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가 '대세' 떠오른 이우정 작가'응답하라 1997' '꽃보다 할배' 이어 '응답하라 1994' '꽃보다 누나' 빅히트노력과 센스, 팀워크가 성공의 비결… 양질의 TV콘텐츠 제공 큰 미덕

5년전‘2008 KBS 연예대상’쇼오락부문 방송작가상을 수상한 이우정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응답하라 1994'와 2012년 방영된 '응답하라 1997', 그리고 예능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 등의 공통점은 모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는 점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또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모두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우정 작가다.

이 작가가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건 KBS '1박2일'을 통해서다. 그리고 지난해 방송됐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어 2013년 '응답하라 1994'와 '꽃보다 할배', '꽃누나'로 스타 작가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그야말로 손대는 작품마다 성공으로 이끌었다. '미다스의 손'이 따로 없다는 평가다. 이 작가는 특히 예능과 드라마라는 두 장르를 동시에 섭렵하고 성공시킨, 이전엔 찾아보기 어려운 작가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받고 있다. 이 작가의 성공 비결은 대체 무엇일까.

스타 작가로 발돋움

경남 진주 출신인 이우정 작가는 숙명여대 94학번이다. 처음부터 작가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런 가운데 MBC 아카데미에서 작가 교육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5층 엠펍에서 열린 tvN 리얼 러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더로맨틱(연출 이명한)'기자 간담회에서 (왼쪽부터)유학찬 PD, 이명한 감독, 이우정 작가, 김대주 작가가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1년 MBC 시범 프로그램 '백만 송이 장미'와 '21세기 위원회'를 썼다. 이후 KBS에서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을 만들면서 중요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이명한ㆍ나영석 PD가 그 주인공이다. 이후 '남자의 자격'에서 신원호 PD를 만났다.

현재 이들 네명은 모두 CJ E&M(tvN) 소속이다. 처음 자리를 옮긴 건 이 PD다. 2011년 이 PD는 새로운 도전을 외치며 CJ E&M으로 이적했다. 이후 나 PD와 신 PD도 CJ E&M으로 줄줄이 적을 옮겼다. 이 작가도 그 무렵 활동무대를 CJ E&M으로 바꾸면서 '팀'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작가의 행보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 작가의 존재감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나 PD와의 합작품인 '꽃보다 할배'와 신 PD와 함께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종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부터다.

'응답하라 1997'의 경우 16화의 시청률이 7.6%였다. 최근 종영된 '응답하라 1994' 9화 시청률도 8.1%에 달했다. '꽃보다 할배' 평균 시청률은 5~6%였고 가장 최근 방영된 '꽃보다 누나' 3화 시청률은 10.3%에 달했다. 지상파 20%대의 높은 시청률이다.

시청률 하나만으로 스타 작가로서의 지위를 굳힌 셈이다. 이 작가는 특히 여느 스타 작가와 달리 예능과 드라마라는 두 장르를 동시에 섭렵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렇다면 이 작가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성공비결은 노력과 센스

첫째 비결은 '노력'이다. 이 작가는 타고난 노력파다. 언제나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늘 책을 들고 살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 한다. 일에도 열심이다. '꽃누나' 화면에는 크로아티아, 터키 등 여행지에 함께 가 있는 제작진 무리에 그의 모습이 잡혀 등장한다.

두 작품의 대본을 쓰고 현지에 가서 출연도 하는 셈이다. 보통의 작가들이 한 작품에만 수개월간 매달리며 일절 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는 모습과 상반된다. 그렇지만 이 작가는 드라마와 예능이라는 두 가지의 다른 프로그램 대본을 집필하고 출연까지 하고 있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 최재영 작가는 "'1박2일' 시절 작가실 출퇴근할 때 항상 가장 나중까지 남아있던 작가였다"면서 "그 정도 명성을 얻으면 자연히 현장에서 몸을 뺄 수도 있는데 언제나 스스로 무릎을 꿇고 현장을 지켜보는, 정말 열심히 하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 그러나 이 작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묵묵히 수행한다.

둘째 비결은 '센스'다.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게 방송계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센스가 탁월하다는 평가다. 특히 뛰어난 관찰력을 통해 캐릭터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출중하다.

