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컴백한 조용필'헬로' 반나절 만에 2만장 매진각종 음원차트도 석권하며 올드팬에 10대팬까지 사로잡아열풍 넘어 신드롬으로

조용필이 지난달 2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열린 ‘조용필 프리미어 쇼케이스’에서 열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왕(歌王)' 조용필이 19집 앨범 '헬로(Hello)'를 들고 돌아왔다. 18집 앨범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낸 지 꼭 10년 만이다. 이번 앨범에서 조용필은 젊은 감성의 모던 록과 모던 팝을 선보였다. '가왕'의 귀환에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처음 찍어낸 앨범 2만장이 순식간에 동이났다. 올드 팬뿐 아니라 젊은 층까지 주머니를 열었다. 수록곡은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지난 23일 열린 쇼 케이스엔 남녀노소 3,000여명이 모여 열광했다.

조용필은 벌써 환갑을 훌쩍 넘긴 노장이다. 그러나 그는 추억을 팔아먹는 '전설'이 아니었다. 신화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용필이 데뷔 이후 45년 동안 전 연령층과 각계각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고 있는 까닭은 뭘까.

한국 음악사의 전설

조용필은 1968년 그룹 애트킨즈의 기타리스트로 음악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그가 처음 마이크를 잡은 건 어느날 보컬리스트가 건강이 안 좋아 결근하면서다. 조용필은 할 수 없이 보컬리스트 역할을 겸해 앨 그린의 블루스 명곡 'Lead Me On'을 불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조용필의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의 정식 데뷔는 1976년이었다. 트로트곡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데뷔한 조용필은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이 곡은 지금도 '부산갈매기'와 함께 롯데 자이언츠의 공식 응원가로 불릴 정도로 국민가요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조용필에 전국이 들썩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는 대마초 사건에 연루돼 3년간 손에서 마이크를 놔야 했다. 그리고 그는 1979년 정식 1집 앨범 '창밖의 여자'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노래는 전국을 뒤흔들었다. 조용필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었다.

당시 가요계에는 '앨범'의 개념 보다는 타이틀곡 한 곡에 올인하는 싱글음반 개념이 더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용필의 1집 음반은 1곡을 제외한 9곡 전곡이 히트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한국 가요사에 이런 기록은 조용필이 유일하다.

이후 조용필의 질주가 시작됐다. 그는 전성기 각종 가요제에서 가수왕과 대상을 휩쓸었으며 국내 최초로 단일 음반 판매 100만장 돌파 및 전체 음반 판매 1,000만장 돌파 기록을 세웠다.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 전석 매진 신화 역시 그가 처음이었다.

가요계는 온통 조용필 바람

조용필 19집 음반이 발매된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 영풍문고에서 조용필이 싸인한 450장 한정판 CD음반을 사기 위해 열성 팬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은 새벽부터 기다려 음반을 구입했다. 신상순선임기자
그리고 지난달 23일 조용필은 정규 19집 헬로(Hello)를 들고 돌아왔다. 2003년 '오버 더 레인보우' 이후 10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왕의 귀환에 팬들은 환호했다. 지금 가요계는 온통 조용필 바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같은 날 네이버 뮤직을 통해 생중계된 조용필의 '프리미어 쇼케이스-헬로'는 총 25만 명이 실시간으로 관람했다. 이는 웬만한 인기 아이돌 그룹이 앞서 기록한 수치의 2배에 달한다. 방송 중 댓글만도 3만개에 육박했다.

앨범 판매도 '대박'이 났다. 앨범은 발매일 당일 새벽부터 판매점 앞에 장사진을 이루게 만들었고, 급기야 반나절 만에 2만장이 매진됐다. 조용필의 소속사 YPC프로덕션은 부랴부랴 재주문 3만장을 내놓고 물량을 대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조용필의 전국 투어 '헬로'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4월31일부터 5월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이 공연은 사실상 매진됐다. 앞으로 예정된 대전 의정부 대구 진주 등의 공연도 인터파크 티켓 예매 순위에서 상위권을 싹쓸이하며 빠른 속도로 매진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45년차 가수가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온라인에 선공개한 '바운스(Bounce)'에 전날까지 정상을 지켰던 국제가수 싸이의 '젠틀맨'은 2위로 밀려났다.

이어 공개한 타이틀곡 '헬로'도 모든 음원차트의 1위를 휩쓰는 가운데 19집 수록곡 전곡이 각종 차트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아이돌 가수가 차트를 장악한 현실에서 환갑을 넘긴 노장의 음악이 정상을 차지한 건 전례에 없던 일이었다. 실제, 음원 차트 제도가 시작된 2004년 이래로 60대 가수가 신곡으로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조용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빌보드닷컴은 최근 '조용필이 싸이를 K팝 핫 100차트 1위에서 끌어내렸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빌보드닷컴은 조용필을 살아있는 K팝 전설로 소개하며 "조용필은 80년대부터 여러 앨범으로 시상식을 휩쓰는 등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고 전했다.

