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서 다케시마 충격… 회사명 바꾸고 '독도와 함께라면' 출시

얼마 전 식품회사 ㈜독도가 광복절을 맞아 자사 제품인 '독도와 함께라면'을 정상가격보다 60% 싸게 판매하는 특별할인행사를 실시했다.

이 회사의 라수환 대표는 매년 광복절과 10월 25일 독도의 날, 그리고 1월 1일에 할인 이벤트를 연다. 행사를 하면 대개 적자를 본다. 그래도 연간 세 번의 행사를 감행하는 이유는 좀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이 제품을 알리고 싶어서다.

생활용품 무역상을 하던 그는 2005년부터 법인 명을 '아도 커머스'에서 '독도'로 바꾸고, 독도관련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년 뒤인 2007년 10월 21일, 첫 상품으로 '독도와 함께라면'을 출시했다.

"10년 넘게 수출업을 하면서 해외에 많이 나갔어요. 그냥 나는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해외에 나가보니 국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더군요. 그러던 중 2002년 중국의 한 회사를 방문했다가 사장의 집무실에 걸린 세계지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독도가 다케시마로 표기돼 있는 거예요. 사장에게 지도가 잘못됐다고 얘기했더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거예요."

라 대표는 그때부터 독도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독도 관련 시민단체 행사에 참석하고 후원도 시작했다. 그러다 제대로 독도를 위해 일하고 싶어서 아예 독도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첫 제품으로 라면을 내놓은 이유는 라면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음식이니까요. 독도는 멀고 교통도 불편해 가까이 접하기 힘든 섬이죠. 일단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독도를 많이 접하고, 독도를 친밀하게 느끼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독도는 무거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독도가 즐겁게 회자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는 없을까? 고심 끝에 그는 제품 이름을 '독도와 함께 라면'이라고 지었다.

"제품이 출시됐을 때 라면시장에 작은 파장이 일었어요. 네이밍이 기발했던 거죠. 이후 삼양식품에서 '친구라면'을 출시했는데, 우리 제품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아요."

라면은 포도씨유와 우리밀, 울릉도 근해에서 나는 해산물을 이용해 만든 스프 등 최고급 재료만을 사용해 만든다. 그래서 일반 라면보다 2배 가량 비싸다. 하지만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이 전혀 없고, 기름기가 거의 없어 먹고 나면 속이 개운하다고 한다.

"대기업 중심의 라면 시장에서 유통망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지금껏 광고나 홍보도 전혀 하지 못해 판매는 부진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마니아층도 생겼어요. 사고 싶은데 살 수 있는 경로를 못 찾으니까 직접 저희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구매하는 고객들도 꽤 많아요."

독도와 함께라면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곧 해외에서도 시판될 예정이다. 홍콩과 중국에 수출계약이 추진 중이다. 중국 라면시장에서 독도와 함께라면이 제일 비싸지만 소비자 반응이 매우 좋다.

기업이 사회적 역할 다해야… 상품 통해 독도 수호에 기여

라 대표는 여력이 생기면 우리 쌀로 만든 쌀 라면, 쌀 국수 등 우리 식자재로 만든 여러 가지 식품 아이템을 출시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모두 독도와 관련된 제품이다.

"일본엔 다케시마 관련 상품이 2600 종류가 넘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독도 관련 상품은 라면, 빵, 담배, 핸드폰 케이스 등을 합해 100 종류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시네마현에 가보면 관련 상품들이 잘 팔리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는 데 급급해서 독도문제에 별로 관심을 쏟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힘 닿는 데까지 좋은 독도 상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잘 나가는 무역상이던 그는 독도 회사 설립 후 고전하고 있다. 라면 개발에 들어간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고, 매출액도 저조하다. 자본주의 논리로 따지자면 이해가 안 되는 경영이다.

"사회가 있어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니, 번 돈을 다시 사회에 기여하는 게 도리이지요. 그렇게 할 때 기업적 가치가 더 중요해지고, 지속가능한 경영이 될 거라고 봅니다."

독도 관련 상품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그 돈의 일부를 다시 독도 사회단체를 후원하는 데 쓴다. 기업이 잘 되면 그만큼 더 많은 후원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라 대표는 내년쯤 중소기업인들과 '독도사랑 기업인 모임'을 만들 예정이다. 모임을 통해 해외 마케팅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해 독도를 비롯한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힘쓴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라수환 대표는… 1968년 강원도 태백 출생. 1998년부터 아도커머스라는 무역회사를 설립해 수출입 사업을 해왔다. 독도 사회단체에 참여하고, 후원을 하다가 2005년 (주)독도를 설립했다. '독도와 함께라면'은 이 회사가 개발한 독도 관련 첫 상품으로 2007년 10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20만여 개가 팔렸다. 수익금 중 일부로 독도시민사회단체를 후원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