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시원한류스타서 연예기획사 대표 겸 음반 제작자 변신… 로티플스카이 발굴

한류스타로서 일본 활동 6년, 5년 연속 일본 전국 투어콘서트 매진 행렬. 류시원은 한류 1세대 스타로서 배용준, 이병헌, 고 박용하 등과 여전히 한류 파워를 자랑한다.

그는 6년 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류스타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러던 그가 일을 냈다. 최근 가수 로티플스카이(본명 김하늘)의 소속사 대표 겸 음반 제작자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케이블 뉴스채널 YTN <뉴스&피플>에 출연해 연예인이 아닌 제작자로서의 역할과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류스타로서 메인 무대에 설 그가, 후배양성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제2의 인생, 연예인 아닌 제작자

앱노멀(abnomal)106. 류시원을 대표로 이름을 올린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류시원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앱노멀106 건물을 준공해 사업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류시원의 카레이싱 회사인 EXR팀106도 이 건물 6층에 자리하고 있다.

6층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지난 7월 제작자로 참여해 앨범을 출시한 가수 로티플스카이에 대한 포부를 이야기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소위 잘 나가는 한류스타의 모습은 없고 소속사 대표로서, 음반 제작자로서의 모습이 역력했다.

최근 <노 웨이(No Way)>라는 곡을 내고 9년 만에 컴백한 로티플스카이는 류시원이 발굴해 낸 인물이다. 류시원은 지난달 로티플스카이의 앨범 쇼케이스에도 참석하며 제작자로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배우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가 가수를 영입하며 첫 시험대에 오르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는 주저 없이 "될 성 싶은 떡잎"을 봤다고 말한다. 로티플스카이는 10대 때 하늘이라는 이름으로 <웃기네>로 데뷔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류시원은 그녀의 가창력과 음악성을 재평가하며 자신의 첫 '작품'으로 내세웠다.

"매니지먼트 회사를 몇 해 전부터 준비하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있을 때까지 시작하지 말자'고 다짐했었죠. 하지만 가능성이 충분한 하늘이를 보고 결심을 굳혔어요. 사실 연를 먼저 매니지먼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긴 했지만, 인재를 두고 그냥 있을 순 없잖아요(웃음)."

류시원은 매니지먼트 회사를 계획하면서 기본 원칙도 세웠다.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발굴하는 것, 기획사에 연습생은 두지 않는 것, 한 번에 한 명씩만 관리하는 것 등이다. 로티플스카이는 첫 번째 원칙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9년의 시간이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헛되지 않다고 판단해 영입했다.

류시원은 로티플스카이가 가수로서 어느 정도 고지에 올라선 이후에나 다음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사람에게 회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기획사들이 수십 명의 연습생을 관리하며 발생하는 부작용과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도 있다.

그는 로티플스카이의 공연 영상을 촬영해 모니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올 하반기까지 연예 활동을 쉬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명에게 사활을 걸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자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곡의 선택부터 무대 매너, 패션스타일 등 소소한 부분까지 그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 류시원은 로티플스카이가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달 때쯤 일본에도 진출시킬 계획이다. 자신이 6년 동안 보고, 듣고, 경험한 노하우가 바탕이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바통을 이어받은 신인 배우의 매니지먼트가 한창일 것이다.

"사실 회사를 차린 건 제 스스로에 대한 대비예요. 소속사와 매니저 없이 10여 년을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게 많아요. 지금은 그런 것들이 회사의 경영철학도 갖게 했죠. 연예인 지망생들이나 신인들이 꼭 들어가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인간적이며 모범적인 매니지먼트사로 키워가는 게 꿈이에요."

한류스타가 보는 일본 속 한류

한국 드라마를 시작으로 촉발된 한류는 연예인을 넘어 음식, 건축, 패션 등 한국 고유의 문화가 전파되는 데 한 몫 했다. 그러나 최근 한류가 주춤하다는 분석과 함께 '한류 페스티벌' 등 다양한 콘텐츠로 아시아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노력이 일고 있다. 류시원이 생각하는 한류는 어떨까.

한류가 식어가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한류는 어떤 위치라고 보는가.

한류가 식었다는 건 잠시 그 기운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었다'는 의미보단 더 희망적이다. 죽으면 다시 살리지 못하니까. 하지만 식었다는 표현 속에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고 본다. 내 관점에서 일본 안에는 한류라는 콘텐츠가 나름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한류를 이끄는 주체들이 어떻게 일본에서 한류 콘텐츠를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류라고 해서 너도 나도 받아주는 분위기는 이제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 일본 활동 6년째를 맞는다. 매번 콘서트마다 매진 기록을 이어가는 데 비결이 있나.

일본에는 그만의 문화 스타일이 있다. 나 또한 6년간 활동 속에서 얻어낸 노하우다. 우리나라처럼 팬미팅이나 각종 이벤트로 팬들과의 잦은 만남이 아니라, 오로지 콘서트로 팬들과 교류하는 문화가 그렇다. 한 일본 여가 나에 대해 '류시원은 그만의 류(流)를 만들었다'고 쓴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일본 문화 속에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던 게 적중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콘서트가 끝난 후 수만 명의 팬들과 후일담을 주고받는 시간을 따로 마련한다. 류시원의 콘서트가 장장 4시간을 넘기는 이유다.

최근 가요계의 일본 진출이 활성화되고 있다. 한류스타로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일본에서 보아, 동방신기 등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최근에는 빅뱅과 카라 등 젊은 아이돌 그룹들이 일본 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이더라. 특히 일본 오리콘 차트만 봐도 일본에서조차 여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카라가 받고 있는 관심은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한류를 시도하는 동료나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일본에는 한류 팬이 많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그 문화 속 스타를 동경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많은 한류 팬이 내 팬은 아니다. 지금 일본에 진출하는 스타들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일본에서 활동하더라도 그 안의 내용은 너무 다른 경우가 많다. 과정과 본질에서 너무나 차이가 난다.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한류스타로서 향후 계획은.

일본 활동을 하면서 지금까지 20장의 앨범을 냈다. 앞으로 50~60대가 되더라도 일본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며 꾸준히 활동하는 스타가 되고 싶다. 여전히 나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계속 응원해 달라.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알리고 전파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올해를 기점으로 매년 국내 활동을 할 예정이다. 올해 리얼 버라이어티의 MC도 논의 중이고,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가로서는 팀106, 앱노멀106처럼 '106'을 류시원만의 브랜드로 정착시켜 기업화하고 싶은 장대한 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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