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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 새 회장 구자열 '소통·혁신' 쌍두마차로 무한 질주

럭키금성상사 평사원 입사해 바닥부터 차근차근 경영수업
현장 방문해 직원 고충 듣고 업계 최초 자원관리시스템 구축
LS전선 폭발적인 성장 글로벌 전선업체로 키워
"계사년은 뱀띠인 나의 해… 공격 경영 기대해도 좋아"
2013년 새해가 밝았다. 검은색을 의미하는 천간 '계(癸)'와 뱀을 뜻하는 지지 '사(巳)'가 합쳐진 계사년을 우리말로 풀어보면 '검은 뱀의 해'가 된다. 기독교에 기반한 서양문명의 영향 때문인지 왠지 모를 불길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전통 민속에서의 뱀은 불사와 재생,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오히려 숭배의 대상이 된다. 허물을 벗을 때마다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뱀띠 해를 맞아 지난 어려움을 떨쳐버리고 심기일전해서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뱀이 지니고 있다는 불사, 다산 등은 기업을 이끌어가는 재계 인사들에게 꼭 필요한 항목이다. 최근처럼 유럽발 세계 경제 위기가 계속되며 직격탄을 맞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계사년을 맞아 창조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는 뱀띠 CEO들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1953년에 태어나 올해 환갑을 맞는 구자열 LS 회장은 수많은 뱀띠 CEO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사다. '사촌 간 승계'라는 아름다운 방법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아 올해부터 재계서열 15위 LS그룹의 수장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바닥부터 경영수업

구자열 회장은 1953년 3월 2일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구 회장은 얼마 전 작고한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지난해까지 그룹 총수를 맡아온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동생으로는 구자용 E1ㆍLS네트웍스 회장과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구혜원 푸른상호저축은행 회장이 있다. 육군 중장으로 청와대 경호실 차장, 전쟁기념관장 등을 역임한 고 이재전 장군의 딸 현주씨와 결혼,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 구자열 회장이 트랙터 생산 라인에서 트랙터를 직접 타보고 있다.
서울고를 거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구 회장은 1978년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1980년부터 8년간 뉴욕지사에서 근무하고 일본지역본부 이사까지 지낸 구 회장은 1995년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국제부문 총괄임원, 영업총괄담당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실무감각을 키웠다.

2003년 LS가 LG와 분리된 이후에는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LS전선 부회장을 거쳐 2008년부터 회장을 맡아 왔다. LS전선 회장에 오른 뒤부터는 LS엠트론 대표이사 회장, LS네트웍스 이사회 의장직도 함께 수행해 왔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관한 생각이 남다르다는 구 회장은 2010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과학기술위원장을 맡고 있고 지난해 초 울산과학기술대 이사장도 역임했다.

구 회장이 구자홍 회장으로부터 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는 올해 주주총회 이사회에서 이뤄질 예정이지만 새해부터 회장직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신인 회장이 직무를 원활히 수행토록 한 관례에 따라 1월 2일 이ㆍ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인수ㆍ합병, 연구ㆍ개발에 올인

구자열 회장이 오랫동안 담당해왔던 LS전선은 1962년 창립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1967년 16억5,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1년 8조8,000억원으로 5,350배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자산규모는 18억3,000만원에서 5조9,000억원으로 3,224배 증가했다. 직원수도 1967년 430명에서 9,100여명으로 늘었고 이중 6,000여명은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 구자열 회장은 지난 2002년 독일에서 열린‘트랜스 알프스 챌린지’에 참가해 7박8일동안 650㎞를 완주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LS전선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해 LS가 LG에서 분가해 나온 이후 회사를 이끌고 있는 구 회장의 공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구 회장은 분가 직전까지만 해도 10위권 밖이었던 LS전선의 글로벌 업계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글로벌 1, 2위 전선 사업자인 프리즈미안과 넥상스가 설립된 지 100년이 훨씬 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괄목할만한 성과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한 2004년 당시 10여개에 불과했던 LS전선의 해외 거점은 현재 26개국100여개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도 30%에서 60%로 두 배나 증가했다.

오늘날의 LS전선을 만든 구 회장의 성공비결은 인수ㆍ합병(M&A)과 연구ㆍ개발(R&D) 두 가지로 요약된다. 구 회장은 2005년 진로산업(현 JS전선), 2008년 슈페리어에식스(SPSX), 2009년 홍치전선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회사를 키워왔다. 특히 8,500억원을 투자해 인수에 성공한 북미 최대 전선회사 슈페리어엑식스의 경우 LS전선이 글로벌 7위에서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르는 발판이 됐다.

구 회장의 R&D 강조도 오늘날의 LS전선을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주력제품 중 하나인 해저케이블은 프리스미안ㆍ넥상스ㆍABB 등 유럽 3대 전선업체가 과점하고 있던 시장을 R&D를 통해 뚫은 사례다. 해저케이블은 수심 100여m의 바다에 묻혀 수십km 떨어진 섬에 전기와 통신을 공급해야 하는 까닭에 중간의 이음매 없이 만드는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구 회장은 LS전선이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 생산을 하기로 결정한 직후 사업수주가 결정되기도 전에 강원도에 공장부터 지었다. 구 회장의 결단력 있는 투자 덕분에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기술 개발 능력과 생산 체제를 동시에 갖춘 글로벌 전선업체로 거듭날 수 있었다.

