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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 얼굴 작품으로 한국 알린다"

황호섭 작가
G20 정상회의 예술과 접목 SOAF 특별전서 다양한 이미지 선보여
지난해 9월,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한국이 확정됐을 때 이를 주목한 예술인은 거의 없었다.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로 한국이 글로벌 중심 국가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새로운 외교적 기회를 확보할 수 있지만 ‘예술’과는 무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재불작가 황호섭은 달랐다. 그때 서울 종로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손의 힘 La force de la main>, 9월8일~9월30일)열고 있던 황 작가는 G20 정상회의 개최 소식을 듣고 바로 G20 참가국 정상들을 모티프로 한 작품 구상을 떠올렸다.

"G20 개최 소식을 듣고 우선 기뻤죠. 한국이 그런 국제적 회의를 개최한다는데 대해, 일종의 국가적 프라이드라고 할까요. G20 정상들을 작품에 담으면 재미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황 작가의 그러한 착상은 우발적일지 모르나 30여 년간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명사들과 교류한 경험과 한인 작가로서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지난한 고민을 극복해 온 두께 있는 인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가 작가로서 작업해 온 과정과 22일 시작하는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특별전(Seoul summit with G20)에 선보일 작품들은 황 작가가 G20 정상들을 작품화한 배경을 분명히 보여준다.

가까이는 지난해 성곡미술관 개인전과 SOAF 특별전의 연계성을 찾을 수 있다. 황 작가는 'La force de la main'전에서 동·서양을 통합하고 소우주를 창조해내는 회화 작업과 '얼굴' 연작을 선보였다. 특히 '얼굴' 연작은 부처 얼굴을 한 청동망의 공간에 유명 정치인, 영화배우, 대중스타, 관능적 여인들의 얼굴 표정이 중첩적 이미지로 나타나는데 SOAF 특별전에선 부처 얼굴의 청동망을 외피로 G20 정상들에 다양한 이미지를 입혔다.

여기에 유사함과 차이가 혼재한다. G20은 세계를 대표하는 국가들로 소우주로 해석될 수 있다. 부처 형상의 청동망 공간에 그려진 유명인의 이미지는 세속적 욕망, 현세적인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G20 국가들이 '국익'을 최우선하는 현재의 모습과 교차된다.

청동망 부처가 인간과 세상의 욕망, 차별을 순화하는 장치인 것처럼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이 그런 표상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작가는 바란다.

"부처라는 우주 안에는 모두가 '하나'입니다. 빈부 차별, 인종 구분이 없는 하나의 세계. 각기 다른 정상들의 이미지를 감싸고 있는 부처의 얼굴이 똑같은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그런 부처의 상징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G20 정상회의가 경제, 정치(외교)에 비중이 실리겠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신선한 전례를 남길 것을 제안한다. ‘문화 G20’으로 세계인의 관심사를 한단계 격상시키고 이를 통해 한국의 국격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번 SOAF 특별전은 그러한 차원에서 준비했고 G20 해당국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게 황 작가의 전망이다.

황 작가는 SOAF 특별전에 G20 정상들의 다양한 이미지를 담았다. 예컨대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에는 드라크르와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의 마리안을,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수상은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의 손 부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때의 선거 유세 장면을 크게 오버랩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을 제외한 G20 정상 19명의 이미지를 이 대통령 뒤에 배치시켜 주최국 정상임을 부각시켰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등 리더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미술을 통해 그들과 친해졌죠. 미술은 사람 사이를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에서 그들을 소재로 한 전시회가 열린다든가, 중국 바이어에게 한국 비즈니스맨이 후진타오 주석을 소재로 한 그림 선물을 준다고 한다면 상대방이 우호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게 황 작가의 설명이다.

실제 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들도 황 작가의 전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G20 정상들을 모티프로 한 예술은 참가국들에 긍정적인 인상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 작가가 G20 정상회의를 예술에 접목한 데는 주요 작품활동 무대가 문화 강국인 프랑스, 미국 등으로 문화의 힘을 잘 알고 있는데다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은 경력, 그리고 한국 국적을 고집해온 삶의 내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1984년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 졸업전에서 당시 유럽 최고 화상인 장프루니에 눈에 든 후 80~90년대 프랑스 최고 화랑인 장프루니에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했다. 최근까지 파리, 뉴욕, 도쿄, 서울 등 국내외 유수의 화랑에서 100회에 가까운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카르티에재단, 국립현대미술재단(이상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의 예술성을 눈여겨 본 김환기 화가의 부인 김향안 여사, 정기용 원화랑 대표, 박명자 현대갤러리 사장 등은 황 작가를 지원했고 백남준을 비롯한 당대 거장들을 프랑스에서 만났다. 1995년 미국 뉴욕 전시 때는 백남준이 휠체어를 타고 나와 그를 격려해주기도 했다.

그의 프랑스 전시는 현지 뿐만 아니라 국내 평론가와 작가들의 관심 대상이 되곤 했다. 컬렉터들도 그의 작품에 주목, 2004년 광주 비엔날레 출품작은 모두 팔렸고, 2008년 전 세계 미술인들의 축제인 '쾰른 아트페어 2008'에서는 작품 30점이 독일 컬렉터에게 팔렸다.

황 작가는 요즘 '환경'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우주'와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그의 작품 세계가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환경'이라는 화두와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SOAF 특별전에 크라운해태제과의 지원이 따른 데는 '미술'과 '환경'이라는 공통분모도적잖이 작용했다. 'SOAF 2010'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 회장은 젊은 조각가를 지원할 정도로 미술에 조예가 깊고 특히 환경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윤 회장은 경기도 양평 송추아트벨리에 작가들의 작업실과 전시공간을 마련했는가 하면 각종 미술행사를 지원하고, 시대의 화두인 환경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고 실천한다.

황 작가는 SOAF 특별전 이후 11월 G20 정상회의에 즈음해 새로운 이미지로 G20 정상들을 담아내거나 향후 환경을 모토로 한 작품을 구상한다는 입장이다. 그 때도 부처는 중요한 '매개'가 될 전망이다.

그는 청동망 부처에 대해 "불교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평화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미술은 미술에서 가장 예술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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