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74) 소설가 조해진<천사들의 도시>, <한없이 멋진 꿈에> 통해 2000년대식 타자와 소외 다뤄

순수문학에서 타자와 소외에 관한 문제는 언제나 집요한 관찰의 대상이었다.

이를테면 80년대 시와 소설이 거대 담론에 의해 규정된 타자를 다루었다면 90년대는 여성주의 관점에서 소외가 논의되는 식으로 말이다. 소설가 조해진은 2000년대 방식으로 타자와 소외를 다룬다.

그는 타자들, 특히 존재감을 잃어가는 타자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이를 테면 횡령죄를 저지른 후 자살을 가장하고 노숙인 생활을 하고 있는 전직 은행원(단편 '지워진 그림자'), 한국남자와 사랑에 빠져 한국에 들어왔다가 남자가 떠난 뒤 부엌 가구점에 취직해 생활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여성(단편 '인터뷰'), 죽은 동생들의 원혼에 시달리는 여교사와 그 동생들(단편 '등 뒤에')등이다.

첫 소설집에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작가는 지금 육체적으로 죽어가고 있거나 이미 사회적으로 죽어버린 사람들에 대해서만 쓴다"고 평했다.

소설가 조해진.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고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2008), 장편 <한 없이 멋진 꿈에>(2009) 두 권의 책을 냈다. 얼마 전 대산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작가는 소설을 쓰는 것 이외에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도 했다.

이것이 그의 생업이었던 바, 그의 화두는 경계이고 그가 관심을 두는 인물은 요즘 인문학계 유행어로 말하자면 '몫 없는 자들'이다. 작가는 "소설에서는 언제나 소외된 사람들, 경계에 선 사람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제가 새로운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소설가는 끊임없이 자기가 바라볼 수 있는 벽을 향해서 소리를 내야하는 사람이고, 새롭지는 않지만 변방에서라도 얘기할 것이 있을 때 말하는 작가이고 싶어요."

단편이 제도권 밖에 있는 '몫 없는 자들'을 다루었다면, 장편은 자본주의에 착실하게 안착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을 다룬다. <한 없이 멋진 꿈에>의 주인공 김경수는 준수한 외모에, 세련된 패션 감각까지 지닌 인테리어업체의 젊은 CEO다. 전형적인 메트로섹슈얼로 보이는 그는 기실 나름의 어둠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옛 애인 유경이 남긴 상처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로 주위의 눈을 속인 채 동성애인 준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경수의 옛 애인 유경과 현재 애인 준도 각자의 상처를 가진 바,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꿈과 현실, 기억과 망각, 진짜와 가짜의 모호한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이다.

소설은 도회적이면서 공허한 경수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유경이 남긴 상처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며 어떤 잣대에서는 경계인, 타자, 소수일 수밖에 없는 모든 현대인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위로한다.

"어떤 독자가 '물 속에 있는 문장같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하나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어느 분야나 신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가능성의 최대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인이 재능과 노력을 겸비하면 더 없이 좋겠지만, 예술가의 재능이란 그 시대에 쉽게 가늠하지 못하는 바, 당대 저속한 저널리즘은 그 진정성과 성실성을 엿보며 이들의 미래를 예상해볼 뿐이다.

장편에 실은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이 소설에서 한 번이라도 깊이 있는 미소를 지어주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 미지의 독자를 위해서도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 괴로우면서도 행복하고 허무하면서도 충만한 누군가의 미소만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쓰는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고 썼다. 인터뷰 내내 큰 눈망울로 느릿느릿 소설에 대해 말하는 겸허한 포즈에서는 일종의 숭고함이 느껴졌다. 소설가 조해진이 가진 미덕은 이것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