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앨리스'로 2년 만에 컴백 문근영드라마·영화 종횡무진 활약 10년 전부터 꾸준한 기부도서관 설립·공부방 지원 등 잇따른 선행 '나눔 천사'곧 대학 졸업 전업 연기자로 또다른 성공 변신 기대

연합뉴스
'신인 여배우 OOO, 제2의 XXX 되나?'

이처럼 '제2의 누구누구'는 선배 여배우와 외모나 분위기 등이 흡사한 신인 여배우를 띄워 줄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일종의 마케팅 전략인 까닭에 전도연, 김혜수, 전지현, 김태희, 손예진 등 주로 당대의 톱스타들이 해당 표현에 자주 등장한다. 바꿔 말하면 '제2의 누구누구'로 언급되는 배우라면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문근영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누구 못지않게 해당 표현에 자주 등장하는 연기자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성인 연기자로서 성공적인 변신을 하고 있거나 귀여운 외모에 깜찍 발랄한 연기스타일을 지니고 있는 신인 여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제2의 문근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이름을 올려봤을 정도다. 실제로 박보영을 비롯해 심은경, 남지현, 한소이 등이 문근영의 이름을 빌려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원조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2년 만에 돌아왔다. 복귀작으로 선택한 '청담동 앨리스'가 회를 거듭할수록 문근영이 어떤 모습을 새롭게 보여줄 지 팬들의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신데렐라가 아닌 앨리스로

문근영은 지난 1일 첫 방송된 SBS 주말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에서 청담동 며느리가 되기 위한 프로젝트를 펼치는 한세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당초 문근영이 '청담동 앨리스'를 복귀작으로 선택했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수차례 로맨틱 코미디를 해왔던 문근영이지만 정작 달달한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신데렐라 스토리' 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부잣집 아들과의 만남과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룬다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형태의 이번 드라마와 문근영의 만남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역시 문근영이라고 해야 할까? 문근영은 수동적으로 왕자의 손길만을 기다리는 신데렐라가 아닌 적극적으로 토끼를 따라나서는 앨리스를 선택했다.

사실 누구나 뻔한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신데렐라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인기를 끄는 것은 자신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여주인공이 왕자님의 손길에 이끌려 결국 화려한 행복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가 주는 대리만족 때문이다. 이야기 구도만을 놓고 볼 때 '청담동 앨리스'도 비슷한 결말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문근영의 '청담동 앨리스'가 기대를 모으는 까닭은 다른 신데렐라들과 달리 자신의 '노력'으로 왕자의 옆자리를 쟁취하는 그녀의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결말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하지만 그런 점에서 오히려 '이상한 나라'로 규정되는 '청담동'에 들어섰음에도 결국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갈 문근영의 마지막 선택이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박보영 /연합뉴스
국민여동생에서 완연한 성인으로

1987년에 태어난 문근영이 연기자의 꿈을 꾼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라고 전해진다. 당시 우연히 출연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연극에서 난쟁이 역할을 맡았었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받으며 여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꿈은 있었지만 집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문근영이 연기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자 어머니는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면 연기해도 좋다"는 옵션을 내걸었다고 한다. 문근영은 그날 밤부터 "엄마가 김대중 할아버지가 대통령이 안 될 줄 알고 저런 약속을 했던 것 다 안다"며 "제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고 결국 그 바램은 이뤄졌다.

연기공부를 시작한 문근영에게 기회는 머지않아 찾아왔다. 1999년 12세의 어린 나이에 영화 '길 위에서'를 통해 데뷔하게 된 것이다. 분단 이후 최초로 판문점에서 촬영해 화제가 됐던 영화 '길 위에서'의 오디션에 참가했던 문근영은 에이전시에 등록된 아역배우 2백여명을 물리치고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따냈다.

