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코리아II' 선정… 'Made Kiss'주제로 '뿌까'와 콜라보레이션

"현실적인 패션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

9월9일 오후 7시.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인 패션의 중심지에 선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 아래 선발된 7명의 국내 디자이너들이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진행되는 뉴욕패션위크에 나간다.

지난 2월 뉴욕에서 치러진 '컨셉코리아Ⅰ'의 후속 편으로 올해는 'CONCEPT KOREA, Interactive Waves 2011'(이하 컨셉코리아Ⅱ)이 열려 한국 패션문화를 알리는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그 첫 번째로 젊은 디자이너 곽현주, 이주영, 이진윤이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패션쇼를 진행하며 전반전을 치른다. 런웨이와 영상, 음악이 어우러진 '컨셉코리아'의 중심에 곽현주의 이름이 눈에 띈다. 시크, 섹시, 미니멀. 디자이너 곽현주의 의상을 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수식어들이다. 모던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그의 의상이 9월 뉴욕패션위크에선 어떻게 표현될까.

곽현주가 뉴욕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공식적인 무대는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설렘과 기대감은 인터뷰 내내 숨겨지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결과를 기다렸다. 국내평가 60%와 해외평가 40%의 심사에서 해외평가 점수가 더 높았다.

"단순한 패션쇼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 정부의 지원 하에 진행된다는 점이 뉴욕패션위크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예요. 이번 무대에 선다는 것 하나로 그 결과가 바로 오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너무나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어요."

곽현주는 지난 7월 열린 '삼성애니콜하우젠 올댓 스케이트 서머 아이스쇼'를 무사히 마쳤다. 피겨요정 김연아를 비롯해 세계적인 피겨 선수들이 대거 참여한 프로그램에서 곽현주는 총 31벌, 80피스 정도의 의상을 일주일 만에 마무리한 저력을 보여줬다.

김연아의 청순함과 섹시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아이스쇼 의상은 성공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블랙과 화이트를 기본 색상으로 핑크 등을 가미해 발랄한 소녀적 감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의상들이었다.

곽현주는 이번 뉴욕패션위크에도 아이스쇼의 김연아 의상 못지 않은 발랄함을 고스란히 이어갈 예정이다. 이미 한 달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20여 벌의 의상을 집중력을 발휘해 제작했다. 곽현주는 'PUCCA by Kwak Hyun Joo(뿌까 바이 곽현주)'라는 타이틀로 런웨이에 오른다. 팬시브랜드로 미국 LA에도 진출한 국산 캐릭터 '뿌까'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펼쳤다. 시크하면서도 섹시하며 심플했던 그의 의상이 발랄한 10대 소녀적인 콘셉트로 재탄생한다. 곽현주는 걸리시한 의상이 완성됐다고 말한다.

"이번 무대에서 제 패션쇼의 주제는 'Mad Kiss'로 정했어요. 일명 '미친 키스'라는 타이틀로 키스를 하면서 오는 신체 반응이나 바이오리듬의 변화를 무대의 대형 영상과 함께 의상을 선보일 계획이죠. 오프닝에선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고 왕자님과 첫 키스하는 장면이, 뿌까를 이용한 퍼포먼스로 준비하고 있어요."

뉴욕패션위크에 나서는 소감과 각오는.

일단 내가 선정되지 못한 줄 알았다. 지원한 디자이너들이 쟁쟁한 실력을 갖춘 분들이라, 처음에는 내가 됐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뉴욕패션위크는 내 의상을 해외에 선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다. 그야말로 날개를 단 것 같다. 이번 무대를 통해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해 보고 싶다. 서울컬렉션보다는 또 다른 무대와 의상이 선보일 것이다. 그곳의 반응과 평가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국내 디자이너들이 이번 행사를 위해 많이 신청한 것으로 안다. 대표선수 격으로 서게 됐는데 부담감은 없나.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다. 그동안 내 나름대로 패션쇼도 많이 했고, 특히 몇 해 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했던 '한지패션쇼'를 통해서도 느낀 점이 많다. 당시 해외의 반응은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했다. 한국적인 미에 대한 그들의 호응에 우리도 놀랄 따름이었다. 기립박수에 설레었고, 그 짜릿한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때의 기쁨을 이번에 또 한번 경험하고 싶다. 준비를 철저히 한 만큼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뉴욕패션위크에서 '뿌까'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이유는.

뿌까는 이미 LA에 진출해 현지인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현지에서 반응이 좋아 동양적인 캐릭터로도 사랑받고 있다. 뉴욕패션위크에서 '컨셉코리아'라는 주제에 걸맞은 한국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뿌까와 더불어 윈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번 패션쇼가 무사히 끝나면 '뿌까 바이 곽현주'라는 세컨드 라인을 만들어 하나의 리미티드 개념으로 브랜드를 내고 싶다.

곽현주가 보는 세계 속 한국 패션은 어떤가.

우리의 패션은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수준이라고 본다. 다만 시스템적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의상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뛰어난 실력의 디자이너의 의상도 현실에선 해외 바이어들에게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 우리의 퀼리티는 뛰어난데 비해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컨셉코리아'를 통해 이런 문제점이 개선됐으면 한다.

'곽현주'하면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높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TV를 통해 스타들이 내 옷을 입고 나온 경우가 많아서 나온 말 같다. 사실 내 의상이 날개가 되어서 그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다는 게 보람되고 뿌듯하다. 스타마케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그들이 입은 옷을 찾기 위해 내 숍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이번 아이스쇼나 드라마 등 한 작품을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무사히 마쳤을 때 오는 성취감이 다른 무엇보다 크다. 앞으로 이런 작업은 계속 될 것이다.

곽현주에게 패션이란.

일곱 살 때부터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다. 당시 우리 집에 세 들어 살던 한 언니가 양장점에 다녔는데, 그 언니 방에 들어가 옷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일곱 살에 뜨개질도 했으니까. 그때부터 난 디자이너의 꿈을 단 한 번도 접은 적이 없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옷을 만들 때다. 그 행복을 알기에 대중에게 컬렉션을 통해 내 의상을 전달하고 싶다.

앞으로 디자이너로서 목표는.

이번 뉴욕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하고, 따로 마련된 쇼룸에서 홍보 활동을 통해 비즈니스도 가능하게 됐다. 해외 바이어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힐 수 있는 기회다. 단기적인 목표는 쇼룸 홍보를 잘해서 현지 유명 백화점에 내 옷을 걸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화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전문적으로 해외에도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