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질 위기 현오석 경제부총리첫 작품 중산층 증세 비난 여론 '뭇매'야당에 여당까지 사퇴 요구'박근혜노믹스'의 컨트롤타워취임 6개월 만에 '휘청'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상의를 벗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퇴진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지 불과 6개월만이다. 문제는 박근혜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서민ㆍ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고 불과 나흘 만에 수정되면서다.

당초 야당이 날을 세우고 현 부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보다 못한 여당도 가세해 사퇴를 촉구했다. 물론 아직까지 사퇴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향후 언제든 경질론이 고개를 들 수 있어 위태로운 상황이다.

거시경제의 대부로 평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거친 이른바 'KS' 출신이다. 대학졸업 직전인 1973년 행정고시 14회로 관가에 입문했다. 1976년부터는 경제기획원(EPB)에서 일했다.

현 부총리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짜고 거시경제의 키를 쥐고 있던 핵심 부서인 경제기획국(현 경제정책국)에서 잔뼈가 굵은 정보통이다. 해당 부서는 수많은 장관급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 부총리는 주로 경제정책국에서 일했지만 예산실 심의관을 지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현 부총리는 평소 합리적이고 온화한 스타일이면서 일을 할 때는 매우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책을 짤 때도 기존 프레임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접근법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관료 생활의 끝자락은 평탄하지 않았다.

문제는 경제정책국장으로 일한 1998년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한국경제가 최대 위기에 처했을 때다. 그러나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국고국장으로 전보됐다. 당시 '윗선'과 코드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많았다. 현 부총리의 주변에선 합리적이지만 때로는 소신을 굽히지 않은 그의 성격 때문으로 판단했다.

현 부총리는 2000년 세무대학장에 부임했으나 세무대학이 폐교하면서 면직돼 공직을 떠났다가 2001년 9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특별보좌관에 위촉됐다. 당시 현 내정자는 진 념 전 부총리에게 무보수로 경제 현안 등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사실상 야인 생활을 하던 현 부총리는 2002년부터 약 6년간 한국무역협회의 무역연구소장을 지냈다. 그는 정부 밖에 있었지만 민간-정부의 경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실제 현 부종리는 2003년에서 2006년까지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2004년 FTA 민간자문회의 위원, 2007년 관세청 FTA추진위원회 위원장, 2008년에서 2009년엔 공공기관경영평가단 단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 현 부총리가 관가에 한발 더 다가선 건 2009년 국내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되면서다. 그는 임기 3년을 마치고 지난해 1년 연장하면서 4년간 KDI를 최전선에서 이끌어왔다.

관직을 10년 이상 떠나 있었지만 고차원의 정책감각을 보유하고 현안에도 밝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력 때문이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유로존의 재정 위기에 따른 글로벌 침체로 이어지는 기간을 KDI 원장으로서 보낸 만큼 정책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 많다.

현 부총리 내정 당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의 마지막 공직이 고작 '1급 자리'였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에는 관행적으로 차관이나 다른 부처 장관을 거친 인물이 경제부총리에 임명돼 왔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정부 안팎에선 현 부총리가 경제정책이나 흐름을 짚고 분석하는데 국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전문가로 이미 정평이 나 있고, 항상 미래를 내다보는 자세와 거시경제에도 밝기 때문에 새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로 손색이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세제개편안 수정되며 경질론

우여곡절 끝에 5년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에 오른 현 부총리는 '박근혜노믹스'를 주도할 컨트롤타워로 상당한 기대를 닻을 올렸다. 그러나 첫 작품인 세제개편안이 강한 역풍을 맞으면서 현오석 경제팀은 휘청거렸다.

급기야 지난 13일. 세제개편안이 나흘 만에 수정되면서 현 부총리에 대한 경질론이 확산됐다. 서민·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난데 대해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 수정안에 따르면 세 부담이 늘어나는 과표 기준은 연소득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연소득 5,500만원에서 7,000만원 구간의 소득세 증가액수는 당초 16만원 수준이었으나 연간 2~3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를 두고 당장 야당이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안에 대해 "부자감세 철회 없이 서민·중산층 증세라는 기조가 그대로 유지됐다"며 "조삼모사식 국민 우롱 수정안"이라고 비판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산층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재벌ㆍ부유층 보호 경제정책을 펴온 현 경제라인에게 '원점 재검토'를 맡길 게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을 살필 새로운 팀을 기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 '중산층ㆍ서민 세금폭탄저지 특별위원회'는 이날 장병완 정책위의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지시 하루만에 번갯불에 콩 볶듯이 마련한 수정안은 말 그대로 졸속대책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장 정책위의장은 "서민계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마땅하지만 그에 앞서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감세기조 철회만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새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계속되는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도 공식 사퇴 요구

얼떨떨한 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 부총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당이 현 경제팀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공개석상에서 사퇴를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정책위 제2정조위원장인 조원진 의원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현오석 부총리와 조원동 경제수석은 스스로 사퇴해주길 바란다"며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조 의원은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 결국 대한민국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국민이 우리 정부와 대통령을 믿고 가는 길밖에 없다"며 "그러려면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희생을 요청해야 하는데 지금의 경제팀은 그럴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혜훈 최고위원은 "현 부총리는 고소득 탈세자에 대한 추징 의지부터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유기준 최고위원은 "정부가 대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하지 못한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쓴소리를 한 바 있다.

다만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 일각에서는 경제팀의 경질론에 대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황 대표는 "경제팀이 임명된 지 5개월로 한창 일을 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에 문책론은 적절치 않다"며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까지 당 내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안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거나 향후 경제 전망이 어두울 경우 경질론은 언제든 부상할 수 있다. 현 부총리의 다음 행보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조원동 경제수석도 책임져!"
현오석과 함께 경제 정책 총괄 퇴진 위기



개편 세제 수정 논란으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함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니 세제 개편안 사태에 대해 두 사람이 함께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조원동 수석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등을 두루 거쳐 '경제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195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조 수석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을 역임하며 부동산 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획조정분과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기획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과 사무차장도 지냈다. 2011년에는 조세연구원장으로 선출돼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는 평가다.

조 수석은 현 부총리와 개인적인 인연이 적지 않다. 현 부총리는 조 수석의 경기고 6년 선배이면서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현 부총리가 행시 14회로 23회인 조 수석자보다 9회 선배로 공직에 진출했으며 둘 다 옛 경제기획원에서 20년 이상 크고 작은 경제정책을 다뤄본 경험이 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