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운 국민건강보험 서울지역본부장
한국식 건강보험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한류(韓流)'로 통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조차 한국식 건강보험을 부러워했을 정도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때문에 건강보험 재원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건강보험 35주년을 맞아 국민건강보험 김춘운(56) 서울지역본부장에게 건강보험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건강보험의 역사가 궁금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사회보험제도의 한 분야로서 1977년 7월 1일부터 500인 이상의 사업장 근로자와 공업단지 근로자에게 강제 적용됐다. 건강보험 도입 12년 만인 1989년 건강보험 범위가 모든 국민으로 확대됐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짧은 기간에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제도로 기반을 다졌고 의료보장을 넘어 평생건강보장의 틀을 갖추는 성과를 이뤘다."

건강보험 지급률은 190% 이상으로 보험료를 100원 냈다면 190원 이상 돌려받는 셈이다. 국민보험 보장률이 높아 세계보건기구(WH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건강보험 제도를 높이 평가한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2010년에서야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 법안에 서명해 국민건강보험의 싹을 틔웠다.

-베트남에 한국식 건강보험을 수출했다고 들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은 과거 한국이 그랬듯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 가운데 건강보험 제도는 핵심이다. 공단은 베트남에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수출해 한국식 건강보험 제도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태국과 필리핀 등과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력을 교류하고 있다. 공단은 동남아 개발도상국이 건강보험 제도를 만드는 데 협조함으로써 국가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계획이다."

-한때 재정 파탄을 겪을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

"국민건강보험이 자리를 잡기까지 고통과 시련이 많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된 2000년에 의약 분업을 시행됐지만 의료계가 파업하는 등 반발이 심했다. 보험급여 수가를 수 차례 올리면서 공단 출범 1년 만에 재정이 파탄 났다. 그러나 공단은 정부와 함께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2004년에 재정 위기를 극복했다. 2008년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한국은 독일과 일본에 이어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동시에 시행하는 세 번째 국가가 됐다."

한국은 보험료율이 5.64%에 불과하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은 13~15%, 일본은 9~10% 수준이다. 암 같은 중증 질환 진료비 가운데 본인 부담률은 5%에 불과하다. 건강보험만 놓고 보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체계를 갖춘 셈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한데 국민건강보험에 끼치는 영향은 없나.

"저출산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로 보험료 수입은 감소하고 노인 진료비는 급상승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보험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공단은 일찌감치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도입했고, 미리 준비한 덕분에 늘어나는 노인 요양비와 의료비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건강검진 제도를 시행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은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이면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 치매ㆍ중풍 등 노인 환자가 급격히 증가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생긴다.

-한정된 재원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려면 어려움이 많겠다.

"한정된 재원으로 가입자에게 보다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합리적인 지출이 필요하다. 의료 서비스 공급자에게 진료의 자율성과 적정성을 보장하면서도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의사가 진료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는 행위별 수가제는 과잉 진료가 발생할 수 있기에 지출 총액을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 지불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계획은 있는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고혈압과 당뇨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 고혈압 진료비를 보면 2010년 기준 건강보험에서 1조6,000억원 지불했다. 환자가 부담한 것까지 포함하면 엄청남 금액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의료자원의 이용도 비효율적이다. 대형병원의 선호 현상으로 진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의료 자원 불균형은 의료공급자뿐만 아니라 보험재정 측면에도 손해다."

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지나쳐 동네 의원은 울상이다. 지난해 종합병원 44곳 급여비 5조 7,000억원 가운데 5대 대형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7%였다. 동네 의원은 2000년 전체 진료비 가운데 35.5%를 차지했는데, 지난해는 21.7%로 매출이 급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혈압ㆍ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지정한 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본인부담 진료비를 깎아주는 의원급 만성질환 관리제를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끝으로 "사후치료 중심에서 사전예방과 건강증진 중심으로 건강보험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국민의 평생 건강을 지키는 세계 최고의 건강보장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