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전 한은총재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잠시 공직에서 물러났던 1995년 7월 아내 권영하씨와 함께 노르웨이로 여행을 떠났다. 박 전 총재 부부는 배를 타고 세계 최대 피오르드인 송내 피오르드를 거슬러 올라갔다. 해발 1,500m가 넘는 양쪽 산정에는 만년설이 있었다. 박 전 총재가 배 위에서 아내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승(75) 전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 경제의 거목이다. 박 전 총재는 박정희 정부에서는 서울신문 논설위원, 전두환 정부에서는 금융통화위원, 노태우 정부에서는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건설부 장관, 김영삼 정부에서는 대한주택공사 이사장 그리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제22대 한국은행 총재를 지냈다.

오랫동안 공직 생활을 하다 보니 박 전 총재에게 허락된 개인 시간은 많지 않았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선뜻 배낭을 짊어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박 전 총재에게 '기회'가 왔다. 박 전 총재는 1995년 공직에서 잠시 물러난 뒤 서울 상대 13회 동기회장을 맡았고, 매년 부부 동반 해외여행을 기획했다. 입학동기가 350명이나 되다 보니 세상을 떠난 친구들도 있고, 해외에 사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래도 늘 10쌍 이상은 여행을 함께할 수 있었다.

세계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노르웨이만큼 박 전 총재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곳도 많지 않았다. 박 총재는 1995년 7월 아내 권영하씨와 함께 배를 타고 세계 최대 피오르드인 노르웨이 송내 피오르드를 거슬러 올라갔다. 해발 1,500m가 넘는 양쪽 산정(山頂)에는 만년설이 가득했다. 여행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박 전 총재는 세계 각국을 돌아볼 때마다 우리나라가 참 많은 축복을 받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박 전 총재는 "춘하추동 사계절이 뚜렷할 뿐 아니라 마음 놓고 물을 마실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코리아 넘버원'을 외쳤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