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7번방의 선물' 류승룡연극·뮤지컬로 기본기 다지고 맡은 캐릭터 철저한 연구 등 끊임없는 노력 통해어떤 배역도 소화 가능 광고계 러브콜 잇따르고 상복도 터져 '함박 웃음'

배우 류승룡이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올해 에서도 1,000만 흥행을 달성했다. 은 지난달 23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를 개봉한지 불과 32일만이다. 지난 4일에는 누적관객 1,175만4,215명을 동원하며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1,174만6,135명)'를 제치고 역대 한국영화 흥행 5위에 오르기도 했다.

2개 작품 연속 1,0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건 류승룡이 처음이다. 사실 의 성공은 누구도 예견치 못한 일이었다. 화려한 톱스타들이 포진한 것도, 대규모 물량 공세를 퍼부은 블록버스터도, 화제가 될 만한 자극적인 설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성공을 두고 영화업계에선 "류승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류승룡은 현재 '충무로의 대세'로 통한다. '미다스의 손', '흥행보증수표'라는 별명도 생겼다. 손만 대면 흥행에 성공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체 무엇이 그를 이런 반열에 올려놨을까. 그 숨은 비법을 들여다봤다.

20여년 만에 두각… 대기만성형

류승룡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뒤 1986년부터 연극과 뮤지컬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1998년부터는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1기 멤버로 데뷔해 5년에 걸쳐 세계 곳곳을 누비기도 했다.

'7번방의 선물'
그런 류승룡이 스크린 데뷔를 한 건 35세가 되던 2004년. 서울예대 동문인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를 통해서였다. 영화판에는 늦게 발을 들였지만 연기만큼은 호평 일색이었다. 과거 연극 무대와 난타 공연 등을 거치면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이다.

이후 류승룡은 장진 감독의 영화에 감초처럼 출연하다가 영화 '황진이'와 '열한번째 엄마', '시크릿' 등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의 시선을 붙들기 시작했다. 또 영화 '된장'과 '평양성', '고지전' 등에서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서서히 다지기 시작했다.

류승룡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건 2011년 개봉된 에서였다. 이 영화에서 류승룡은 청나라 장수 쥬신타를 연기해 악역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이 멎을 정도의 무게감을 안겨줬다.

이어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를 연기한 류승룡은 그 배역에 감히 다른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류승룡은 느끼하지만 자꾸 보게 되는 카사노바 캐릭터를 제대로 포착해 웃음까지 책임졌다. '더티 섹시'라는 별명도 이때 붙었다.

급류에 올라탄 류승룡의 질주는 멈출 줄 몰랐다. 같은 해 '광해, 왕이된 남자'에서 킹메이커 허균 역을 맡아 중저음의 매혹적인 보이스톤으로 정극 연기의 정수를 선보이면서 1,240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이는 역대 흥행 순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채 반년도 되지 않아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에서 다시 한번 '대박'이 터졌다. 이 영화에서 류승룡은 귀여운 딸을 홀로 키우다 억울하게 감옥에 간 바보 아빠 용구 역을 맡아, 귀여운 바가지머리에 콧소리를 섞어 웅얼거리며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사실 개봉 당시 누구도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다. 손익분기점이 170만 관객인 소규모 제작비의 영화였기에 300만 관객 이상을 예측하는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지 류승룡,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등 감초 조연들이 출연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착한 영화'란 평이 전부였다.

그러나 은 이런 관측을 깨고 커다란 성공을 이뤘다. 영화계와 평론가들은 흥행 신화의 1등 공신이 류승룡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의 농익은 연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각고의 노력… 어떤 역할도 소화