소통과 혁신 강조하는 리더

구자열 회장에게는 별명이 많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소통의 경영인'이라는 수식어다. 구 회장이 자주 갖는다는 사업장 방문 행사는 임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격 없는 소통으로 마무리된다. 현장에서 뛰는 임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즉각 시정 조치하는 것이 경영의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이다.

  • 왼쪽부터 구자엽, 구자명
지인들에 따르면 구 회장은 평소 "나쁜 직원은 없다, 나쁜 리더만이 있을 뿐"이라며 리더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경영철학을 자주 입에 담는다고 한다. 또한 "직원들은 회장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금방 안다. 좋아하는 척하는 것도 안다.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내 사람을 만들 수 없고 경영도 실패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전해진다. 리더가 먼저 다가서는 하방형 소통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는 뜻이다.

'소통'과 함께 구 회장을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혁신'이다. 하도 혁신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한 까닭에 구 회장은 사내에서 '혁신 전도사', '크리스토퍼 구' 등으로 불린다. 명함에 "혁신 없이 미래도 없다(No Innovation, No Future)"라는 문구가 쓰여있을 정도다. LS전선을 처음 맡았던 2004년 구 회장이 가장 먼저 주도한 작업도 경영혁신이었다. 구 회장은 선진기업 수준으로 사내 프로세서를 끌어올리기 위해 프로세서 혁신(PI)을 지시했고 이듬해에는 업계 최초로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를 구축하기도 했다.

골프·스노보드 수준급… '사이클 전도사' 별명도

구자열 회장은 다양한 취미생활을 지니고 있다. 초등학교 때 야구 포수를 했고, 대학 때는 테니스를 즐겼다. 골프는 전성기에 싱글 수준이었고 환갑이 다 된 나이에도 최상급 코스에서 스노보드를 탄다. 사진 전문가에 바둑도 수준급이고 서울 용산에 위치한 LS 타워에 개인 감상실을 만들 정도로 음악감상 마니아다.

수많은 취미 중 구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사이클이다. 고등학생 때 머리가 택시 유리창에 박혀 두개골이 함몰되는 큰 사고를 당한 뒤에도 사이클 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한때 서울 자택에서 안양 사업장까지 40여km 거리를 사이클로 출퇴근했다는 구 회장은 지난 2002년 독일에서 열린 '트랜스 알프스 챌린지'에 참가해 7박 8일 동안 650㎞를 완주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는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아 아마추어 선수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구 회장의 사이클 사랑은 단순히 취미를 넘어 생활 철학으로까지 나아간다. 구 회장은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의 페달을 밟아 제 몫을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며 만나는 사람마다 사이클을 추천, '사이클 전도사'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을 정도다.

닻 올린 구자열호 전망은?

구자열 회장이 그룹의 조타수를 맡은 이후 LS는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까? 재계에서는 구자홍 회장이 이끌던 때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구자홍 회장의 1기 체제가 '분가 이후 안정화'에 중점을 뒀다면 구자열 회장의 2기는 '혁신과 도전'의 연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연구ㆍ개발을 강조하는 구 회장의 특성상 LS가 미래먹거리로 집중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핵심부품, 자원재활용 사업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LS전선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끈 구 회장이 자신의 해를 맞아 LS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LS의 아름다운 '사촌경영'



잡음 없이 그룹 경영권 승계
2세 모임 '8인회' 매달 모임

구자열 LS 회장이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에 임명되면서 LS 특유의 '사촌경영'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LS는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LG에서 분가하며 설립됐다. 이들 3형제는 구자홍 회장을 그룹 초대 회장으로 정하면서 사촌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원칙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촌 간임에도 별다른 잡음 없이 이뤄진 이번 경영권 승계도 부모님 세대의 당부를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LG로부터 계열분리한 지 딱 10년째 되는 날 발표된 LS의 훈훈한 경영권 승계는 친형제 간에도 반목과 대립이 심한 여타 재벌가와 비교되며 더욱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LS의 아름다운 경영권 승계는 '인화'를 중시하는 가족분위기와 공평한 회사 지분을 통한 공동경영 시스템에 영향받았다. 구자홍, 구자열 회장을 비롯해 구자엽 LS산전 회장,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명 한성 회장, 구자용 E1 회장,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구자은 LS전선 사장 등 2세들은 지금도 이른바 '8인회'라는 이름으로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 모여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동시에 친목을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상으로 따져보면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명예회장 집안이 지주회사인 (주)LS의 오너 지분 33.43%를 4:4:2로 나눠가진 것이 '사촌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동소유'가 '공동경영'으로 나아간 셈이다. 지주사 산하의 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 등은 아예 사촌 간 공동체제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 구자열 LS 회장

출생 1953년 3월 2일

학력 서울고등학교(1972)

고려대 경영학과(1979)

1978년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 입사

1980년 럭키금성상사 뉴욕 지사

1992년 럭키금성상사 일본지역본부 이사

1995년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상무이사

2000년 LG투자증권 영업총괄담당 부사장

2001년 LG전선(현 LS전선) 재경부문장 부사장

2002년 LG전선 대표이사 부사장

2003년 LG전선 대표이사 사장

2004년 LS전선 대표이사 부회장

2008년 LS전선ㆍLS엠트론 대표이사 회장

20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 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2012년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이사장

2013년 LS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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