다양한 장르 포용력과 노력

조용필의 인기는 이미 열풍을 넘어 신드롬에 가깝다. 기존의 팬들은 물론 10대부터 20대까지 젊은 팬들도 '조용필앓이'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용필이 전세대에 걸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다양한 장르 포용력이 그 첫 번째 이유로 꼽히고 있다.

보통 가수들은 한 두 가지에만 특기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용필은 트로트 국악 록 재즈 블루스 발라드 등 모든 장르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다. 그의 히트곡들을 살펴보면 대중가요의 모든 장르가 다 담겨 있다.

조용필은 민요, 트로트, 소울, 팝, 디스코, 록, 프로그레시브록, 일렉트로닉 등 수많은 장르의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유행하는 서구의 대중음악들이 조용필이라는 필터를 거쳐 한국적인 정서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의 음악이 한국적임과 동시에 세계적인 이유다.

이번 19집 앨범이 10대와 20대의 눈길을 끈 것도 랩을 도입하는 등 젊은층에 소통과 화합의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가 추구하는 록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K팝에 익숙한 젊은 가요팬들의 입맛을 맞춘 것이다.

두 번째는 조용필이 뛰어난 기타리스트인 동시에 작사 작곡 연주 편곡 프로듀싱 등 원맨밴드가 가능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조용필이 작사하거나 작곡한 히트곡은 어림잡아 50곡. 가수 한 명이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히트곡을 50곡이나 불렀다는 얘기다.

물론 재능만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른 건 아니다. 끊임없는 관리와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었다. 실제 조용필은 연습을 거르지 않는 가수다. 공연 일정이 잡히면 하루 3~4시간 연습을 소화해낸다. 특히 이번 쇼 케이스를 앞두고는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환갑 넘긴 목소리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조용필에겐 방송 출연 및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되도록이면 공연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방송활동이 아닌 음악만으로 평가를 받고 싶다는 고집이다. 예순세 살의 노장은 지금 다시 새로운 전설을 쓰고 있다.

조용필 기부활동도 '왕'



전세 살면서 10년간 매년 수억원씩 어려운 사람 도와

조용필의 기부활동이 화제다. 그는 자신은 전세로 살면서 해마다 수억원의 기부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필의 기부활동이 처음 알려진 건 2003년 부인 안진현씨가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다. 그는 부인이 남긴 재산 200만달러(당시 약 24억여원)를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기부했다. 2003년 35주년 기념 공연 수익금 일부도 5명의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에 사용했다.

2009년부터는 자본금 10억원 규모의 '조용필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불우 환경에 놓인 중ㆍ고등학교 및 대학생들 30여명에게 장학금과 월 생활비를 지원했다. 2009년 1억원 규모의 비용을 지급한 데 이어 지금까지 4년간 장학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

2010년 환갑을 맞아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관객 10만명을 대상으로 열린 대규모 콘서트의 수익금 일부도 서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입원한 소아암 환자를 위해 쓰였다. 당시 기부금으로 어린이 환자 500여명이 혜택을 봤다. 이 때 들어간 자금은 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조용필은 지금까지 기부 내용을 공개한 적이 없다. 기부 규모는 물론 내용에 대해서도 철저히 입을 닫았다. 이에 대해 조용필의 소속사인 YPC프로덕션 측은 "진정성이 자칫 왜곡되고 호도되어 실제로 수혜를 받으셨던 분들께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분들과 충분히 마음으로 교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로' 거침없는 완판 행진



발매 일주일 만에 6만장… 10만장 판매 '눈앞'

조용필의 19집 앨범이 발매 일주일 만에 음반 판매량 6만 장을 돌파했다.

지난 1일 음반유통사 유니버셜 뮤직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발표한 조용필의 정규 19집 '헬로'는 6만 장(4월30일 기준)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앨범은 지난 23일 발매 당일 반나절 만에 초도 2만장이 매진되며 조기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어 지난달 30일까지 추가로 공급된 4만장도 모두 판매됐다. 여기에 4만장의 주문량이 밀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통사 측은 다음 주까지 기업체 단체주문(2만5,000장 추산)을 포함한 총 4만장의 음반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안에 10만 장 돌파도 가능하다는 게 유통사의 설명이다. 지난해 앨범 판매량 10만장을 돌파한 가수는 슈퍼주니어, 빅뱅, 동방신기, 샤이니, 인피니트 등 8팀이다.

조용필의 소속사인 YPC프로덕션 관계자는 "현재 시장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물량"이라며 "현재 제조공장 두 곳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워 추가로 공장을 더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조용필의 19집 앨범은 품절 사태를 빚으면서 전국 휴게소나 상점 등에서 해적CD가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PC프로덕션과 유니버설뮤직 측은 문화관광부에 적극 협조를 구해 단속에 나선 상태이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