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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반성하는 이카루스의 꿈

[문화계 앙팡테리블] (60) 작가 리혁종
'마이너스 자본주의 SHOP' 통해 돈을 공공적 사업재료로 바꿔
'마이너스 자본주의 SHOP'.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브레인팩토리에 새 간판이 내걸렸다.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미술 전시장이 문을 닫고 상점이 들어선 것일까? 파는 물건이 심상치 않다.

팔당 태생의 파 화분, 천으로 만든 생리대, 페달을 밟으면 전기가 나오는 자전거 발전기, 버려진 나무를 깎아 만든 조각품 등등이 진열되어 있다.

상점 주인인 리혁종 작가가 물건을 소개해준다. "'팔당 파'는 팔당에서 왔습니다. 사연이 길지요. 1975년 팔당댐 건설로 팔당 지역이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기존 농법은 금지되었어요. 농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유기농법 뿐이었지요. 농민들의 노력으로 팔당은 유기 농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기에 이릅니다. 수도권 지역에 유통되는 유기농 채소의 80%이상이 팔당산이죠. 하지만 지금 그 농토들은 사라지기 일보직전입니다. 4대강 사업 때문입니다. 계획대로라면 테마공원으로 탈바꿈됩니다. 팔당 파 화분 구매는 그 문제에 참여하시는 기회입니다." 홍옥 작가의 작업인 이 물건들은 최고 인기 상품이다.

상점 안 구색 중 리혁종 작가의 물건은 조각품이다. 버려진 나무 위에 슬쩍 올려 놓은 것처럼 이카루스와 사람, 새와 아톰의 형상을 새겼다. 제목과 함께 출처가 적혀 있다. 공사장, 학교 주변, 동네 어귀 등등.

"대학시절 생태주의를 접하면서 미술의 재료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어요. 정신뿐 아니라 물질도 미술의 구성 요소인데, 정작 재료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잖아요." 작가의 조각품은 폐기물을 재료로 삼음으로써 만드는 과정의 공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폐기물이 엄청나게 발생하는 문명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물건을 판 수익금은 '소농(小農) 프로젝트', '평상(平床) 프로젝트' 등 새로운 사업의 자본금으로 쓰인다. 소농 프로젝트는 개발 위협에 노출된 토지를 사들여 소농들이 자급자족형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평상 프로젝트는 마을 공원 등 지역 공동체의 노는 땅에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평상을 놓는 것이다. 상점 운영 자체가 공공미술인 셈이다.

"저의 고민은 어떻게 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삶의 바탕을 꾸릴 것인가, 에요. 미술도 현실에서 떨어져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 여기의 자본주의 체제를 열심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렇게 작가가 선택한 방식이 바로 미술을 팔고 사는 행위를 통해 돈을 공공적 사업의 재료로 바꾸는 것이다. 뜻을 함께 하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입점"했다.

전시장을 상점으로 바꾸는 것은 자본주의뿐 아니라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미술에 대한 통념까지도 반성하는 뜻이다. "미술은 원래 공동체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리혁종 작가는 자신이 즐겨 만드는 이카루스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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