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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원칙주의자, 폭풍 정국의 중심에 서다

●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파문 남재준 국정원장
군시절 애국가는 4절까지 장군임에도 골프 안 쳐
노무현 정부와 갈등끝 퇴역 박근혜와 안보특보로 인연
  •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와 회의록 내용의 해석을 놓고 여야 간 격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달 25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회의록내용을 놓고 여야가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면서 정치권에 핵폭풍을 몰고 온 남 국정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당장 야권을 중심으로 날선 비판이 날아들었다. 청와대, 또는 여당과 사전 합의가 있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남 국정원장은 "국정원 입장에서 소신대로 했을 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회의록 공개와 관련, 정치권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사전에 여권과 조율을 했을 것이라는 시각과 남 원장의 원칙적인 삶에 근거해 독자적으로 내린 결정일 수 있다는 시각이 병존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파문은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은 물론, 여야의 주도권, 남 원장의 거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폭풍 정국의 중심에 서있는 남 원장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봤다.

  • 남재준(오른쪽) 국정원장이 지난달 25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국정원의 2007년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와 회의록 내용의 해석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회 척결 후 두각 드러내

1944년 서울에서 태어난 남재준 국정원장은 1965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1969년 25기로 졸업하고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당초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육사 출신 사조직 '하나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 남 원장은 1979년 하나회 주동으로 일어난 12·12 쿠데타로 동기였던 김오랑 소령을 잃고 그의 묘소에서 통곡하고, 전 전 대통령의 12ㆍ12사태를 비판했다는 등의 이유로 후일 진급 누락을 당했다.

그런 남 원장이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건 김영삼정부 들어 하나회가 척결되면서부터다. 1995년 6사단장을 시작으로 1997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1998년 수도방위사령관, 2000년 합참 작전본부장, 2002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군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리고 노무현정부 당시인 2003년에는 육군의 수장인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올랐다. 이 시절 남 원장은 참모총장 재임 중 교육투자를 확대하고 장교단 정신을 제정하였으며, 제대군인 취업 보장 노력을 기울였다.

또 병영시설 현대화 등 현역의 복무여건 개선 노력과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확대했다. 태평양‧아시아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 회의(PACC-3)와 디펜스아시아(Defence Asia) 개최 등 활발한 군사외교 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와의 갈등 끝에 2005년 4월 육군참모총장직을 사퇴하고, 동시에 퇴역했다. 이후 충남대학교, 원광대학교의 교수로 출강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

남재준 국정원장은 박근혜정부의 초대 국가정보원장이다. 국정원장에 육군 장성 출신이 임명된 것은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1년 임동원 원장(육군 소장 출신)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데는 박 대통령과 남 국정원장 간의 남다른 인연이 한몫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를 그만둔 직후, 2007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그해 6월 5일 자신의 캠프 사무실에서 국방안보 특보단과 자문단을 발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자신의 캠프에 동참해준 예비역 장성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고마움을 표했는데 당시 그 자리의 단장 격으로 참석한 사람이 바로 남 원장이다.

남 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대통령의 국방분야 자문을 맡았고, 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등 중대한 안보 위기 상황 때마다 남 원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상의할 정도로 신뢰가 깊었다.

이런 인연들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남 원장은 요직에 기용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리고 지난 3월 남 원장은 박근혜정부의 초대 국가정보원장에 취임했다.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을 발탁한 데는 오랜 인연 외에 '국가안보'라는 중대 사안을 둘러싼 권력과 정보 체계의의 '균형'도 고려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그리고 현재 국가안보에 관한 컨트롤타워 역할은 김장수(육사 27기) 국가안보실장이 맡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박흥렬 경호실장이 모두 육사 28기로 김장수 실장의 육사 1년 후배다. 다시말해 김 실장에게 과도하게 힘이 쏠릴 수 있는 구도다.

반면 남재준 원장은 육사 25기로 김장수 실장의 2년 선배다. 국정원의 수장에다 육사 선배로 김 실장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위치다.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을 낙점한 이유 중 하나로 읽히는 대목이다.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유명

남 원장은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부대 지휘관 시절 행사 때마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도록 했다. 부하들과 회식도 애국가로 마무리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직각보행을 어기지 않았으며 군 생활 내내 부하들에겐 청렴과 결백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참모총장 역임 후 2005년 40년간 몸담았던 군을 떠날 당시엔 관용차 대신 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귀가했다. 장군으로서는 드물게 골프도 치지 않는다. 취미라곤 등산 정도에 불과하다. 최전방 철책에서 지휘관으로 생활하며 병사들과 함께 걷다가 생긴 취미다.