출연자가 살짝 내보이는 부분도 놓치지 않고 수집했다가 결정적인 장면들마다 늘어놓으며 이미지를 굳힌다. '1박2일'의 '허당 승기(이승기)', '은초딩(은지원)'과 '꽃보다 할배'의 '직진 순재(이순재)', '구야형(신구)' 등이 모두 이 작가의 손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에서 공감가는 내용을 끌어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실제 '응사'에서는 그가 다녔던 숙명여대 무역학과를 주인공들의 소개팅 상대로 넣었다. 또 자신의 고향 진주의 사투리를 이용해 실제 사투리를 쓰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을 구상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트렌드를 읽는 눈이 빼어나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의 시점인 1990년대는 20대의 담론이 대중문화의 중심을 이루던 때다. IMF 외환위기 사태 이전의 청년들이 스펙이나 취업 걱정 없이 마음껏 놀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을 강타한 7080신드롬을 정확히 10년 뒤로 옮겨놓은 상황이다. 사회경력과 생활기반이 안정된 3040세대가 스무 살 무렵을 추억하는 구도가 반복되는 셈이다. '응답하라' 시리지는 이런 추억 코드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 작가는 또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재능이 있다. 예능과 드라마,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공감대를 넓혀가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예능 프로그램 경험이 그 배경으로 꼽히다.

셋째 비결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PD들과의 공조를 들 수 있다. 나 PD는 "나와 이우정 작가, 신원호 PD는 10년 가까이 서로 보아왔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의중을 알아챌 수 있다"며 '찰떡' 같은 팀워크를 자랑한 바 있다.

10년 이상 함께 작업해 온 팀워크가 이적 후 단시간에 히트작을 낼 수 있는 순발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응사' 대본을 절반 정도 써 놓고 '꽃누나' 크로아티아 촬영을 다녀왔다 다시 대본에 합류하는 비현실적인 스케줄 역시 이런 팀워크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공동집필이라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한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5년간 함께 '1박2일'을 썼던 김대주, 김란주, 이선혜 작가 등을 응답하라 시리즈 작가진으로 영입해 이들과 호흡하며 대본을 집필했다. 에피소드들을 뽑아 놓고 그중에서 선별하는 식이다.

30대 이상에 양질 콘테츠 선사

이 작가가 '응답하라'와 '꽃보다 할배'등을 통해 이룬 최대 성과는 30대 이상 대중문화 애호가들에게 건전하면서 재미있는 양질의 TV 콘텐츠를 선사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그간 아이돌 일색의 가요계와 막장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소외계층'이었다.

'실버 예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낸 점도 이 작가가 이뤄낸 값진 결실이다. 이 작가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3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당시 '꽃보다 할배'를 두고 "할배들의 배낭여행을 소재로 한 '꽃할배'는 실버 예능의 전성기를 불러왔다"며 "60대 이상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는 등 노년 시장이 활기를 띠며 하나의 현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선 이 작가의 새로운 도전 무대가 tvN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의 본거지였던 공중파는 표현의 제약이 많아 파격적인 실험이 어렵다. 또 시청률 압박에 한번 성공한 기획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반면 tvN은 시청률 기대치가 낮은 케이블 채널이다. '롤러코스터' '막돼먹은 영애씨' 등의 흥행으로 젊은층에는 공중파에 버금갈 만큼 인지도가 높아진 상태였다. 이런 케이블 특유의 자유로운 발상과 시즌제를 전제한 탄력적인 편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한 작가가 드라마와 예능 두 프로젝트 모두를 성공시킨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1박2일'이 이 프로그램 자체로 브랜드가 된 것과 달리 이 작가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잇따른 성공을 통해 창작자 스스로가 브랜드가 됐다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 작가는 올해 어떤 행보를 보일까. 이 작가는 '꽃보다' 시리즈를 제작하고 함께 다른 프로그램을 구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가는 올해 과연 어떤 프로그램을 들고 시청자들에게 기쁨을 선사할까.

● 이우정 작가는 누구?
대부분 프로필 베일에



이우정 작가가 최근 방송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응답하라와 꽃보다 시리즈 등 이 작가의 이름으로 대변되는 프로그램은 하나씩 늘고 있다. 그러나 프로필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평소에도 인터뷰는커녕 업무 외의 전화나 문자엔 대꾸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나이조차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1976년생인 나영석 PD가 동년배라고 말한 점을 미루어 30대 중후반 즈음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으며, 성격은 '천상여자'라고 한다. 행동 하나하나가 섬세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야구를 좋아하고 시사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등 남성다운 면모도 있다고 한다.

방송 작품으로는 '응답하라 1994'(2013)와 '꽃보다 할배'(2013), '더 로맨틱 & 아이돌'(2012), '응답하라 1997'(2012) '해피선데이'(2004) 등이 있으며, '응답하라 1997'(2013)과 '진짜 아날로그 여행 1박2일'(2013) 등 도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오는 1월17일 '응답하라 1994' 도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편 이 작가는 2008년 KBS 연예대상 쇼오락부문 방송작가상과 2010년 제23회 한국방송작가상 시상식 예능부문, 2013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대통령 표창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