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문화를 말하다] 시민들의 삶의 질 높이고, 서울의 국제경쟁력 갖추는데 전력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여느 수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구, 행정, 경제 등에서 대한민국의 심장이고 얼굴이며 미래 동력이다. 서울의 모습은 곧바로 국가 이미지와 직결되고 국력의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러한 서울의 CEO다 . 오 시장은 2006년 7월 취임하면서 자신이 꿈꾸고 희망하는 서울상을 밝혔다. 뉴욕처럼 경제가 활기찬 도시, 파리와 같은 문화 도시, 품격 있는 런던, 밀라노와 같은 패션 도시,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있는 시드니와 같은 도시다.

그리고 서울을 이 모든 것이 한데 이루어져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도시, 서울만의 고유한 것으로 세계무대에서 승부하는 특별한 브랜드 가치가 있는 세계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맑고 매력있는 서울'을 시정 목표로 정하고 '문화'를 핵심 코드로 삼았다. 민선4기 서울 시정의 모토인 '창의(創意)시정'을 이끈 원동력은 '문화'였다. '문화시정'은 민선5기 오세훈 시장 체제의 중추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오 시장이 역대 시장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바로 '문화'에 중점을 두고 '문화시정'을 일관되고, 강력하게 추진한다는데 있다. 그에게 '문화 CEO'라는 드문 별칭이 붙는 이유다.

오 시장이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를 이끌며 그렇게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문화시정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11일 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오 시장은 서울시민의 삶의 질과 서울시의 경쟁력을 주된 근거로 들었다.

" 문화는 우리의 생활이자 삶입니다. 문화의 본령은 삶의 질로 문화시정은 서울시민이 높은 질의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21세기는 창의나 상상력, 즉 문화가 국가나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창조혁명의 시대입니다.

문화가 고유의 기능을 넘어 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의 품격, 경쟁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문화시정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서울의 경쟁력을 높여 시민고객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도시경영 패러다임입니다."

실제 오 시장의 지난 4년의 시정은 디자인과 한강르네상스로 상징되는 '문화'에 방점이 찍혔다. 서울의 문화 브랜드는 크게 하드웨어 구축과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두 방향을 통해 강화됐다.

하드웨어 구축은 문화공간 확보에 역점을 두어 광화문광장 조성,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이 진행됐다. 인사동, 홍대, 대학로의 문화거점화, 도심의 복합문화공간, 예술창작 클러스터, 디자인클러스터 등도 새롭게 들어서거나 추진 중이다. .

소프트웨어 작업은 문화 콘텐츠를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문화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공연, 세종문화회관 '천원의 행복' 공연,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하이서울 페스티벌, 문화예술 창작촌 마련 등이다.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생활환경이 비로소 만들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동안의 문화정책은 주로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제 관점에서는 시민들이 주체인 문화예술 정책이 없었던 셈이죠."

오 시장은 서울을 업그레이드해 세계도시로 만드는 '문화시정'을 펼치면서 취임초부터 '디자인' 개념을 유달리 강조하고,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디자인 서울'이란 말이 시정의 관용어처럼 따랐다.

"21세기는 '모든 것이 디자인'인 시대입니다.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즉 프로세스나 시스템, 서비스까지 도시행정 전반을 디자인으로 컨트롤합니다. 서울을 디자인해 서울의 브랜드가 높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돼 행복한 서울시민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뉴욕커나 파리지엔느라고 할 때 느껴지는 자부심을 서울라이트(Seoulite)가 느끼도록 하는 거지요."

오세훈표 문화시정은 국내외 평가와 지수를 보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경쟁력의 경우 2006년 취임 때 27위에서 올해 9위로 18단계나 상승했고, 금융도시점수 도 2007년 43위에서 26위로 올랐다. 관광객은 602만에서 지난해까지 780만으로 30% 나 증가했고, 취임 후 서울에는 72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유엔이 선정한 전자정부 1위를 8년째 유지하고 있고, 서울시의 여행프로젝트, 희망플러스통장, 천만상상오아시스 등은 유엔공공행정상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민선4기 사업 중 전자정부, 창의시정, 120다산콜센터, 희망드림프로젝트 등 외국 도시와 지방정부, 기업 등에서 벤치마킹한 정책이 30여 개가 넘는다.

일각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문화시정'이 현실과 거리가 있고 너무 이상을 추구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된다. 문화시정의 개념이 모호하고 디자인서울이 당장 시급한 정책이냐는 것이다. 민선5기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고전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오 시장은 오히려 '문화시정' 때문에 당선됐다고 강조한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겸허하게 경청하겠지만, 지난 4년의 시정을 호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재선의 가장 큰 원동력은 시민들의 판단 근거가 '정책의 연속성' 이라고 봅니다. 지난 선거에서 지난친 표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나 '무상급식' 같은 선거용 공세가 작용해 문화시정의 본질이 가려진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지난 6‧2 지방선거 결과 서울 25곳 중 민주당이 21곳을 석권해 서울시 의회가 여소야대 구도가 돼 오 시장의 시정이 영향을 받게 됐다. 당장 디자인, 한강르네상스 정책에 시비가 따랐고, 서울광장 사용, 무상급식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이러한 문제들에 의외로 담담했다.

