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술로 남북경협 통한 통일 이룰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두 정상은 남ㆍ북ㆍ러시아가 참여하는 ‘3각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철도ㆍ전력망 연결 등을 포함한 극동 및 시베리아 개발에 북한이 한 축이 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남북관계로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신뢰’와 더불어 ‘경제’에 비중이 실린 새로운 남북관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최대 현안인 경제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이를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전문기관, 민간 분야에서의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올해 ‘한반도에너지경제연구소’를 설립한 한영성 소장은 “에너지기술로 남북경제협력을 통한 통일을 이룰 수 있다”며 ‘에너지’에 방점을 둔 신 남북경협을 주장한다.

한 소장은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국내 손꼽히는 원자력 전문가로 국제적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핵을 경제분야에 평화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4일 연구소에서 한 소장을 만났다. @hankooki.com

- ‘한반도에너지경제연구소’를 설립한 계기는?

“개인이나 나라나 잘 살기 위해서는 경제가 우선이다. 식량과 에너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진정한 독립국이 아니다. 반세기를 원자력 관련 업무를 해온 본인은 에너지(원자력) 기술사이기도 한데 이러한 전문성을 살려서 연구소를 설립해 나라를 걱정하는 전문가와 함께 연구와 토론 등을 통해 국가발전을 위한 일들을 마련해 보려고 한다.”

- 연구소의 활동방향은?

“에너지를 통한 남북경제협력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에 대해 연구를 해나갈 생각이다. 중국과 대만은 다양한 협력을 통해 매년 800만 명 이상이 오가고 교역에도 1,700억 달러를 넘었다. 남과 북, 우리라고 못해낼 것이 없지 않은가? 부산발 신의주,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으로 신실크로드를 구축해 북한과 함께 손잡고 번영하는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접고 평화적 이용에 나서게 하는 방안을 연구원들과 많이 생각해 왔다. 그리고 한반도 러시아 가스관 부설방안 등 할 일이 많다. 현재 남북 간의 원자력을 통한 교류협력 및 경제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 연구소가 남북경제협력에 기여할 일은 무엇인가?

“테클레르크 남아공 대통령은 1993년 3월 24일 ‘아프리카 제국과 국제사회의 새로운 관계인식에 근거해 핵억지력을 포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남아공의 핵포기 과정은 북한 핵문제와 종종 비교된다. 물론 북한과 남아공은 같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제적 제재 속에 통치구조 변화를 앞두고 있는 북한이 남아공처럼 전략적ㆍ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연구소는 남북협력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의 큰 그림을 90%쯤 그려 놓았다. 그런데 정책과제가 민감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정부당국, 우방국 등과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

- 정책 방안이 민감하다는 것은 북한, 그리고 북한핵과 연관된 것으로 들리는데 북핵을 남북경협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북한핵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군사적 측면 때문인데 북핵을 평화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국제기구의 감시 아래 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연구소는 북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대북지원은 우리가 선도하더라도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국제협력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핵을 감시하고 UNIDO(유엔공업개발기구)와 연계한 남북경협을 구상하고 있다.”

- 원자력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을 남북경협에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면?

“한 예로 우리가 독자 개발한 스마트원자로를 활용할 수 있다. 이 또한 국제기구의 감시를 받아야겠지만 소형 원자로인 만큼 동해가 인접한 북한내 또는 강원도, 그리고 임진강이 흐르는 개성, 파주, 김포 등에 설치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 에너지 측면에서 남북경협 방안은?

“북한의 자원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연구소의 주 관심은 광물자원, 수자원, 그리고 바지런한 인적자원이다. 먼저 광물분야 남북교류확대는 북한경제 회생에 도움을 주는 한편, 우리는 원료자원 안정공급 및 광물 가공에 보탬이 될 것이다. 에너지 관점에서 보면 수력, 화력 기존설비의 개량보완, 신규발전소 건설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의 심각한 전기부족 해결로 경제발전의 대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올해 ‘원전비리’가 큰 사회문제가 됐는데 문제점과 개선책을 말한다면

“작금의 원전비리는 서로 이해관계로 얽힌 원전기관들의 구조적인 비리가 주적이며, 공기업으로서 방만한 운영과 공직기강 해이, 공직관료화 등이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전력의 뚜렷한 비전이 요구된다. 전체 직원들의 뜻을 폭넓게 수렴해 결정하고 목표 달성을 향해 전 한전맨들이 열과성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윗물이 맑아야 한다. 또한 공사에 기여한 이를 높여주고 부정비리에 연루된 자는 연대책임을 묻는 당근과 연대채찍 관리가 필요하다. 끝으로 장인정신 기술인의 자존심에 대한 호소다. 제품마다 제작인 명의를 새겨 납품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 얼마전 한국을 국빈 방문한 필리핀 아키노 대통령의 초청으로 두 사람만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아는데 내용이 궁금하다.

“주로 필리핀의 에너지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아키노 대통령께 필리핀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데 인허가 문제나 환경평가를 받을 때 필리핀정부에서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발전소에 관한 여러 얘기를 나눴다”

- 최근 ‘한국엔지니어클럽’ 회장으로 추대됐는데 향후 역할을 밝힌다면

“엔지니어클럽은 박정희 대통령께서 “과학기술이 국가의 힘”이라는 신념과 함께 격려금을 주시어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이었던 오원철씨가 창립한 단체로 여러 분야 엔지니어 출신들이 모여 있다. 향후 ‘전국민의 과학화’를 모토로 기술이 국민생활과 연결되고 각 대학이나 연구소의 기술을 창업에 활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다”

<한영성 소장은>

- 서울대 문리대ㆍ동 행정대학원 졸업,

- 영국 과학원 수료, 에너지(원자력) 기술사

- 주 Vienna 대사관 과학관. 과학기술처 원자력 국장ㆍ실장ㆍ차관

- 국가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장관급),

- 한반도에너지경제연구소 소장(현)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