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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복귀 '샐러리맨의 신화'… 신성장동력 달고 또 한번 날까

●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과거 우리나라에는 신입사원에서 대기업의 수장까지 오른 살아있는 '샐러리맨의 신화'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등 샐러리맨 출신 회장들이 줄줄이 몰락하며 "샐러리맨의 신화는 더 이상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한 사람을 지목하며 '샐러리맨의 신화'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답한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시작해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해버린 윤 회장이 최근 신주인수권(워런트)행사로 최대주주의 자리를 되찾으며 세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워런트 행사로 최대주주 자리 탈환

윤윤수 회장은 최근 휠라코리아의 최대주주 지위를 되찾았다. 템플턴자산운용, 국민연금 등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준 지 5개월 만이다. 그동안 휠라코리아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지분 싸움을 벌여온 윤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템플턴자산운용의 삼각경쟁이 마침내 그 끝을 보게 된 것이다.

템플턴자산운용과 특수관계자는 지난해 9월 말 지분율을 11.27%에서 12.31%로 늘려 윤 회장 측 우호지분(11.54%)을 넘어섰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최대주주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템플턴이 가지고 있었던 지분 112만416주 중 33만353주가 템플턴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투자일임고객의 소유 주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초에는 국민연금공단이 11.64%의 지분율로 공식적 최대주주 자리에 이름을 올렸고 같은 달 20일에는 템플턴자산운용이 주식을 추가 매수해 국민연금을 제쳤다. 휠라코리아의 상징적 존재였던 윤 회장은 3대 주주로 밀려나며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 골프선수 박인비가 2013년7월26일서울 서초동 휠라코리아 본사에서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으로부터 금 200돈을 만든 순금 퍼터를 받았다. 휠라코리아 제공
위기의 순간에서 윤 회장이 택한 카드는 아껴뒀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워런트) 행사였다. 이번 워런트 행사로 25만주를 추가 확보한 윤 회장의 지분율은 4.8%에서 7.1%로 늘어났다. 관계사 케어라인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윤 회장 측의 우호지분은 14.13%(144만6,354주)다.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남은 워런트를 감안한다면 경영권을 지키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행사된 워런트는 2010년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콜옵션을 행사해 인수한 136만5,000주 중 25만주 규모다. 행사 가격은 2만원으로 워런트 행사 당일인 2월 28일 휠라코리아 종가가 8만6,500원인 점을 고려한다면 평가차익만 해도 166억원에 이른다. 윤 회장에게 현재 남아있는 워런트는 111만5,000주에 이른다. 휠라코리아의 총 발행 주식주가 1,023만8,014주임을 감안할 때, 워런트를 모두 행사한다면 윤 회장 측 우호지분은 22%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실패 거듭한 끝에 신화로

윤윤수 회장은 해방 직후인 1945년 경기도 화성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윤 회장이 100일 때와 고등학교 2학년 때 장티푸스와 폐암으로 각각 사망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형의 집에 얹혀살았던 윤 회장은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들어가겠다는 일념으로 세 번이나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재수 때 2지망으로 치의예과에 붙었으나 삼수를 선택했고, 삼수에서도 불합격하자 아예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로 진로를 바꿨다고 전해진다.

군 전역 후 서른 살 나이에 졸업장을 받아 든 윤 회장이 처음으로 선택한 직장은 해운공사(현 한진해운)였다. 나이도 많고 해운업에 관한 경험도 전무했지만 영어 실력이 뛰어나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수출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했던 윤 회장은 해운공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JC Penny 한국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사에서 윤 회장은 기적적인 성과를 올려 국내 유명 기업들이 주목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윤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가 전자레인지를 처음 생산한 지 1년 만에 수출 6,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계약에 내가 크게 기여했다"며 "이 일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당시 전자제품 1위 기업이었던 LG전자를 추월하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고 회고했다.

JC Penny에서 스타로 떠오른 윤 회장은 여러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신발제조업체인 화승의 수출담당 이사로 들어갔다. 평소 수출 업무에 관심이 많았던 데다 무엇보다 자신의 역할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분야라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화승의 이사 자리에서 밀려난 윤 회장은 개인회사를 차려 수출업무에 매달렸다. 휠라와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윤 회장은 휠라 라이선스를 갖고 있던 미국인 사업자에게 신발을 공급했다. 윤 회장의 노력으로 탄생한 휠라 스포츠화는 본사 매출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이전까지 휠라는 의류 부문만 생산ㆍ판매하고 있었으나 윤 회장의 제안 이후 1980년대 미국 신발 매출 부문 3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신발사업의 가능성에 새롭게 눈을 뜬 휠라 경영진들은 윤 회장에게 매달렸다. 휠라의 한국 지사격인 휠라코리아를 1991년 설립, 윤 회장을 대표이사로 세운 것이다. 대우도 파격적이었다. 윤 회장은 대기업 10년 차 평균 연봉이 2,000만원 남짓이던 1990년대 중반에 18억원을 받으며 샐러리맨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았다. 윤 회장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휠라코리아를 성공적으로 안착, 전 세계 27개 지사 중 최고의 회사로 키워냄으로써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휠라 본사에 글로벌 1위 골프업체까지