이듬해 문근영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가 맡은 은서역의 아역을 연기해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청순하면서도 귀여운 이미지의 문근영은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준 것이다. 이후 문근영은 '명성황후'(2002년), '아내'(2003년) 등 드라마와 '연애소설'(2002년), '장화, 홍련'(2003년) 등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다행히 문근영이 출연한 드라마, 영화는 대부분 성공을 거두며 아역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해줬다.

아이유
2004년 문근영은 자신을 '국민여동생'으로 만들어준 영화 '어린신부'를 만났다. 문근영의 귀엽고 깜찍한 매력을 부각시켰던 '어린신부'에서 문근영은 교복을 입고 '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라는 노래를 열창하며 뭇 남성들을 잡아끌었고 이는 자연스레 '국민여동생'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어린신부' 이후 문근영은 자신에게 따라붙는 '국민여동생' 별명을 내려놓기 위해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했다. 그 결과 성인 연기자로 본격 변신을 시도한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년)에선 흥행실패라는 아쉬움을 맛봤지만 남장여자 역할을 맡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2008년)을 SBS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등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2010년은 문근영에게 최고의 해로 기억될 수 있는 때였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처음으로 강렬한 악역에 도전, 연기력을 검증받았고 동갑내기 아역배우 출신인 장근석과 함께한 드라마 '메리는 외박중'을 통해 흥행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해의 백미는 처음으로 도전한 연극 '클로저'였다. 스물넷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여전히 '국민여동생'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는 못했었던 문근영은 '클로저'에서 퇴폐미 물씬 풍기는 스트립걸 역할을 맡으며 성인 연기자로의 완벽 변신에 성공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착한 성격의 '기부천사'

"화면으로 봤을 때도 착한 것 같더니 실제로도 그렇더라. 이해심이 많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 같다."(박시후, '청담동 앨리스')

김연아 /연합뉴스
"솔직한 것이 매력이다. 보통 한 작품을 하는 여배우들과 친해지기 힘든데, 문근영은 처음부터 친구처럼 편안했다. 촬영이 끝나도 서로 문자와 전화 통화로 연기에 대해 모니터도 해준다."(장근석, '매리는 외박중')

"문근영은 성격도 착하고 모든 스태프들에게 참 잘하는 예쁘고 친근한 배우다."(안석환, '바람의 화원')

"비가 오는 날 진행된 촬영이라서 날씨가 추웠다. 근영 선배가 자신이 쓰던 핫팩을 내게 건넸다. 실제로도 천사 같았다."(연우진, '신데렐라 언니')

그동안 문근영과 함께 작품을 했던 동료 연기자들의 평가다. 전반적으로 착하고 이해심이 많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몇 해 전 한 쇼프로에 나와 스스로의 성격이 털털하고 껄렁껄렁하다고 했던 적이 있지만 이조차도 그 또래 발랄한 성격의 모범생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문근영의 '바른' 성격은 집안의 엄한 가정교육 덕분이다. 문근영은 과거 인터뷰를 통해 할머니와 부모님으로부터 "뭐든 세 번은 참아라. 화가 나도 세 번은 참고 누가 실수를 해도 세 번의 기회는 줘라"라는 교육을 받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근영의 착한 성품이 빛을 발하는 건 그것이 단순히 이미지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사랑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가 2008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부자 관련 통계를 진행했을 때 문근영은 2003년부터 꾸준히 8억5,000만원을 기부해 개인 최고액 기부자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그밖에 지역 도서관 설립, 공부방 지원, 자선앨범 발매 등 여러 경로로 나눔의 철학을 실천해 오기도 했다. 이처럼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와 잇따른 선행은 문근영을 안성기, 유재석 등과 함께 '안티' 없는 스타로 반열에 올려놨다.

국민여동생 넘어 국민배우로

"L'effort est ma force.(노력이 나를 만든다)" 출연 중인 '청담동 앨리스'에서 문근영이 자신의 신조로 삼고 있는 말이다.

