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기상 캐스터가 가장 바쁜 시즌은 역시 태풍이 몰려오는 여름철이다. 오랜 장마철도 기상캐스터의 자유로운 일상을 빼앗아간다. 그래서 기상캐스터에게 '즐거운 여름휴가는 그림의 떡'이다. KBS 김혜선 기상캐스터는 "여름엔 무조건 쉴 수 없다. 휴가는 봄이나 가을에 간다"고 말했다.

아침 뉴스에 출연하는 기상캐스터의 하루는 새벽 3시에 시작한다. 또 9시뉴스 기상캐스터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난다. 이래저래 저녁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건 꿈도 못 꿀 지경. 게다가 장마철이나 태풍이 몰려오면 날씨 속보가 많아 식사를 거르기가 일쑤고 토막 잠을 잘 시간조차 없다.

지상파의 한 기상캐스터는 "천둥 번개가 치는 날 현장감을 살린다고 옥상이나 야외에서 생방송을 하는데,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고 귀띔했다. 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했다고 한다.

전문 기상캐스터 1호인 김동완씨는 "시청자에게서 욕을 하도 많이 먹어 오래 살 거다"며 껄껄 웃었다. 어린이날 날씨가 맑다고 예보한 적 있는데, 당시 방송이 끝나자마자 폭우가 쏟아졌다. 김씨는 "너무 창피해서 비를 맞으며 집에 갔는데, 애꿎은 아내에게 화풀이했다"고 회상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