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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문학비평은 인문적 교양의 기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평론집 <문학이 무엇인지…> 출간, <민족문학과…> 재출간
우리 시대 대표적인 지식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문학평론집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이 출간됐다. 이와 함께 70년대 말 출간됐다 절판된 그의 첫 번째, 두 번째 저서를 개정해 합본한 평론집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도 함께 나왔다.

지난주 책 출간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난 백낙청 명예교수는 "글 쓰는 사람이 책을 내는 것은 언제나 기쁨이지만 이번에는 두 배, 세 배의 기쁨"이라며 "우리가 처한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민족문학론 등을 처음 제기할 때 가졌던 문제의식은 변하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비평의 목표는 대화

신작은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보람>(2006)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문학평론집이다. 표제 평론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에서 저자는 2008년 촛불집회의 경험이 어떻게 익숙한 작품과 새로운 대면을 유도했는가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데서 출발해 최근 한국문학이 사회 상황과 맥락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음을 지적한다.

문학인들이 일반 시민들의 감수성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평론가들 역시 자기 부류에서만 읽히는 글쓰기로 자족하고 작가들은 평론에서 언급되기 위해 작품을 쓰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비판이다.

  •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서울 중구 무교동 한 빌딩에서 열린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과 <민족문학과 세계문학1/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물론 촛불집회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거치며 '문학과 정치'는 2000년대 후반 문단의 최대 이슈가 됐고,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69작가선언', 용산참사 릴레이 시위 등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기도 했다.

2007년부터 꾸준히 발표해온 문학평론을 1부에 묶고 1980년대 여러 지면에 실은 외국문학 관련 평론과 관악초청강연(2009년) 내용을 모아 2부를 꾸렸다.

특히 한국문학에 대한 1부의 글들은 미래파 시에 대한 비판적 검토, 고은부터 박완서, 신경숙, 윤영수, 박민규, 김애란 등의 작품에 대한 정치한 분석을 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 제목에서도 드러나지만 '문학의 위기론'이 제기된 지 꽤 오래됐다. 문학이 과연 예전만큼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도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문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문학이 현실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냐는 질문보다 더 넓은 것이다. 문학이 현실 속에서 뭘 할 수 있느냐는 것은 문학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묻는 많은 질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현실에서 문학의 힘은 우리가 진지하게 검토할 문제다. 중요한 것은 문학이 현실에 역할하는 것은 선전 팸플릿처럼 당장 읽고 그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라고 본다. 훌륭한 문학은 사람의 마음과 감성을 바꾸고 우리의 언어를 쇄신함으로써 사회와 개개인의 삶을 더 심층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드러나는 것도 숫자로 개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 문학과 정치가 문학계 주요 담론이 되면서 젊은 작가들의 의식이나 작품경향이 변화를 보인다는 평이 있다. 정치에 관한 젊은 세대와 백낙청 교수의 관점은 어떻게 다른가? 문학과 정치를 잘 구현하는 작가로 누구를 꼽는가?

"문학과 정치란 담론을 창비만 다룬 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화두가 된 이 담론은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시를 쓰는 사람들의 논의를 창비가 받아서, 한편으로 창비가 그 논의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계간지에서 논의를 확대시켰다. 이 담론이 창비와 관련이 있지만, 소위 그 전통적인 창비 그룹이 아닌 진은영 시인이 '시와 정치' 논의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창비 편집위원 중에 이장욱 시인도 다른 전통적인 편집위원과 성향이 다르다."

- 최근의 젊은 비평가들의 글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반적 경향을 말한다면, 너무 어렵게 쓴다. 기본적으로 비평은 독자로서 다른 독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비평의 일차적인 목표는 작가를 향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런 정신이 우리 평단에 부족한 것 같다. 남과 다른 말을 해야 하고, 자기만이 아는 이야기를 작가에게 일러줘서 일깨워 줘야 한다든가, 아는 사람들끼리 말해서 재미 보겠다는 성향이 많다."

시대와 함께 읽는 문학정신

다시 출간된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 민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는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호 권두논문을 비롯해 70년대 문학비평을 묶은 책이다. 5부로 구성된 <민족문학과 세계문학1>은 70년대 백낙청 비평의 성과를 중간 결산한 평론집으로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이란 그의 문학적 인식의 근본을 드러낸 명작이다.

2부로 구성된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는 문학과 사회평론, 정치 논설이 포함된 평론집이다. 대부분 유신체제하 해직 교수 시절 쓰여 당시 시대적 분위기가 짙게 녹아있다.

그는 "1960~70년대에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부끄러운 점도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그때 내가 가고자 했던 길, 초심에 충실해왔다는 자부심도 들었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도 됐다"고 감회를 말했다.

그는 "좋은 글을 읽고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문학비평이며, 이는 인문적 교양의 기본 중의 기본"이며 "문학비평은 인간다운 삶에 중요한 것이며 문명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 민족문학에 관한 담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나?

"영어 내셔널 리터렉처(national literature)를 민족문학과 국민문학으로 번역한다. 70년대는 민족문학이라고 했다. 남북대결이 첨예한 시절에 국민문학의 우리민족의 반쪽만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문인들은 그런 분단상황을 거부하고 민족의 문학을 말하겠다는 시선이 있었다. '세계화 시대에 민족 개념은 낡은 것이다'란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민족을 상대화해서, 세계화와 연관해서 보자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세계화로 민족국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민족을 상대화한다는 것은 그 상황만큼 중요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지 절대시해도 안 되고 절대적으로 부정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 민족주의 관점이 배타성을 만들어 낸다는 지적도 있다.

"민족주의를 상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런 문제점을 짚고 불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근데 배타성 만드는 게 민족주의뿐인가? 세계화란 것이 빈부격차를 심화하고, 더 나아가 민족 간에 불평등을 심화하고, 자본과 상품은 국경 없이 만들지만, 사람들은 이동 못한다. 국가와 인종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세계화에 대해서 부정과 긍정을 말하듯, 민족주의에 대해서도 부정과 긍정을 말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 민족주의는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최근 장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

"요즘 소설을 많이 못 본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대답하기가 꺼려진다. 아무래도 창비에서 나온 소설을 많이 읽다보니까 창비에서 나온 것만 말하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이 우려를 전제하고 말한다면 근래 읽은 소설 중에서 김애란의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이 뛰어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김미월의 <여덟 번째 방>도 꽤 잘 썼더라. 공선옥의 단편은 좋은 게 많은데 장편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꽃 같은 시절>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전보다는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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