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1995년부터 현재까지 정치 논쟁 담아내

칼럼니스트 한윤형 앞에 흔히 붙는 수식어는 '20대 논객'이다. 한 씨를 비롯해 김현진, 노정태 등 2000년대 중반 떠오른 20대 논객들은 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태어나 학창시절 IMF를 겪었고, 촛불집회로 정치감각을 깨운 세대다.

인터넷 블로그로 이름을 알렸고, 독자들과는 트위터로 대화한다. 당연히 이들이 가진 정치, 사회, 문화적 감각은 386세대의 그것과 차별화된다. 이들은 거대한 민족의식이나 비장한 역사인식을 내세우기보다 자신들의 삶과 직결되는 사회모순을 얘기한다. 가령 비정규직, 청년실업, 한미쇠고기협상 같은 문제들 말이다.

이들은 발랄한 사유를 펼치며 2000년대 중반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객'으로 꼽히다가 하나 둘, 기성 매체에 필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 씨 역시 마찬가지. 장르문학잡지<판타스틱> 등에서 객원에디터로 활동하던 그는 2008년 영화주간지 <씨네21> 고정필진으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한 종합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며 책을 쓰고 있다.

김동춘, 고병권, 천정환 등 진보지식인들과 함께 쓴 <리영희 프리즘>을 비롯해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 <뉴라이트 사용후기> 등을 냈다. 그가 '정치에 눈을 뜬' 것은 학창시절 '저널룩'(저널을 표방하며 만든 잡지형식의 책)을 접하면서다.

이후 '안티조선 운동' 초기 멤버로 활동하며 열정적으로 글을 써왔다. 저널로 정치, 사회의식을 다졌고, 소비자 운동(안티조선 운동)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선배에게 '학습'받고, 학생운동으로 대학시절을 보낸 386세대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신간 <안티조선 운동사>는 이 청년세대가 '뾰족한 생각'을 키우게 된 배경을 소개한 책이다. "왜 아직도 안티조선인가?"란 질문에 한 씨는 "이 책은 안티조선 '운동사'를 표방한다. 안티조선 운동이 촉발됐던 95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한국사회 정치논쟁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조선일보에 문제점이 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안티조선 운동 논리가 어떻게 구성됐는가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저는 95년(언론 소비자운동에서) 조선일보만을 타깃으로 삼게 된 건 우연의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사회운동의 전술적 차원에서 조선일보가 타깃으로 정해진 것이고, 시대나 환경에 따라서 이 사회운동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신간은 안티조선 운동의 태동과 전개과정, 언론사와 언론 운동사를 살핀 책이다. 1부 '맥락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예비학습'에서 1920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언론사를 간추렸고, 2부부터 5부까지 안티조선 운동의 변천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 6부에서는 현정부 집권부터 지금까지 언론과 우리 사회 모습을 담았다. 말하자면 안티조선 운동사를 통해, 이 운동이 태동된 199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사를 집약한 책이다.

'하나의 운동과 세대는 만들어지는 동시에 스스로를 구성해 나가기도 하는 것인데, 한윤형에게는 안티조선 운동이 그러하다.'

문학평론가 이명원 씨는 이 책의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이 청년세대가 정치, 사회, 문화를 바라보는 시야의 변천사가 이 과정에 담겨있다는 말이다.

이 시야의 연장선에서 한 씨를 비롯한 청년 논객들이 비정규직과 천안함 사태와 한미FTA에 대한 제 나름의 논리들을 펼친다. 고로 이 운동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 "아직도 안티조선인가?"란 질문에도 그가 꿋꿋이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세화, 박노자, 진중권 등 우리사회 진보지식인 6인을 청년세대가 비평하는 평론집을 기획 중인 그는 말했다.

"이 두 권을 쓰면서 우리세대가 정치에 관심 가진 맥락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가 쓴 일련의 책과 앞으로 쓸 책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