반면 원칙주의자 특유의 타협을 모르는 스타일로 청와대와 적잖은 마찰을 빚었다. 노 전 대통령이 별장인 청남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마땅한 휴식 공간이 없자 청와대 참모들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남 원장이 이를 거절한 게 첫 번째 충돌이다.

군 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도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남 원장은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군 장성과 영관급 참모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노무현정부의 군 개혁정책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 자리에서 남 원장은 "이런 식으로 하면 군인들은 다 굶어 죽으란 이야기냐. '정중부의 난'이 왜 일어났는지 아는가. 무인들을 무시하고 문인을 우대한 결과 아닌가"라며 노무현정부의 군 개혁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정부가 군 검찰의 국방부 산하 이전 등 군 문민화 사업을 추진하던 때였다. 따라서 남 원장의 발언은 군 개혁에 정면 반발한 것으로 해석되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 일각에선 '사실상 군사 쿠데타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놨다.

장군 진급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지난 2004년 육군 진급심사가 끝난 지 한 달가량 뒤인 그해 11월 장교 숙소인 서울 용산구 국방 레스텔 지하에서 육군 준장 진급심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괴문서가 발견되면서다.

문서에는 남 원장이 자신의 인맥만 장성으로 진급시킨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군 검찰단은 즉시 진위여부를 파악하고 나섰다. 음해에 화가 난 남 원장은 즉시 청와대에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남 원장은 갈등의 원인이 정권 실세이던 386들의 군 흔들기로 인식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화들짝 놀란 청와대는 남 총장의 전역지원서를 반려했다.

남 원장은 예편 후에도 노무현정부와 충돌했다. 2006년 당시 노 대통령이 "(미국에) 빼앗긴 전시작전통제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며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을 논의 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남 원장은 노무현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주장에 동의 못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남 원장은 야인생활을 하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가 국가 안보를 망쳤다는 소회를 자주 피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남 원장의 이번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역시 이런 원칙주의적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의 질타가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평소 스타일대로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고 밀어붙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난국에도 남 원장 '담담'

이번 회의록 공개로 남 원장은 수세에 몰렸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결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사안을 '제2의 국정원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남 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은 "남 원장은 국조를 덮기 위해 법과 역사 앞에 회의록의 악의적 왜곡과 불법 공작정치를 저지른 행동대장, 범법자이자 대한민국의 외교파탄의 주범"이라며 "국격을 훼손한 '제2의 윤창중'"이라고 주장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남재준 원장은 국정원장 자격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 공공의 적 비슷하게 될 수도 있다. 국민 정서상 남 원장은 이미 매국노와 같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이번 대화록 공개는 매국 쿠데타"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방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날아들지만 정작 남 원장은 담담한 모습이다. 남 원장은 지난 6월25일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 회의록 공개의 위법성 논란에 대해 "당연히 합법"이라고 일축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여야 합의가 없었는데도 대화록 발췌본을 국회에 전달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하자 남 원장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전달할 수 있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독자적으로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문제의 회의록은 열람을 위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 '비밀로 분류돼 있던 일반 공공 기록물'이며 비밀 해제 절차를 거쳐서 국회에 전달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였다. 회의록은 2009년 3월 1급 비밀에서 2급 비밀로 격하된 바 있다.

남 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회의록 공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했지만 "내가 왜 사퇴하는가. 사퇴할 용의가 없다"고 답했다. 또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국정원은 국가 안위만 생각한다. 국익을 위해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 원장의 회의록 공개는 박근혜정부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여야가 극한 대치에 빠지게 되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 140개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법안들을 처리하려던 박 대통령의 구상은 이미 물건너갔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도 여권에게 부담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혐의로 이명박 정부가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회의록 공개는 박 대통령이 임명한 남 원장 체제의 국정원이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회의록 공개는 향후 폭넓게 진행될 남북대화는 물론 외국과의 협상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야권은 남 원장에 대해 탄핵을 주장하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보다 대학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反)남 원장 여론도 심상찮다. 남 원장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정원을 이끌어가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황교안 법무장관 "남재준 필요하면 소환조사 할 것"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고발한 것에 대해 필요하면 남재준 국정원장을 소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지난 6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 민주당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남 원장에 대한 소환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황 장관은 검찰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주장을 편 정문헌 의원이 올 2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된 데 대해, "(검찰이) 대화록 전부를 본 것은 아니고, 일부 발췌본을 검토하고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들어 객관적으로 법리 판단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한 수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황 장관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신 의원이 "박원동 전 국정원 국장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전화를 했다는데, 상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수사 중이라 답하기는 어렵지만, 전화했다는 시점에 박 전 국장이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지 싶다"고 답했다.

황 장관은 또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김 전 청장 및 박 전 국장의 '배후', '몸통'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요구하자, "(박 전 국장에 대한) 추가 고발 부분을 수사 중"이라며 "정치적 고려없이 원칙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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