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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식, "뮤지엄은 최고의 문화주유소"

[한국초대석] 최병식 경희대 교수
3권의 책 출간… 10년간 연구해온 박물관학ㆍ미술관학 성과 집대성
시민참여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문턱 낮추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한껏 높인 G20 정상회의 때 각국의 정상과 주요국가 대표들이 공식 일정을 시작한 곳은 어디일까?

행사장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도, 청와대도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각국의 VIP는 11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환영 리셉션과 업무만찬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고, 자연스레 한국의 문화유산을 둘러봤다.

이러한 장면은 하나하나 미국 CNN, 영국 BBC, 일본 NHK 등 전 세계 주요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한국의 수준 높은 문화를 알리고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G20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부인들은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환영 리셉션에 참석해 한식을 맛보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의 혁신적인 작품과 한국의 고대 국보급 유물을 관람했다.

G20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에 한국의 이미지를 전하고 문화 한국을 알리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한 주체는 박물관과 미술관이었다.

  • <뮤지엄을 만드는 사람들>
이는 문화의 보고인 박물관과 미술관이 세계 공통의 무대인 동시에 한 국가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렇게 박물관과 미술관의 가치가 새삼 주목받는 가운데 10년간 연구해온 박물관학ㆍ미술관학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책이 최근 출간돼 국내외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병식 경희대 미술대학 교수가 펴낸 <뉴 뮤지엄의 탄생>, <박물관 경영과 전략>, <뮤지엄을 만드는 사람들>(동문선) 3권이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500여 개 뮤지엄을 방문해 큐레이터와 관장 등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아 박물관의 정의와 규정, 관리와 연구, 경영 실태와 프로그램 등을 정리했다. 여기에 국내 사립미술관 관장을 수십 차례 인터뷰하고 4년간의 자료 조사를 한 결과를 더했다.

세계 뮤지엄의 최신 정보들과 학문적 성과들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현장을 방문한 생생한 자료들을 활용, 방대한 연구성과를 내놓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예다.

  • <박문관 경영관 전략>
18일 최병식 교수를 만나 역저를 펴낸 과정과 의미,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우선 10년에 걸친 노작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 이전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박물관 분야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것은 2004년 한국박물관협회 지원사업 평가단장을 맡으면서부터입니다. 그 이후 수십 회에 걸쳐 국내외 박물관과 미술관ㆍ과학관ㆍ기념관 등을 방문하게 됐고 학문과 박물관 현장, 박물관 정책에 너무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집필을 생각했습니다."

한국박물관협회에 등록된 뮤지엄이 800여 개. 등록 안한 곳까지 치면 더 많은데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등 뮤지엄을 구분하는 것도, 관련 자료도 정리돼 있지 않았다는 것.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사립 박물관ㆍ미술관을 운영하는 관장들을 만난 것도 집필에 소명의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최 교수는 2005년부터 카메라도 구입하고 본격적인 뮤지엄 탐사에 나섰지만 적잖은 난관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랐다.

"전 세계 뮤지엄의 70%는 촬영을 못하게 돼있습니다. 촬영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죠. 7개국어 정도를 해야 하는 언어적 어려움도 있었고, 자비로 일을 하다보니 현실적인 문제가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 <뉴 뮤지엄의 탄생>
최 교수는 인터뷰를 위해 6개월 전부터 취지를 설명하는 e메일을 보내 약속을 잡기도 하였고, 촬영을 말리는 직원과 승강이를 여러차례 벌이기도 했다.

책 <뉴 뮤지엄의 탄생> 표지인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사진은 대표적인 예. "비 오는 날 다리에 매달리다시피 해서 겨우 찍었는데, 하마터면 카메라를 잡느라 떨어질 뻔 했죠."

그래서일까 최 교수가 방문한 뮤지엄 중에 촬영 못한 곳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렇게 모아진 사진은 무려 10만 장이나 된다.

해외 뮤지엄과 국내 뮤지엄을 수없이 드나들었으니 자연스럽게 차이점이 보일 법도 하겠다.

"해외 뮤지엄은 기증과 기부가 활발합니다. 기증과 기부를 받으려면 시민들이 많이 찾게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활발해요. 전시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공을 들이고요."

  • 퐁피두 센터 국립현대미술관
반면 국내 뮤지엄은 전시 방식이 단조롭고 딱딱하다고 지적한다. 대형 뮤지엄일수록 분위기나 전시 내용이 무겁고 엄숙해 친근감을 갖기 어렵다고 한다.

건물 또한 '수장'에 비중을 둔 듯 획일적이어서 바라만 보아도 예술성에 감탄하는 프랑스 퐁피두 센터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구겐하임 미술관 등과 너무 대조가 된다는 설명이다.

