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미나가 전시회를 찾은 관객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1 미스코리아 미(美) 이세미나(25)가 사진작가로 데뷔했다. 7월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사진전을 통해서다. 사진전에는 안나푸르나에 등반했을 때 촬영한 사진이 전시됐다.

이세미나는 미스코리아 이전에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 바 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이른바 '엄친딸'인 셈이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카메라를 손에 쥐게 된 까닭은 뭘까. 사진전에 앞선 지난 4일 오후 힐튼호텔 테라스에서 이세미나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봤다.

미모+지성 카이스트 출신

이세미나는 지난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때 미스경기 진을 거쳐 미스코리아 미, 한국일보에 선정됐다. 그녀는 또 카이스트 물리학과 출신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세미나는 말 그대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런 이력과 사진작가는 별 관계가 없는 게 사실. 그녀가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이세미나가 사진에 빠져든 건 대학교 2학년 때부터. 1년 동안 꼬박꼬박 모은 돈으로 카메라를 구입하면서다. 이세미나는 미스코리아 프로필 특기란에도 '사진'을 적어 넣었을 정도다. 그러나 사실 그녀가 관심 있었던 건 사진이 아니라 '빛'이었다고 한다.

미스코리아, 카이스트 출신으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세미나.
"어려서부터 빛이 주는 신비한 이미지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빛은 만질 수도, 잡을 수도 없잖아요. 그런데 카메라만은 빛을 잡아둘 수 있어요. 그래서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죠. 처음엔 인물이나 풍경보다 빛 노출 정도나 렌즈를 조절하면서 빛의 변화를 관찰했어요. 장난감 삼아 가지고 노는 정도였죠."

이런 이유로 사진을 시작했다는 이세미나. 그녀는 친구들의 행사 때마다 불려 다니며 '사진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실력이 쌓이면서 욕심도 커졌다. 결국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워 볼 마음이 들었고 급기야 안나푸르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스코리아 응원 위해 등정

그러나 안나푸르나는 여간 험난한 여정이 아니다. 웬만한 남성도 도전하기 쉽지 않다. 그녀가 이런 힘든 길을 택한 건 왜일까. 그 이유에 대해 이세미나는 "올해로 56주년을 맞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기념하고 '2012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참가하는 후보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사실 미스코리아는 그동안 여린 이미지가 강했잖아요. 안나푸르나에 도전에서 '여성의 몸으로 큰일을 해냈구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또 제 도전이 이번 미스코리아 대회 참가자들에게도 힘이 될 것이라 믿어요."

이세미나가 유독 애착을 갖고 있다는 작품 '오늘'.
아울러 이번 전시는 고(故) 박영석 대장을 추모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실제, 박 대장은 미스코리아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박 대장이 2007년 에베레스트 30주년 헌정 등정에 나섰을 때 2006 미스코리아들이 해발 5,800m의 히말라야 베이스캠프까지 동행한 바 있다.

이번 작품전의 테마는 '담음'이다. 안나푸르나가 '곡식'을 뜻하는 '안나'와 '가득 차다'는 '푸르나'의 합성어로 사실상 '담는 그릇'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또 이세미나는 등정 당시 느꼈던 즐거움 등을 사진에 담아 많은 분들과 나눈다는 의미도 있다. 그녀의 작품 중 하나인 '엄마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엄마를 위한 작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봤어요. 기뻐하실 만한 것에 대해 찾다가 결국 주제를 '꽃'으로 정했어요. 엄마가 꽃을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제가 꽃을 보고 느꼈던 기쁨을 엄마와 나누고 싶어서요."

이번 전시회에는 히말라야라는 대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산의 사람의',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촬영한 네팔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담은 '고마워' 등을 비롯한 그녀의 작품 29점이 전시됐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야 없겠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게 마련. 이세미나에겐 '오늘'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이 사진엔 네팔인들이 기도할 때 사용하는 종교적 물품이 담겨 있다. 그녀가 유독 이 작품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사진 속의 도구는 네팔인들이 아침마다 꽃을 갈며 매일을 감사하고 하루를 무사하게 보내달라고 기도하는 데 사용 돼요.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새로운 오늘이 만들어지는 거죠. 오늘을 충실히 살자는 제 좌우명과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정이 가는 이유죠."

수준급 실력 그러나 겸손

대화를 나누다 전시관에 진열된 사진을 빙 둘러봤다. 작품의 구도, 순간 포착이 수준급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기자의 거듭된 칭찬에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몸을 낮췄다.

"당치도 않아요.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다른 분들에게 보여드리다 보니 우연히 기회가 생긴 것뿐이에요. 함께 참석한 많은 전문가들에 비해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그래도 가서 열심히 했고,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이번 사진전으로 이세미나는 어엿한 신인 사진작가로 데뷔식을 치렀다. 시종 겸손한 모습으로 일관한 그녀지만 포부만은 당찼다.

"전 아직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이번 안나푸르나행을 통해서 사진 찍는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매진해서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작품을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