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 기상청장이란 꿈을 꿔볼까요? 날씨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고 싶을 뿐, 연예계나 다른 쪽으로 나갈 계획은 없어요.”

지상파 방송 3사 기상캐스터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는 김혜선(29) 기상캐스터. 그녀는 본업인 날씨와 언론 외에 다른 곳으로 한눈을 팔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기상캐스터는 어여쁜 외모에 부드럽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매일 시청자들을 대하기 때문에 ‘TV의 꽃’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도 높다. KBS 메인 뉴스인 ‘뉴스 9’에서 김 기상캐스터가 나오면 ‘비가 와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는 시청자도 꽤 많다. 3월 23일 기상의 날을 맞아 그에게서 기상캐스터의 숨은(?) 삶에 대해 들어봤다.

-기상캐스터로 일하면서 애로사항이 있을 텐데?

“(웃으며)해수욕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1년에 휴가를 1주일쯤 가는데 장마와 태풍 때문에 여름을 피해야만 한다. 날씨 예보가 틀릴 때 항의전화를 받으면 속이 상한다. 예를 들어 ‘비가 온다고 해서 장사를 나가지 않았는데 이게 뭐냐?’고 따지는 노점상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아프다. 욕부터 하시며 ‘여자가 무슨 방송이냐? 결혼해서 애나 낳으라’는 전화를 받을 땐 무섭다. 예보가 틀리면 일단 죄송하다.”

-직감상 예보가 틀릴 것 같을 땐 어떻게 하나?

“기상청 예보를 바꿀 순 없다. 슈퍼컴퓨터 예측이 틀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상캐스터에겐 전달자 역할만 주어진다.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했는데 비가 오면 예보가 왜 틀렸는지 설명한다. 기상 이변이 잦아서 ‘4계절을 두 번 겪어봐야 기상캐스터가 된다’는 말을 실감한다. 날씨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 열심히 살다 보면 첫 여성 기상청장 같은 꿈도 꿀 수 있지 않을까?”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궁금하다.

“뉴스 9에 출연하면서부터 오후 4시쯤 출근한다. 저녁 7시 뉴스와 9시 뉴스를 마치면 퇴근한다. 아침 뉴스를 진행하는 동료는 새벽 3시에 출근해서 낮에 퇴근한다. MBN에서 일할 땐 새벽 3시에 출근해서 아침 뉴스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일기예보를 1분 30초쯤 진행하는데, 준비하는 시간은 2시간쯤 걸린다. 기상청에서 오전과 오후 각각 5시와 11시, 하루에 네 번 자료를 받는다. 자료를 받으면 예보지를 토대로 기상을 분석하고, 구름과 기온 등을 꼼꼼히 챙긴다. 뉴스 원고를 쓰고 나면 지도에 표시되는 컴퓨터그래픽을 만든다.”

-기상캐스터가 된 계기가 있나?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클라리넷을 10년 이상 연주해 연주자의 길을 가려고 했는데, 방송 아카데미를 운영하던 지인이 ‘방송 쪽으로 준비해 보라’고 권유했다.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에 뒤늦게 방송국 입사를 준비했는데 아나운서보다 기상캐스터 쪽으로 마음이 끌렸다.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기상캐스터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김혜선 기상캐스터는 2006년 성신여대 기악과를 졸업하고 웨더뉴스에서 일했다. 2007년에 매일경제 TV(MBN) 입사 시험, 2008년엔 KBS 기상캐스터 공채에 합격했다. KBS 입사 시험에선 600:1이란 경쟁을 뚫었다.

-좋아했던 기상캐스터가 있었나?

“어릴 때 이익선 선배를 보면서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나도 저렇게 해봤으면’이란 생각을 하곤 했다. 클라리넷 연주자가 꿈이었지만 어렴풋이 기상캐스터도 선망했다. 그래서인지 입사 시험을 준비할 때도 아나운서 시험보다 기상캐스터 시험을 준비했다. 평소 자주 웃는 편이라서 내겐 방송하면서 웃을 수 있는 기상캐스터가 뉴스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보다 매력적이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 미니 스커트가 잘 어울린다는 말도 들린다.

“의상팀(coordination team)이 도와준다. 내가 좋아하는 옷도 있지만 의상팀이 알아서 잘 골라준다. 평소에 신경을 많이 써주신 의상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입사 6개월 만에 뉴스 9 기상캐스터 자리를 꿰찬 비결은 무엇인가?

“그냥…. 잘 모르겠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예쁘게 봐 주신 것 같다. 항상 일찍 출근해 준비했다. 선배님들께서 밝은 표정이 좋다고 말씀해주신다. 잘 웃는 게 장점이라서 남보다 조금 더 밝게 날씨 예보를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 오는 날에는 웃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화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태풍이나 폭우가 올 때 뉴스를 보신 분께서 ‘혹시 집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으실 때도 있다.”

-암기의 달인으로 소문났다.

“호호호. 정말 그런 소문이 났나? 아무래도 날씨에 대한 정보를 빨리 외워야 한다. 음악할 때 악보를 많이 외워서 암기에는 자신이 있다. 음악 연주와 기상예보는 (악보와 기사를)잘 외우고 다른 사람(청중과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달달 외운다기보다 핵심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럼 원고를 잊어버리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뉴스를 진행할 수 있다.”

-예전엔 여자 아나운서를 보면서 며느리로 삼고 싶다는 어른이 많았는데, 요즘은 김혜선 기상캐스터를 며느리로 삼고 싶다는 말이 종종 나온다.

“하하하. 그냥 뭐…. 부모님께서 며느리로 삼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는 남성들이 있다. 시청자께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뉴스 9 시청률이 높아서 덩달아 내 인지도도 높아진 것 같다. 참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성격이 원래 얌전하긴 한데, 친한 사람과는 장난도 많이 친다. 아무래도 뉴스에서 얌전한 모습만 보여지니 며느리감이란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좋은 사람이 생기면 결혼하고 싶지만 일은 계속하고 싶다.”

-박은지, 안혜경처럼 연예계에 진출하는 기상캐스터가 많아졌다. 혹시 연예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재미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런 쪽(연예계)에는 관심이 없다. KBS 2TV 남자의 자격 송년의 밤에 출연한 적 있는데 촬영이 있는지도 모르고 갔었다. (웃으며)방송이 되는 줄 알았으면 예쁘게 꾸몄을 텐데…. 최근 옷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KBS는 타사에 비해 의상이 보수적이다. 회사에서 화려한 색깔도 피하라고 주문한다.”

최근 기상캐스터 인기가 높아지면서 옷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박은지 전 MBC 기상캐스터, 이선민 jTBC 기상캐스터 등이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을 때마다 인터넷에서 화제다. MBC 박신영 기상캐스터는 7일 트위터에 “기상캐스터를 두고 자극적인 기사 좀 보내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기상캐스터가 몸매와 외모로 평가를 받는 분위기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김혜선 기상캐스터는 “아무래도 천기를 누설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도 많이 나온다. 의상은 방송을 위한 일부분일 뿐이다.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날씨가 추우면 코트를 입는다”고 말했다. “아직 배울 게 많다”는 김 기상캐스터는 “갓 볶은 커피 원두처럼 향기가 그윽한 기상캐스터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