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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불화의 빛을 되살리다

[문화계 앙팡테리블] (63) 한국화가 진분홍
풀에 금가루 개어 채색하는 '금니 기법' 은은하고 섬세한 감동
어둠 속에 나무들이 금빛으로 환하다. 그 온도가 뭉근해서 온돌처럼 마음을 덥힌다. 나뭇잎은 풍성하고 섬세하다.

바람이 얽힌 결과 무늬가 생생하다. 금방이라도 금가루들이 온통 흩어져 우리의 머리를 물들이고 어깨에 내려 앉을 것 같다.

"봄날 꽃이 흐드러진 벚나무 아래에 있는 정서를 옮기고 싶었어요." 한국화가 진분홍이 그린 풍경이다.

돋보이는 것은 그 화법이다. 고려 불화에 쓰였던 금니(金泥)기법으로 풀에 금가루를 개어 채색하는 것이다. 사라져 가는 전통을 되살렸다. 되살린 것은 그 색과 질감만이 아니다. 세밀하게 정성껏 그려야 하는 불화 작업의 노고 역시 녹아 있다.

"불화는 불심으로 그린다고 하잖아요. 저는 인내심으로 그렸어요.(웃음)"

가로 12.2미터, 세로 2미터의 최근작을 완성하는 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먹이 마르는 것을 기다리고, 가는 선으로 채워넣은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다. 작가에게는 거의 수행(修行)이었다. 물아일체의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김환기 화백이 뉴욕에서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릴 때, 마음으로는 가족을 그리면서 거의 무아지경의 상태로 작업을 했다고 해요. 저도 그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더라고요.(웃음)"

이렇게 더디고 은은하고 진득한 작업은 빠르게 돌아가고 자극이 많고 유행에 휩쓸리는 세속의 가쁜 숨을 깊게 고른다. 진분홍 작가의 풍경은 중생을 향해 자비롭게 낮아진 불화의 정신을 짐작하게 한다.

"고려 불화는 화려한 조선 불화와 다르게 조용해요. 은은한데 섬세해서 감명을 주죠."

진분홍 작가가 이 기법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금빛이다. 스스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환한 속을 갖고 있어서다. 그 점은 우리가 이 젊은 작가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분홍 작가는 올해 '스페이스 선+' 의 신진작가로 선정되어 개인전 <복고風경>을 마련했다.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스페이스 선+'에서 2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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