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로린 마젤<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멘토 역할… 14, 20일 공연 지휘봉

지휘자 로린 마젤
제자를 키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 뒤늦게 인연을 맺은 제자, 첼리스트 장한나의 손을 잡고 한국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만났다.

우리에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평양에서 공연한 '평화의 메신저'로도 잘 알려진 로린 마젤. 80세의 나이에도 여전한 현역이다.

지난해 자신이 창설한 캐슬턴 페스티벌을 지난달 말까지 숨 가쁘게 마치고, 이달 초에 애제자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제자를 통해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에서 페스티벌의 멘토 역할을 맡겠다며 선뜻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그동안 로린 마젤이 메이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 적은 많았지만 청소년 음악축제에 뮤지컬 어드바이저로 참여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는 지휘자로서의 장한나에 대한 격려와 조언뿐 아니라 14일과 20일 공연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그 배경에는 물론 제자에 대한 믿음이 있다.

"한나가 열한 살 때부터 천재 첼리스트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나가 보낸 영상을 통해, 3년 전 성남에서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보고 지휘에도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지휘자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제자로 받아들였죠."

장한나가 리허설에서 지휘하는 모습
지난 1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지휘자로서의 장한나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재능있는 제자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중이다. 지난해 캐슬턴 페스티벌에 장한나를 초청했고, 자신의 마스터클래스와 오케스트라 리허설에서의 참관도 수락했다. 올해 3월엔 스페인에서 한 달 동안 오페라와 교향곡 지휘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이어 장한나는 중국 베이징에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마젤의 부지휘자 자격으로 참여했으며 올해 캐슬턴 페스티벌에서는 무대 위에서 지휘도 했다. 마젤은 지금껏 이런 부탁은 대부분 거절해 왔다고 말했다.

"음악을 하는 데 있어 재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재능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는 것이죠.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 나태해지기 쉽지만 한나나 저는 이런 테스트를 잘 통과했습니다. 한나가 지휘자로의 재능을 피워갈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장한나는 스승 로린 마젤과의 세대 차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가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저보다 신세대세요. 제겐 아직도 없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무척 좋아하고 잘 사용하세요." 실제로 팔로워가 2600명 정도 되는 마젤의 트위터에도 직접 쓴 글이 2~3일마다 새로 올라온다.

그곳엔 한국에서 지휘를 맡기로 했던 대형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에 대한 기대감과 취소로 인한 아쉬움도 적혀 있다. "나는 8월에 시간이 많으니 지난 4월부터 한나에게 한나가 지휘하는 캠프에 가겠다고 얘길 해뒀죠. 그 와중에 한국에서 <투란도트> 제의가 와서 페스티벌 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승낙했습니다. 취소되긴 했지만 오히려 덕분에 한국 젊은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네요."

지휘자 로린 마젤과 장한나
처음엔 장한나를 격려하고 뮤지컬 어드바이저로만 참여하려던 마젤의 일정도 늘었다. 덕분에 요즘 장한나와 마찬가지로 마젤의 오케스트라 리허설도 한창이다. 14일 첫날 공연에서는 분당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장한나의 지휘에 앞서 베를리오즈의 '로마 사육제 서곡'을, 20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는 앱솔루트 클래식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베버의 '오베른 서곡'을 지휘한다.

"앱솔루트 클래식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좋은 인재들이 있다면 캐슬턴 페스티벌에도 부르려고 합니다. 이 페스티벌에는 미국은 물론 독일, 베네수엘라 등 각국의 젊은 음악인들이 앙상블을 하죠. 곧 한국 젊은이들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라며 마젤은 기대감을 표했다.

장한나의 지휘자 데뷔무대로도 잘 알려진 <성남 국제 청소년 관현악 페스티벌>과 그녀가 이끄는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은 8월 14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지며, 첼리스트 지안 왕, 알반 게르하르트의 협연무대도 마련되어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