문근영은 또래 여배우들에 비해 성공적인 연기행보를 밟아왔다고 볼 수 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시기적절하게 좋은 작품들을 만나며 성장할 수 있었고 타고난 좋은 이미지로 '국민여동생'이라는 과분한 칭호까지 받아왔다. 어찌 보면 문근영 자신이 살아온 삶이 신데렐라의 그것으로 읽힐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문근영은 '청담동 앨리스'에서 맡은 역할처럼 때에 맞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귀여운 '국민여동생' 느낌의 '어린신부'에서 어리숙한 연변처녀 역할의 '댄서의 순정'으로. 남장여자를 맡았던 '바람의 화원'에서 세상에 신물 난 스트립걸 역의 '클로저'까지. 문근영은 '국민여동생'이라는 상품화하기 좋은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대신 새로운 변신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진정한 여배우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지금의 인기와 호평은 그 과정에서 얻어진 부산물일 뿐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올해, 문근영은 또 다른 갈림길 앞에 서있다. 초등학교 때 데뷔한 이후 십수년 간 학생이자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면 이제 완전한 전업 연기자로 거듭나야 하는 때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국민여동생'의 굴레를 완전히 벗고 '국민배우'로 성장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시계토끼를 거침없이 따라간 앨리스의 모습처럼 문근영의 향후 연기행보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 문근영은 누구

출생: 1987년 5월 6일

학력: 광주 매곡초등학교

우산중학교

광주 국제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신체조건: 165cm, 45kg, B형

취미: 음악감상, 만화책 읽기

특기: 태권도, 피아노

별명: 감자, 거북이, 문구점, 눈꾸녕

데뷔작: 길 위에서(1999)

주요 출연작: 가을동화(2000)

어린신부(2004),

댄서의 순정(2005)

바람의 화원(2008),

신데렐라 언니(2010)

클로저(2010)

메리는 외박중(2010)

청담동 앨리스(2012)

주요 수상 내역: 제25회 청룡영화제 인기스타상(2004)

제42회 대종상 영화제 인기상(2005)

제26회 청룡영화제 인기스타상(2005)

SBS 연기대상 대상(2008)

K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2010)

백상예술대상 드라마부분 여자 인기상(2011)

문근영 잇는 '국민 여동생'은…
박보영--김연아·손연재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들 앞에는 여지없이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국민가수' 조용필, '국민배우' 안성기, '국민엠씨' 유재석 등 명실상부한 해당 분야 최고 스타들만이 '국민' 칭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국민여동생'은 약간 다르다. 특정 직업에 붙는 수식어가 아닌 데다 귀엽고 발랄한 외모와 매력을 갖추면 되는 까닭에 분야마다 한 명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국민여동생' 계보에는 어떤 이들이 포함될까? '국민여동생'의 효시는 문근영이었다. 이모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갖추며 그야말로 전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문근영은 초대 '국민여동생'에 등극, 지금까지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여배우 중 문근영의 뒤를 이어 '국민여동생'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은 '제2의 문근영'으로도 불리는 박보영이다. 2006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박보영은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로 단숨에 '국민여동생' 반열에 올랐다. 강아지상으로 귀여운 눈웃음을 보이는 박보영은 올해 '늑대소년'으로 또 한 번 오빠들의 마음을 콩닥거리게 하고 있다.

가요계의 '국민여동생'은 단연 다. 2008년 '미아'라는 곡으로 데뷔한 는 수많은 걸그룹들이 난립하는 가요계에서 꾸준히 순수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고수, 특유의 가창력과 함께 써먹으며 자신의 입지를 굳혀왔다. 가요계에 '삼촌팬 열풍'을 일으킨 것도 가 처음이었다. 최근 트위터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으로 '국민여동생'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긴 하지만 여전히 삼촌팬들의 마음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스포츠계에도 '국민여동생'이 있다. 바로 김연아다. 2008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로 '피겨 여왕'으로 불리며 '국민여동생'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한때 문근영을 위협할만큼의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김연아가 내려놓은 스포츠계 '국민여동생' 자리는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인 손연재가 차지한 듯하다. 귀여운 외모에 체조경기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새로운 '국민여동생'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