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로 첫 사극 도전… 아이돌 1세대 근초고왕 라이벌 '해건' 열연

백제의 근초고왕은 이 시대의 영웅이다. 백제의 기운을 널리 알리며 중국과 일본 등에까지 '외실백제'를 추구했다. 그러나 그에 대적하며 라이벌의 관계에 있었던 '해건'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해건은 해녕의 적장자이자 부여준이 양아들로 삼을 만큼 재기가 발랄한 인물이었다. KBS 대하드라마 <근초고왕>의 윤창범PD도 해건을 두고 "조조에 견줄 만한 인물"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다.

해건은 근초고왕이 외실을 위해 온 힘을 쏟는 것에 반대하며 백제의 내실을 굳건히 할 것을 강조했다.

해건은 근초고왕이 백제의 왕실에 들어오기 전 책사로서 뛰어난 두뇌를 뽐냈다. 이후에도 근초고왕에 오랜 세월 동안 대항하는 인물로 드라마에서 그려진다. 가수 겸 배우 이지훈(33)은 드라마 <근초고왕>에서 이 해건의 역할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그로서는 첫 사극 도전이다.

이지훈은 사실 1996년 19세의 나이로 1집 앨범 로 데뷔했다. 타이틀곡 <왜 하늘은>이 히트하면서, 당시 그룹 H.O.T나 신화, 젝스키스 등과 함께 활동하며 10대 아이돌 가수의 시대를 열었다. 그를 두고 아이돌 1세대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지훈은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며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드라마 <귀여운 여인>, <원더풀 라이프>, <빌리진 날 봐요>, <헬로! 애기씨>, <너는 내 운명>, <멈출 수 없어>에 이어 <근초고왕>까지 7개의 작품을 해내고 있다.

또 뮤지컬 <알타보이즈>, <젊음의 행진>, <내 마음의 풍금>, <쓰릴 미>, <형제는 용감했다>, <햄릿> 등의 무대에 오르며 '멀티 플레이어'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 15년 경력이지만 여전히 도전할 것이 많다. 사극도 그 중 하나. 최근에는 극중에서 검술도 선보여 액션배우라는 별명이 더 붙었다. "손의 상처가 가시질 않는다"며 내민 두 손등은 온통 상처투성이. 뮤지컬 <햄릿>에서 배웠던 검술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한다.

뮤지컬하며 쌓았던 내공이 비로소 드라마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 하지만 여전히 가수 출신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이지훈 스스로도 "영원히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할 만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무대 연기를 꾸준히 하면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근초고왕>을 통해 배우 한진희, 윤승원, 최명길 등 많은 중견배우들에게 대사나 행동 하나하나 지도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련한 선배들의 가르침이 더 깊은 연기 내공을 위한 공부가 될 터이다.

최근에 그는 아이돌 1세대로서 후배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아이돌 문화'가 대중문화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전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그 또한 놀랐다.

이지훈은 자신이 활동하던 시기의 아이돌 가수들과는 실력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면서도 "아쉬운 건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라며 염려했다.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기획사의 바쁜 스케줄 속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채 활동에만 전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당시에는 선배가수들과의 교류가 있어서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며 후배들이 향유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아이돌 후배들이 아시아에 뻗어놓은 K-POP 열풍에는 조만간 동참할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의 음반회사 EMI와 계약을 체결해 일본 내 활동이 예약돼 있다. 이미 3~4년간 일본 활동을 꾸준히 해온 터라 고정 팬들이 있지만 K-POP의 선전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물론 뮤지컬 활동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2011년도 바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는 셈. 그래도 그에게는 해건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게 급선무다. "사극 <해신>에서 '염장' 역할의 송일국 선배처럼 시청자들에게 선명하게 각인되는 게 목표"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