야당에서 디자인, 한강르네상스 정책 등 문화시정의 핵심 사안들을 문제삼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요.

"대화를 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느낍니다. 처음엔 디자인에 '전시행정'이다 '꽃단장'이다 말하고, 한강르네상스엔 '삽질', '토목' 등 부정적으로 비판하다가 실제 내용을 알고는 다시 보곤합니다. 디자인 예산이 전체 포션의 0.4%에 불과한데 성과를 내고 있고, 한강르네상스도 한강변 4대 특화지구에 인파들이 몰리는 것을 보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점이 서해 뱃길과 예술섬 사업 쪽으로 바뀌었는데 서해 뱃길도 4대강 사업과 무관하고, 예술섬 사업도 도시 랜드마크와 관련해 필요성이 인식되면서 대화 모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문제는 아직 타협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무상급식보다는 학교 안전 문제나 학습의 질 등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공짜로 급식하면 다 좋아할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야당에서 공세를 펴는데 학부모들은 양질의 급식을 할 수 있느냐까지 내다보고 있어요. 무상급식은 저소득층부터 순차적으로 하고, 다른 복지 문제와의 형평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이나 무상급식에 대한 중앙당의 정치적 결정 때문에 180도 유턴하지 못하는데 시각차가 많이 좁혀지고 있는 중입니다.

민선4기 시정은 문화를 키워드로 한 문화시정을 펼쳤는데, 민선5기 시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거나, 새롭게 추진되는 대표적인 문화시정을 든다면.

"정책의 연속성에 근거해 재선된 만큼 민선4기에 시작한 디자인시정이나 문화시정은 계속해서 시행할 겁니다. 민선4기 초반에는 문화시정을 펼치기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인스트럭처를 갖추는데 중점을 뒀고, 주로 비강남 지역에 문화시설을 집중 투자했습니다.

민선5기에 완성되는 것 중에 구로에 돔구장 사업이 있는데 야구장이기보다는 전형적인 예술공간입니다. 강북 시립 미술관 분관도 세워질 겁니다.

5기 시정에서는 '문화복지'에 더 비중을 둘 생각입니다. 시민들이 문화적으로 풍성한 도시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부르디의의 사회자본론에서도 말해주듯 어렸을 때 문화예술 소양을 갖출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 그 부분을 캐치업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영원히 격차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저소득층이 일상생활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고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넓혀나갈 겁니다."

민선5기 시정에서 역점을 둘 부분은.

"민선4기 슬로건이 '맑고 매력있는 세계도시 서울'이었는데, 민선5기에는 그것을 바타응로 '시민이 행복한 서울'이 한 축이고, '세계가 사랑한 서울'이 또 한 축입니다. 다시말해 시민의 삶의질을 고양하고,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 그제 G20 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2014년까지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5위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요.

"도시경쟁력 순위를 높이는 것은 특정한 아이콘 한 두 개의 정책을 갖고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기관에 따라 30~50가지 지수를 설정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문화, 디자인부터 시작해 금융경쟁력, 관광경쟁력, 디자인경쟁력도 올려야 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기와 물도 맑게 해야 합니다. 물론 문화예술도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요. 지난 4년 간의 시정으로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높이 올라간 만큼 그러한 방향에서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겁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서울이 도시경쟁력을 갖추려면 서울만의 아이콘을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뉴욕은 금융, 파리는 패션 처럼 서울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면.

"인구 1000만 이상의 도시에서는 어느 한가지 요소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의 강점을 바탕으로 해야하는데 최첨단 산업기능(ICT)을 기반으로 여기에 문화를 결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잇습니다. 이른바 데카르트마케팅인데 우리의 테크놀로지에 아트를 입힌다면 최첨단, 고급한 이미지의 서울상을 창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오세훈 시장은 인터뷰 말미에 정치권에서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고맙고, 영광이다"고 할 뿐 더 이상의 주석을 달지 않았다. 시정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오 시장은 지방선거를 겪고, 현장을 다니며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의 의미를 새삼 느낀다고 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는 민심의 가르침이다.

문화와 복지, 소통에 무게를 둔 민선5기 시정이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서울의 위상을 얼마나 높일 지, 오세훈 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인터뷰 전문은 주간한국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프로필…
1961년 서울 생, 대일고ㆍ고려대 법대 졸업, 고려대 대학원 법학박사, 26회 사법시험 합격,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 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미래연대 공동대표
민선4ㆍ5기 서울시장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