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전 한은총재
오랫동안 공직 생활을 하다 보니 박 전 총재에게 허락된 개인 시간은 많지 않았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선뜻 배낭을 짊어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박 전 총재에게 '기회'가 왔다. 박 전 총재는 1995년 공직에서 잠시 물러난 뒤 서울 상대 13회 동기회장을 맡았고, 매년 부부 동반 해외여행을 기획했다. 입학동기가 350명이나 되다 보니 세상을 떠난 친구들도 있고, 해외에 사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래도 늘 10쌍 이상은 여행을 함께할 수 있었다.
세계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노르웨이만큼 박 전 총재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곳도 많지 않았다. 박 총재는 1995년 7월 아내 권영하씨와 함께 배를 타고 세계 최대 피오르드인 노르웨이 송내 피오르드를 거슬러 올라갔다. 해발 1,500m가 넘는 양쪽 산정(山頂)에는 만년설이 가득했다. 여행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박 전 총재는 세계 각국을 돌아볼 때마다 우리나라가 참 많은 축복을 받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박 전 총재는 "춘하추동 사계절이 뚜렷할 뿐 아니라 마음 놓고 물을 마실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코리아 넘버원'을 외쳤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