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자-김민영 씨 모녀인천공항서 영어 통역, 공항안내… 세대 잇는 미담 화제

아름다운 전염병이 있다면 그건 '봉사활동'일 것이다. 전염성이 강할수록 해롭기는커녕 주변을 미소로 가득하게 해주니 말이다. 모녀가 함께 대를 이어 하는 봉사가 있다.

'자원봉사왕'으로 유명한 방금자(69)씨가 딸 김민영(40씨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방 씨는 1983년 미국여행협회(ASTA), 국제의원연맹(IPU) 때부터 서울시청 관광 안내소에서 자원봉사자로 입단해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게임, 1992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전주 무주 대회, 2002년 한일 월드컵, 2005년 피겨스케이팅 국제대회 등에서 영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방 씨는 현재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안내소와 입국장 안내소에서 국내외국인을 위해 영어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방 씨의 딸이 이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다.

김민영 씨는 "두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는 바쁜 일상이지만, 어려서부터 보아온 어머니의 봉사활동에 깊은 감동을 받아 자원봉사에 뜻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일요일이면 인천공항 3층 출국장 D모듈 앞 자원봉사자 전용데스크에서 공항안내 업무를 보고 있다. 김 씨도 4년째 봉사활동을 해왔다. 어머니 방 씨가 약 30년 동안 해온 봉사활동 시간에 비하면 적은 일수지만, 김 씨가 느끼는 보람만큼은 어머니에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김 씨는 "일요일 새벽이면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해 놓고 집을 나서기 전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한다. 공항에 와서 출국하기 전 고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중요한 위치이므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이런 마음은 고스란히 어머니 방 씨에게 물려받았다. 김 씨는 대학시절 88서울 올림픽때 통역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첫 자원봉사의 테이프를 끊었다. 어머니의 권유가 큰 이유였다. 어머니의 자원봉사 바이러스가 김 씨와 동생들을 자극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방 씨는 2001년 '자원봉사상', '천만인의 자랑스러운 시민봉사상', '행정자치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봉사에 이력이 붙은 어머니였다. 공항에서 핸드백을 잃어버린 영국 여인을 자국으로 무사히 보낸 일과 위경련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일본 청년을 위해 손수 약을 지어다 준 일화 등이 유명하다. 방 씨는 아직도 봉사활동에 대한 욕구가 샘솟는다.

방 씨는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보다는 친절한 마음가짐과 성실한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남을 위한 봉사는 반드시 물질적 풍요로움이 갖춰져야만 할 수 일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여유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봉사는 내 생활의 활력소이며 희망이기도 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마음속으로 항상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도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인 아들들이 저의 모습을 보고, 나중에 자라서 자신들이 이룬 성과가 크든 작든 사회에 봉사하고 일조하는, 나눌 줄 아는 대한민국의 성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