책 <박물관의 경영과 전략>은 시민들이 박물관을 찾게 하는 경영 전략, 특별 프로그램, 서비스 등을 설득력 있게 제시, 국내 뮤지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박물관은 테마파크, 전용극장, 복합문화공간 같은 곳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시민들을 끌어들이는데 국내 박물관은 소극적인 편입니다. 박물관의 고유 기능은 유지하면서 시민의 박물관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10년간 세계 뮤지엄을 돌아본 최 교수에게 최근의 뮤지엄 트렌드를 물었다.

  • 브리티시 박물관
"제1세대 뮤지엄이 자료의 보존을 중시하고, 제2세대 뮤지엄이 자료 공개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제3세대 오늘날의 뮤지엄은 시민의 참여와 체험위주로 운영되는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를 중심으로 한 '오픈 에어 뮤지엄', 프랑스의 '에코뮤지엄' 처럼 공공성이 강화되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 "휴스턴 순수미술관의 피터 마르시오 관장이 '박물관이란 쇼핑몰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의 센터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최 교수는 대화 중 여러차례 뮤지엄을 '문화주유소'라고 표현했다. "21.5세기는 진정한 문화의 시대가 될 겁니다. 뮤지엄은 그 중심에서 문화주유소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뮤지엄이 제대로 문화주유소 역할을 하려면 시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뮤지엄의 문턱을 낮추고, 친근한 뮤지엄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시민의 성숙한 문화의식이 병행되야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또 다른 문화주유소로 전국의 사립미술관을 거론하면서 운영자들에 경의를 나타냈다. "박물관, 미술관을 운영하는 분들이 생활에 여유가 있거나 화려하게 비쳐지지만 실제 상황은 너무나 힘들고 열악합니다. 사재를 털어가며 운영하는 그 분들의 열정과 헌신에 숙연할 때가 많습니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최 교수에게 집필과 관련해 향후 계획을 물으니 3권의 책을 한꺼번에 낸 후라 일단은 쉬고싶다면서도 뮤지엄과 관련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함께 내고 싶었다는 소회와 큐레이터에 대해 전반적인 글을 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최 교수는 자신의 책이 차후 연구자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잡이가 되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용기를 내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최 교수의 향후 집필과 또 다른 누군가가 그의 길을 이어갈지 자못 궁금하다.

<최병식 교수는…>
경희대, 중국문화대 예술대학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졸업. 철학박사. 미술평론ㆍ박물관 미술관ㆍ예술경영 분야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사립박물관협회,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등의 자문위원이다. <미술시장과 아트딜러>, <미술시장트렌드와 투자>, <문화전략과 순수예술>, <미술시장과 경영>, <동양회화미학>, <미술의구조와 신비> 등 25권의 저서와 편저가 있으며, 20여 편의 논문과 30여 회의 세미나 발표, 70여 편의 소논문과 칼럼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 뮤지엄의 탄생》
박물관 미술관의 주요 기능과 세계 각국의 현황과 사례, 분류를 개괄하였다. 1장 '박물관의 정의와 규정'에서는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과 미국의 박물관 규정 및 박물관 명칭과 정체성을 다루었고, 2장 '박물관의 다원화'에서는 전 세계 박물관의 분류와 뉴 뮤지엄의 탄생과 진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을 선별해 건축구조와 함께 설명했다. 3장에서 5장까지는 '소장 및 관리, 연구, 교육분야'로서 박물관 기능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와 역할의 주요 내용, 최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과 한국 박물관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았다. 6장에서는 '전문직'으로서 학예사, 에듀케이터, 도슨트 등의 의미와 임무, 최근의 현황 등을 보여준다. .

《박물관 경영과 전략
뮤지엄의 사례와 다양한 운영방법의 변화, 경영을 위한 입체적인 전략 등을 포괄하고 있다. 박물관 경영 전략과 프로그램, 관람제도와 괌람료, 공연 등을 개최하는 특별 프로그램 등이 상세하게 기록했다. 뮤지엄 관련 주요 협력기구와 단지를 형성하는 뮤지엄 콤플렉스, 뮤지엄 마일, 업무 협력을 중심으로 한 트러스트 등을 비롯한 등록과 인증, 평가제도 등 경영에 관한 정책, 규정, 최근의 사례를 총괄하고 있다. 특히, 뒷 부분에 수록된 외국의 주요박물관 1000개의 색인은 표기법 등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뮤지엄을 만드는 사람들》
국내 대표적인 26개 사립박물관 미술관 28명(2명은 공동관장) 관장들이 일생을 바쳐서 수집해온 컬렉션 과정의 숱한 일화들. 뮤지엄 설립의 배경, 주요 역사와 에피소드, 대표적인 소장품의 내력과 의미 등을 담았다. 저자가 직접 전국의 뮤지엄을 수십 차례 순회하면서 직접 인터뷰와 자료 수집을 통해 집필했으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립뮤지엄들이 설립되는 배경과 역사를 대관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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