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교육 이젠 현장·실무 위주로"K-POP 세계를 호령하는 시대 스타 탄생에만 치중 아쉬움재목 발굴 시스템 구축 등 전문성 가진 스태프 육성 시급

"지난 10년이 IT의 시대였다면 이미 우리는 CT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콘텐츠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연기 나지 않는 산업이자 향후 100년을 책임질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싸이가 세계 무대를 호령하고 K-POP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굳혀가는 시대 속에 살지만 마찬가지다.

바삐 돌아가는 현장을 뒤에서 이론적으로 떠받칠 학계의 지원은 그래서 아쉽기만 하다. 특히 국내의 경우 보컬과 연기 연출 등 원천 콘텐츠가 될 재목을 양성하는 데 치중했다. 원석을 발견해 잘 다듬어 반짝반짝 빛나게 해줄 시스템 구축과 스태프 육성에 소홀했다.

1명의 스타 탄생에 집중하다 보니 이를 꾸준하게 키워낼 100명의 스태프 교육이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이는 국내에서 올해 처음으로 엔터테인먼트와 비즈니스를 결합시킨 숭실사이버대학교 엔터비즈니스학과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산파 역할을 한 이정재 교수는 한동안 만나는 산업 종사자들마다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줘 고맙다는 덕담을 들었다고 했다.

"올 초 학과가 신설되고 만나는 분마다 명함을 드리면 놀라움과 기쁨으로 답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국내에도 이런 학과가 생기다니 '반갑다''기쁘다' 그리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던 학과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대학 교수 한 분은 실제로 3학년으로 편입을 해서 수업을 듣고 계셔서 제가 깜짝 놀라기도 했죠. 업계의 반응은 단언컨데 '서프라이즈' 그 자체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고 싶지만 그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곳은 많지 않다. 주변 지인의 소개로 혹은 우연한 기회로 엔터 산업에 발을 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로 엔터테인먼트 종사자 가운데 연관 전공 출신은 51%에 그친다는 통계가 있다. 절반 이상이라고 하지만 전문성을 가진 실무 위주의 교육을 접한 이들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 교수는 학과 개설과 함께 찾아 온 학생들을 보면서 희망을 봤다고 했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방송사의 자회사나 음악콘텐츠 유통업계, 게임업계 등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주로 지원했어요. 유명 가수나 배우가 소속된 연예기획사의 임원들도 상당합니다. 학위 취득과 재교육 차원에서 입학하신 분들이 대부분인데 모두 주경야독하는 열기가 대단합니다."

엔터비즈니스학과의 등장은 국내 엔터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와 맞물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진 이유다.

"기존의 대학이나 대학원의 과정은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이론위주의 교육과정으로 편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현장에서 실무를 재교육 받아 업무에 투입되고 있죠. 엔터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비현실적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스템 위주로 돌아가는 현장을 중시하게 된 것은 이 교수의 이력과도 연관이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저작권 유통 관련 사업으로 엔터와 첫 인연을 맺은 그는 디지털저작권거래소 사업을 통해 건전한 저작권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뛰었다. 서비스사업자와 권리자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며 당시로서는 낙후됐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시스템 구축에 눈을 떴다. 유통기술과 보호기술관련 R&D관리와 기획업무를 하면서 콘텐츠유통에 대한 비즈니스 지원 사업을 하면서 음악, 영화, 방송 등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게 된 것도 그에게 행운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융합형 이력이 아닐까 해요. 산업 전체를 조망하고 시스템 구축을 고민하던 제가 점차 현장에서 뛰시는 분들과 가까워지면서 이 분야에 눈을 뜨게 됐죠.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과 우수한 인력을 고민하는 것이 제 몫으로 남게 됐네요."

학과의 커리큘럼도 산업의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실무 위주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이해, 대중음악 아티스트 개론, 창작과 스토리텔링, 디지털콘텐츠기획, 저작권법ㆍ라이선스, 콘텐츠유통마케팅 및 가치평가 등의 기초학습과정을 거치면 연예기획경영과 콘텐츠비즈니스 등은 현장을 위한 심화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강단에는 음악평론가 임진모, ㈜영화대장간 이남진 대표, KBS미디어 정철웅 이사, 한국 ITA학회 고길준 상임이사, ㈜해라 지윤성 대표이사, 인텔리콘 법률사무소 임영익 대표, J&S 엔터테인먼트 이세연 대표, ㈜워너채플뮤직 코리아 조규철 대표이사, CBS 기독교방송국 윤영준 음악감독 등이 현장 실무 위주로 미래의 엔터 산업 일꾼을 키워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원천콘텐츠인 연예인들도 이 학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그룹 비에이피(B.A.P)의 영재와 힙합그룹 긱스가 학생으로 입학해 엔터테인먼트의 이론과 실제를 겸한 교육을 받고 있다. 이교수는 이들이 바쁜 활동으로 학업에 제대로 임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제게는 아무래도 그 친구들이 관심학생이었죠. 걱정을 하긴 했지만 과제도 열심이고 수업에도 열의를 보여서 놀랐어요. 그래도 학점은 공평하게 줬어요. 연예인 프리미엄은 교실에서 없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 교수에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양적인 팽창을 유지할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 결국에는 콘텐츠 확보와 인력 양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그의 고민은 현장과 학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들렸다.

"국내 엔터 산업은 제작자 혼자 모든 일을 다하던 자영업과 수공업의 시대를 지났다고 봐야 합니다. 콘텐츠 선진국의 분업화된 시스템을 차츰 받아들이고 있어요. 더불어 SM, JYP, YG와 같은 대형기획사 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로 해외에서도 국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해외에서 오디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현지 법인을 세워 진출하며 해외 교육에 대한 계획들을 가지고 있는 발빠른 회사들이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산업의 내일을 위해서 이제라도 콘텐츠 수출과 교육 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