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마인드 프로그램 소개

"여기 제 손에 물이 든 컵이 있습니다. 10분 동안, 이 물이 얼마나 줄어들까요? (청중 : 거의 안 줄죠.) 그럼 1시간 동안 들고 있으면요? (청중 : 그래도 거의 안 줄겠죠.) 그럼 5시간, 아니 24시간 동안 들고 있으면 어떨까요? (청중 : …..팔만 아프지 않을까요?) 그렇죠, 그럼 이제 컵좀 내려놓읍시다."

걱정과 앞으로의 '할' 일들로 잠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상태에 대한 적절한 비유다. 강단에 선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동환 원장(43)은 이 비유를 통해, 강연장에 모인 청중들에게 몸과 마음 이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최근 마음 에너지를 키우는 <로봇의 마음을 훔친 병아리>을 펴냈다. 만성피로의 해결책을 제시한 첫 번째 저서 <당신의 세포가 병들어가고 있다>가 몸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책은 마음에 포커스를 맞췄다.

의사 경력 19년 차의 이 원장은 10여 년 전부터 만성피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5년 전부터는 심리적 불안정을 치료하는 데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점점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피로와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진료하는 환자들은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아무 이상도 발견되지 않지만, 지속적인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환자 아닌 환자'들.

'환자 아닌 환자'들의 증상은 대략 식욕부진, 가벼운 우울증, 일 년 내내 지속되는 감기, 잦은 배앓이, 뇌 검사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일명 화병이라 불리는 가슴 답답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현대의학이 아닌 기능의학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이들이다. 잦은 야근과 끊임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상당수가 이 환자군에 속한다.

일반 병원에서는 '별 이상은 없고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답하곤 한다. 이때부터 애꿎은 순회진료가 시작되거나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난치병으로 받아들인다.

과거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속적인 혹사를 당했거나, 현재 진행 중인 이들은 부신기능과 세포 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기능은 심신이 안정되었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기능의학은 이미 미국에서 수많은 연구자료가 발표되었고 그 과학성을 인정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이 원장이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해가 거의 없었다. 몇 년 후 웰빙 바람이 불었고 이 원장을 통해 효과를 본 이들이 인터넷에 후기를 올리면서 공중파에 출연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환자들이 찾아왔다.

"처음 기능의학 진료를 시작할 때 찾아온 이들은 지인이나 주변 소개로 온 분들이었어요. 당시 치료율은 100%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많아지면서 치료율은 30-40%로 떨어졌습니다. 세포 기능만 개선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지요. 심리적인 불안정이 복병이었던 겁니다. 그때 안 것이 마음에도 면역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면역이 강한 사람도 있고, 약한 사람도 있다. 마음 면역이 강한 사람은 자연히 스트레스도 잘 이겨내기 마련이다. 그때부터 이 원장은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심리 치료가 병행되면서 현재 완치율은 70-80% 정도로 상승했다.

설기문 심리학 박사에게 찾아가 심리학적 치료법을 습득했는데, 이는 미국 기능의학에서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이 원장이 필요에 의해 채워 넣은 것이다. 이 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마인드 프로그램을 '큐헴(QHEM:육체와 마음, 뇌의 힘을 조절하는 기법들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쉽게 만든 기법)'이란 용어로 묶었다.

<로봇의 마음을 훔친 병아리>가 바로 그에 대한 책이다. 이미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마음과 몸의 릴랙스 프로그램을 만든 것.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NLP, EFT, 에릭슨 최면 등이다.

책에는 '행복단추'라고도 나오는 NLP의 앵커링 (anchoring)은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긍정적인 감정 상태로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자신 몸의 한 부분에 그 기억을 저장한다는 의미에서 살짝 꼬집거나 손으로 쳐주는 방식.

"앵커링으로 지난 5년간 행복감을 느껴본 적 없는 주부에게 10분 만에 행복감을 상기시켜주기도 했습니다. 늘 의욕이 없고, 아프고. 우울하다는 분이었어요. 정신과에서 약을 복용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분이었죠. 그 분의 첫 아이 이름을 부르면서 목욕시키는 느낌, 비누 냄새, 아이의 눈빛, 소리 등 오감을 이용해서 그때의 기분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러면 곧 행복감에 빠진 표정이 나타나요. 그때 손가락이나 손등에 앤커링을 걸어주죠. 이후엔 다른 치료를 받더라도 효과가 좋습니다."

에릭슨 최면도 마음을 이완시켜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무의식에 암시를 걸어주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한 건, 뇌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짜로 웃다가 곧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최면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통한 몸의 이완이 필수적이다.

"몸을 푸는 건, 마음 상태를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간혹 근육의 긴장을 풀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땐 몸의 부위별로 힘을 줬다가 빼기를 반복하면 긴장이 풀리죠. 그 다음에 최면으로 마음의 긴장을 푸는데요. '레드 선'은 할 필요도 없이, 눈을 감고 암시를 주면 5분 안에 최면이 걸립니다."

이 원장의 방식을 옮겨보면 이렇다. '그동안 스트레스 때문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던 것이 풀어집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부신도 말라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파랗던 부신은 분홍색으로 변해 건강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내장을 떠올리며 심상화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처음엔 '쓸데없는 짓 한다'고 폄하하던 동료 의사들이 이제는 그에게 강의를 듣는다.

의사일 뿐 아니라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작곡가이자, 한국강사협회가 선정한 80호 명강사, 게다가 책까지 쓰는 이동환 원장. 그는 이 모든 일이 결국 하나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작곡하면서 제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진료는 물론이고 책과 강연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앞으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큐헴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