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스테파니 김]허리 부상 그룹 활동 중단…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무대에

요즘 연예계 스타들 중에는 무용을 전공한 이들이 유독 많다. '댄스'라는 공통점에서 걸그룹을 통해 가요계에 진출한 이들이 주를 이루고, 춤을 통해 다진 외모로 연 데뷔나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경우도 많다.

무용 전공자들은 이미 무대에서 관객의 시선을 받으며 퍼포먼스를 하는 훈련도 충분히 되어 있다. 지금도 끼와 외모를 갖춘 무용과 학생들이 연예계의 유혹을 받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걸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멤버였던 스테파니 김(김보경)은 이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허리 부상 때문에 그룹 활동을 중단하고 사라졌던 그녀의 이름은 최근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의 명단에서 다시 나타났다.

6월 29일부터 7월 6일까지 이어지는 이 공연은 그동안 강수진, 유지연, 배주윤 등 세계적인 무용수들만이 섰던 무대다. 야생마 같은 웨이브를 보여주던 '아이돌 천무스테파니'는 이 무대에서 청순가련의 대명사 '지젤'과 자신의 안무작 'fragile'을 통해 '발레리나 김보경'으로의 변신을 보여주게 된다. 그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룹 활동 중단 이후 지난해 갑자기 한예종 무용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연예인에서 무용가로의 복귀는 굉장히 드문 일인데요.

"일본 활동 중 허리를 다쳐 미국 샌디에이고로 돌아가 2년 동안 재활치료를 했습니다. 이때 다시 발레를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8개월간은 아무것도 못했지만 조금씩 스트레칭을 하면서 1년 후에는 클래식 발레 라이센스까지 취득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점점 운동량도 많아졌고 나중에 LA발레단 오디션도 보게 됐습니다. 이후 무용원에 입학했지만 동시에 발레단에도 합격이 되어서 무용수로서 활동해왔습니다."

발레리나로서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는 정말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첫 작품 때, 특히 주역으로 무대에 올랐을 땐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다시는 무대에 설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공연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숨이 막힐 정도로 행복했죠."

LA발레단에서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나요.

"무용수로서는 매일 8시간 이상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호두까기 인형' 중 아라비안 댄스, 발란신 발레의 솔로 등을 췄구요, 안무가와 교사로도 활동했습니다. 발레단이 운영하고 있는 LA발레학교에서 발레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가수로서의 생활과 발레리나로서의 삶은 전혀 달랐을 텐데, 적응이 잘 되던가요.

"2년이라는 재활치료 후엔 모든 것이 즐거웠고 재미있었습니다. 무려 6년 동안이나 무용을 쉬었지만 발레단과 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며 생활했습니다."

아이돌 중에서도 발레를 잘하는 가수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가수 출신의 발레리나가 됐습니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세요.

"전 제가 가진 재능들을 모두 펼치고 싶습니다. 저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도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 모습이 가수이건 무용수이건 상관없이 제가 앞으로 보여드릴 모습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보스턴발레단II에서 입단 제의가 올 정도로 발레 유망주였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가수가 됐고, 지금은 다시 발레리나가 되어 있습니다. 원래 꿈은 무엇이었나요.

"딱히 꿈은 없었어요. 항상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걸 꾸준히 했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항상 설레어 했었습니다."

연예계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학교까지 들어가기로 결정한 데는 어떤 결심이 있었을 듯합니다. 특히 무용원 창작과는 무용수보다는 안무가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곳인데요.

"가수 활동을 할 때나 발레단에서 활동할 때, 항상 안무를 도맡아 했고 기회도 많았습니다. 안무는 제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열정이라고 할까요. 무용원 창작과에 들어간 이유도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있는 안무 분야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은 그동안 최고의 발레스타들만 참여했던 행사인데, 발레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이라 더 특별한 기분일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강수진과 친구들' 무대를 볼 때만 해도 이런 기회가 저에게 올지는 꿈에도 몰랐었거든요. 발레단을 통해 직접 초청장을 받았는데, 이렇게 큰 공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영광스럽죠. 아직 부족한 저이지만 이런 기회가 온 만큼 팬들과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공연은 본인에게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듯한데요. 앞으로 어떤 무대에서 활동을 할 계획인가요. 발레리나로서의 경력이 시작되는 건가요. 아니면 가수 복귀도 생각하고 있는지.

"아직은 배우면서 탤런트를 쌓아가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딱 꼬집어 말은 못할 것 같습니다. 그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열심히 공부하고 경력을 쌓아서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테파니 김이 즉답을 피한 것은 이번 공연을 끝으로 프로 무용수의 생활마저 잠시 접게 되기 때문. LA발레단과의 시즌 계약이 만료된 그녀는 한국에 돌아와 무용원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결국 그녀의 진로는 공부를 마친 후에 결정된다는 것. 하지만 어떤 진로가 선택되든 팬들은 무대에서 춤추는 스테파니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가장 화려한 무대를 경험한 그녀는 학교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특별한 무대를 보여줄까. 이번 공연은 그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