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포르피리오 로보(65) 대통령은 태권도 예찬론자다. 매일 새벽 경호원과 태권도를 수련하고, 태권도 정신은 국정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온두라스 청년에게 태권도를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태권도가 아닌 다른 운동이라도 연습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태권도를 수련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로보 대통령은 산림청장 시절이었던 80년대 중반 온두라스엔 하나밖에 없었던 태권도장에 전화를 걸었다. 산림청장은 나이가 마음에 걸렸는지 “태권도를 배우고 싶은데 나이가 많다”고 말했다. 당시 전화를 받았던 송봉경 사범의 아내 강영신(59) 한국학교 교장은 “사범님은 나이가 더 많다”고 대답했다.

온두라스 이민 1호인 고(故) 송봉경 사범은 1977년 온두라스 육군사관학교 교관이 됐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강영신 교장도 남편을 떠나 이역만리 온두라스에 정착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송 사범을 찾아간 산림청장은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규율과 용기, 인내를 가슴 깊이 새겼다. 예의를 강조하던 제자는 국회의장이 돼 2004년에 스승에게 국회 훈장을 선물했다. 온두라스 역사에서 국회 훈장을 받은 외국인은 송 사범이 처음이었다.

스승은 태권도 기술보다 태권도 정신을 강조했고, 제자는 나무 합판 두 장을 격파하고 나서야 2단으로 승단할 수 있었다. 온두라스 국가수반이 된 제자는 스승을 회고하며 “송 사범님은 엄격하셨고, 태도를 중요하게 여겼다”면서 “태권도 정신은 대통령으로서 흔들리지 않고 국정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로보 대통령은 세계태권도연맹을 찾아 조정원 총재와 인사했다.

송봉경 사범이 뿌린 태권도라는 한국문화는 온두라스 국가원수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