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장 노엘 쥬테 씨와 황석영의 '심청' 공동번역, 한국문학 번역상 대상 수상

최미경과 장 노엘 주태
"프랑스에서도 이제 '한국문학'이 아니라 '문학'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유력출판사인 갈리마르 출판사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포함되거나 (김훈 <칼의노래>), 쇠이유의 문고본으로(오정희 <새>) 우리 소설이 출간되고 있거든요. 번역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낍니다."(최미경)

황석영의 <심청>을 공동번역한 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와 주한 프랑스대사관 전 문화참사 장 노엘 주테씨가 제 10회 한국문학번역상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이 행사는 1993년부터 격년으로 실시되며 번역대상과 번역상 2개 부문에 걸쳐 심사된다.

최미경 교수와 장 노엘 주테씨는 10년 전부터 황석영의 <한씨연대기>, <삼포가는길>, <손님>과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 고전 <열녀춘향수절가>등을 프랑스어로 공동 번역해 왔다. 최 교수가 우리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면 주테 전 문화참사가 이를 읽고 문학적인 표현으로 다듬는 방식이다.

주테 전 문화참사는 "번역은 언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인데 여럿이 힘을 모으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심청>은 프랑스인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지역에서 나온 소설인데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 현지에서 호응을 얻고 있어요. 8천부가 팔렸는데 번역 문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하지 못할 분량입니다."(주테)

황 작가의 작품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최미경 교수는 "예전 선배 번역가들이 현대작가 여러 명의 독점 번역권을 갖고 있었다. 대학 은사께서 '지금 황석영 작가가 감옥에 있을 때라 아무런 계약권이 없다'며 번역을 권했다"며 간담회 분위기를 돋우었다.

"황석영 작가의 경우 <한씨 연대기>, <삼포가는 길>의 프랑스 현지 굉장히 반응이 좋았어요. 그리고 프랑스 독자에게는 우리의 역사가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분단이나 탈북의 문제를 다루는 황석영 작가의 소설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최미경)

국제회의 전문통역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미경 교수는 "문학작품도 국제회의 통역할 때 속도로 번역하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옮길 수 있다. 어떤 면에서 자연스러운 표현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번역하면서 쌓은 좋은 표현을 통역에서 쓰기 때문에 통역의 질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번역가로서 저는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번역가들은 대부분 그렇지 못해요. 한국만큼 번역을 통해 지식을 유통하고 있는 나라가 세계에 거의 없지만 일종의 오역잡기 풍토로 번역을 보기도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번역하는데, 번역이 원본에 손실을 끼쳤을 거란 생각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최미경)

번역상은 김영하의 <검은꽃>을 독일어로 공동번역한 양한주 독일 보훔대학 교수와 하이너 펠트호프 씨, 그리고 오정희 등의 단편을 묶은 <한국현대 단편선>을 영어로 옮긴 성균관대 존 홀스타인 교수가 수상했다.

번역 신인상 수상자는 영어에 김제인(28), 지예구(26), 프랑스어 이아람(31), 독일어 마이케 질(31), 스페인어 빠로디 세바스띠안(29), 러시아어 박모란(25), 중국어 왕염려(37), 일본어 후루카와 아야꼬(36)씨가 뽑혔다. 상금은 대상 2만달러, 번역상 1만달러, 신인상 500만원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