류승룡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청나라 장군(쥬신타)과 타고난 바람둥이(장성기), 조선시대 왕의 심복(허균), 지적장애인(용구) 등 어느 배역도 비슷한 게 없다. 주목할 만한 건 류승룡이 180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전혀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종병기 활'
배우의 이미지를 떠나 캐릭터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하는 역량은 상당한 내공이 바탕이 된 연기에서 비롯된다. 류승룡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과 연기력을 통해 존재감을 알렸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이 우연이든 전략이든,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데뷔 후 몇 년간 류승룡은 '악역 전문 배우'로 불렸다. 다소 강한 인상 탓이었다. 그러나 이제 류승룡은 어떤 역할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배우가 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런 평가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모두 그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류승룡은 대본이 너널너덜 해질 정도로 캐릭터를 분석하고 메모해 완벽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걸로 유명하다. 에서 쥬신타 역할을 위해 4개월 동안 변발을 유지하는가 하면, 고어인 만주어를 완벽히 구사하기 위해 만주의 역사와 문화를 섭렵하기도 했다.

또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선 적은 분량의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대사를 위해 따로 수업을 받았다. 에서 역시 6세 지능을 가진 아빠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 지능이 멈춘 장애우를 롤모델 삼아 말투나 행동 등을 익혔다.

광고계 러브콜… 상복도 이어져

류승룡은 충무로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류승룡에 대한 사랑은 충무로 뿐만이 아니다. 쏟아지는 광고계의 러브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선보인 학습지와 화장품, 라면 등의 광고는 영화에서 류승룡의 인기보다 더한 인기를 끌고 있다.

상복도 이어지고 있다. 청룡영화상에서는 2011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대종상 영화제 남우조연상, 올해에는 영화기자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류승룡의 거침없는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의 김한민 감독이 연출하는 올 하반기 기대작 '명랑-회오리바다'의 촬영에 돌입했다. 극중에선 이순신 장군 역의 최민식과 대립하는 일본 장수 역을 맡았다.

당초 이 작품을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다. 에서 보여준 적장과 캐릭터가 겹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류승룡은 "분명히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며 출연을 결정했다. 이처럼 자신감을 내비친 류승룡은 이번 영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류승룡은 거친 남자?
섬세하고 꼼꼼… 가정적이고 자상한 아빠



류승룡은 거친(?) 외모 탓에 '상남자'로 오해받기 일쑤다. 그러나 실제 성격은 섬세하고 꼼꼼하다고 한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는 물론이고,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들의 이름과 나이를 모두 기억할 정도다.

소속사 동료연기자들의 생일엔 직접 선물을 챙기기도 한다. 배우 조은지의 생일 때도 원하는 것을 알아본 뒤 운동화를 선물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에서 극중 어린 예승 역을 맡은 아역배우 갈소원에게 영화에서 등장했던 세일러문 가방을 선물하기도 했다.

류승룡은 사교성도 뛰어나다고 한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나고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대가 사장이건 말단이건 대하는 게 한결 같다. 모두에게 격의 없고 또 모두에게 예의 바르다. 서먹한 분위기의 술자리에도 류승룡이 참석하면 토크쇼로 바뀐다고 한다.

류승룡은 가정적이기도 하다. 아내 알기를 하늘처럼 아이 알기를 금은보석처럼 한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 그는 연습과 촬영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가정에 쏟아 붇는다. 특히 두 아들들과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상한 아빠라고 한다.

류승룡 '명량: 회오리바람'서 또 한번의 변신



다음엔 일본 장군으로
'이순신' 최민식과 대결

영화 '명량 : 회오리바람'에 배우 류승룡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종병기-활'을 제작한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1597년 9월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단 13척의 배만으로 10배가 넘는 왜선 133척을 울둘목에서 격파한 명량대첩을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최민식, 류승룡, 진구, 이정현 등 쟁쟁한 국내 연기파 배우들과 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다. 극중에서 류승룡은 일본 수군 장수로 분해 이순신 장군 역할의 최민식과 맞대결을 펼친다.

'명량: 회오리 바람'은 당초 올 연말 '출격'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박제작과 CG등의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정이 미뤄지게 됐다. 이 영화는 지난 1월28일 크랭크인에 들어가 현재 촬영이 한창인 상황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150억원의 제작비가 드는 대형 영화인만큼 세심한 부분에서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영화"라며 "잘 만들어지면 한국 해양 블록버스터의 새 장을 열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