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아트옥션 공상구 대표] 3월 본격 경매… 공화랑 40년 경력과 젊은 패기로 미술시장 신뢰회복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토대는 경제력과 문화이다. 경제력은 문화와 상관관계를 가지며 삶의 질을 담보한다. 경제 성장이 문화를 고양시키고, 문화는 경제를 이끄는 상호 보완적인 선순환 구조가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국내 미술시장은 몇 년째 경제와 무관하게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꾸준한 경제성장과 주식시장이 최고조의 호황을 보이고 있음에도 미술시장에 서린 한기가 좀처럼 걷히질 않고 있는 것. 최근 조금씩 회복하는 기미를 보이는 듯했지만 전반적으로 침체 분위기가 여전하다.

경제 일반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미술시장의 회복이 더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시장에 대한 신뢰 부족이라는 내적 요인이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술품에 대한 정당한 가치평가 결여, 화랑과 옥션, 딜러(상인) 간의 복마전 양상,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불균형적 매매 등도 미술시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렇게 시장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오는 3월 (주)마이아트옥션이 본격적으로 출범한다.

미술시장은 마이아트옥션의 진출을 주목하고, 일부에선 상당한 기대까지 나타내고 있다. 이 옥션의 주체와 역량에 비춰 현재의 미술시장 구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마이아트옥션은 인사동 화랑가의 산증인인 공화랑(현재 공아트스페이스)에 기반, 공아트스페이스의 공창호 대표와 아들인 공상구 마이아트옥션 대표를 두 축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공상구 대표가 전면에서 옥션의 전반을 아우르고, 공창호 대표는 뒤에서 전문성과 광범위한 인맥을 활용해 옥션의 순항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아트옥션의 경쟁력에 대해 공상구 대표가 '공화랑의 40년 경력과 자신의 젊은 패기'를 언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화랑은 인사동에서 고미술과 동양화의 터줏대감으로 통했다. 수준 높은 전시는 물론, 공창호 대표가 고미술과 동양화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감정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유명 고서화 중 그의 손을 거쳐간 게 절반 이상이고, 수많은 고미술품이 그에 의해 진위가 가려져 문화재로 인정받았다.

공상구 대표는 어려서부터 부친과 함께 고서화를 봐왔고 진위를 가리는 안목을 배웠다. 그가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배우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도자를 전공한 것은 부친의 뜻을 잇고 내공을 다지려는 데 있었다.

그에게 서울옥션과 K옥션이라는 두 거대 옥션 사이에서 마이아트옥션의 경쟁력을 묻자 "총 물량에선 두 옥션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고미술과 동양화에선 앞설 자신이 있고, 다른 현대미술 분야에서도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여기에 자신의 '젊은 패기'를 더해 미술시장 구조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저평가 되고 있는 동양화를 비롯해 미술품 전반에 정당한 가치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술품의 균형있는 유통구조를 확립하고 정당한 가치평가를 위해서 이전에 없던 혁신적이고 안전한 시스템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동양화시장처럼 저평가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품목을 집중적으로 조명시켜주고, 서양화 등 이미 인기있는 품목은 무리하게 가격경쟁을 종용하는 것을 방지해 작품의 가치를 잃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동양화의 저평가에 대해 "결국은 신뢰 문제"라면서 업체 간 불신에다 좋은 동양화 작품을 내놓지 않는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서양화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최고가의 작품이 (경매에)나오는데, 동양화는 좋은 작품을 내놓지 않아요. 그러니 정당한 평가도 이뤄지지 않죠."

그는 마이아트옥션에서는 가능한 수준 높은 작품이 출품될 수 있도록 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옥션 운영과 관련해 몇 가지 획기적인 방안을 들려줬다. 하나는 해외에 유출돼 있는 문화재급 고미술품을 환수하는 차원에서 매년 1회 정기전을 갖는다는 복안이다.

"일본과 미국에는 우리의 귀중한 고미술품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들 나라에서만 거래되거나 크리스티, 소더비 등 국제적 경매회사를 통해 타인들 손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야요. 마이아트옥션 경매를 통해 국내로 환수하는 효과를 가져올 생각입니다."

그는 일본측 관계자들과 합의가 진전된 상황이라며 경매에 신뢰가 쌓이면 정기전 회수를 늘릴 생각이라는 방안도 밝혔다.

또 다른 운영방안은 미술아카데미를 운영해 미술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옥션이 미술품 매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카데미를 운영해 미술을 이해하고 작품에 대한 식견도 갖게 해 옥션을 활성화하는 취지입니다."

오는 3월 닻을 올리는 마이아트옥션의 좌표, 또는 위상은 무엇일까?

"미술품 거래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신뢰있는 미술품 전시장, 신뢰있는 작품평가로 미술품 거래의 중심지였던 인사동에서 마이아트옥션이 지역의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이다. 예컨대 인사동에 미술품 딜러들이 적고, 있어도 영세한 것을 감안해 마이아트옥션이 이들의 구심점이 돼 좋은 작품이 유통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는 마이아트옥션이 경매의 메카가 되는 것은 미술품 거래에 머물지 않고 미술시장의 질서를 회복해 화랑, 딜러, 콜렉터 등이 상호 신뢰를 갖고 미술을 향유하는, 옛 인사동 화랑가의 본모습을 되살리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에게서 마이아트옥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문득 그가 담당해온 전시 분야가 궁금해졌다.

그는 최근까지 조선시대 명작을 모아 <안목(眼目)과 안복(眼福)> 전(2009.6), <문심(文心)과 문정(文情)> 전(2010.4), 공아트스페이스 이관 기념 <거화추실(去華趨實)> 전(2010.10), <청전(靑田)과 소정(小亭)> 특별전(2010.12) 뿐만 아니라 수많은 현대미술전을 열었다.

"옥션과 전시를 병행할 겁니다. 전시를 통해 옥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옥션 또한 전시에 대한 안목을 높여줍니다."

마이아트옥션의 행보가 시작되는 3월 이후, 미술시장의 풍향과 인사동의 정취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 지 자못 궁금하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