기본기가 없어서 대학원 진학 할 때 '책을 좀 읽고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해서 1년 동안 책만 읽고 다시 대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

자, 이제 왜 그녀가 '소설 본질에 가까운 작가'인지 살펴보자.

지난 해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인 <오즈의 닥터>는 기실 환상과 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2000년대 식 상상력을 펼친다.

'환상과 실제, 허구와 진짜의 경계를 광인의 눈에서 바라본 수작.'

심사를 보았던 선배 소설가 박성원의 평이다. 문학평론가 손정수는 안보윤 작가의 작품이 이야기 구성의 솜씨가 현란하면서도 세련되었다고 평했다. 문학을 비롯한 예술의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을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방점이 찍는 것이라 한다면 그 기준에 충실한 작가인 셈이다. 이 작가는 '어떻게 말해야 하느냐'를 알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를 인상 깊게 봤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플롯이 굉장히 단순해요. 그 안에 메시지도 '말조심하자'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거죠. 그 단순한 메시지를 저렇게 감각적인 화면으로 구성할 수 있구나, 나도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장편소설 모티프를 설명하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올드보이>가 영화의 매체적 특성을 극대화시키는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고, 작가는 그 상상력을 자신의 장르인 문학, 즉 언어의 특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드러내고 싶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관통하는 단어 하나를 집어보란 질문에 작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대답했다.

"첫 장편 <악어떼가 나왔다>는 인간의 관계에 치중한 작품이고, <오즈의 닥터>는 인물을 부각시키고 싶은 욕심에 쓴 작품이에요. 언제나 의도만큼 써지는 건 아니지만, 제가 언제나 천착하는 건 인간, 인간의 이야기에요.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요컨대 그녀는 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그 특성을 살리는 자기만의 재능, 진정성을 두루 갖춘 작가다. 무릇 2000년대 주목받는 거의 모든 '젊은' 소설가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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