월급쟁이 사장이었던 윤윤수 회장이 휠라코리아를 손에 넣은 것은 2005년의 일이었다. 휠라코리아 지분 100%를 내부경영자인수(MBO)방식으로 본사로부터 인수, 샐러리맨의 '우상'에서 '신화'로 거듭났다. 그 바탕에는 윤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가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인수자금에서 약 110억원 정도가 부족했는데 200여 명의 휠라코리아 직원들이 퇴직금을 정산해 우리 사주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을 메워준 것이다.

더욱 큰 반전은 2007년 일어났다. 미국의 사모펀드인 서버러스가 휠라 본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하자 아예 본사를 사버린 것이다. 지사의 경영자가 글로벌 본사를 사버린 것은 국내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었고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운 사례로 꼽힌다. 휠라코리아의 인수가 직원들의 믿음 덕분에 가능했다면 휠라 본사의 인수는 사업 파트너들의 깊은 신뢰 덕분이었다.

전무후무한 M&A(인수ㆍ합병)에 대해 윤 회장은 "경험을 토대로 혁신을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윤 회장은 "4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휠라라는 브랜드의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바꾼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며 "휠라의 전 세계 브랜드 사용권자들이 평생 지불해야 할 로열티의 50%를 현재가로 미리 수취하는 방법을 생각했고, 그렇게 3억 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본사 인수 이후에도 윤 회장의 파격적인 행보는 계속됐다. 2008년 휠라 신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짝퉁 산지'로 유명한 중국 푸젠성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생산원가를 50% 이상 낮춰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휠라의 짝퉁 제품 생산을 원천봉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윤 회장은 2011년 5월 미래에셋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미국 골프용품 업계의 상징적 기업인 아쿠시네트를 인수하며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쿠시네트는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풋조이 골프화, 스카티 카메론 퍼터, 보키 ?지 등을 보유한 글로벌 1위 골프용품 회사다. 독일의 아디다스와 일본의 스미토모고무 등을 제치고 연 매출 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회사를 손에 넣은 것이다.

윤 회장은 휠라코리아는 휠라코리아대로, 타이틀리스트는 타이틀리스트대로 운영하지만 아쿠시네트 이사회 의장도 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두 회사의 경영을 맡은 까닭에 한국과 미국 등을 오간 비행거리만 지구 300바퀴 이상 될 정도다. 휠라코리아의 경영 기법을 타이틀리스트에 접목시켜 특유의 공격 마케팅을 시작, 성과를 보고 있다는 평이다. 타이틀리스트 의류의 경우 R&D센터를 한국에 두고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 판매 모든 부문을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체질 뒤바꾼다

이제 윤윤수 회장에게 남은 것은 내실을 다지는 것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미국지사와 달리 지난 4분기 한국지사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까닭이다.

휠라코리아의 2013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88억원, 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1.2% 증가했다. 휠라코리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지사의 매출이 겨우 4% 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46%가량 줄어든 영향이 가장 컸다. 이에 반해 미국지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1.7%, 231.6% 늘어났다.

이에 윤 회장은 유통채널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과거 백화점 30%, 가두점 50%, 홈쇼핑·아웃렛 등 기타 20%였던 휠라코리아의 유통채널 비중을 최근 백화점 30%, 가두점 40%, 홈쇼핑 아웃렛 등 기타 30%로 바꿨다. 홈쇼핑과 백화점보다 아웃렛 비중을 확대해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윤 회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타이틀리스트 골프 의류를 론칭, 리테일 사업을 본격화해 회사 전체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몇 안 남은 '샐러리맨의 신화' 윤 회장의 향후 행보가 재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박인비·손연재 등 스포츠계 후원자로도 성공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스포츠 후원의 대가로도 꼽힌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평이다.

실제로 휠라코리아는 2012년의 런던올림픽부터 최근 막을 내린 소치동계올림픽까지 연속으로 공식 후원사 자격을 따내며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특히,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등 후원하는 주요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지속적으로 받으며 휠라코리아 로고의 노출빈도가 급격히 늘어났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말 있었던 대한체육회 공개입찰에서 경쟁 스포츠브랜드, 아웃도어 업체들을 제치고 올림픽 국가대표팀의 단복과 스포츠용품 일체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또, 한국빙상연맹에 경기복과 스포츠 용품을 후원하며 대표팀 공식 일정마다 휠라코리아의 'F'로고가 들어간 유니폼이 방송을 탔다. 대표팀 선수들은 대회 기간 다운점퍼, 트레이닝 세트, T셔츠 등의 의류를 비롯해 신발, 가방, 비니 등 개인당 20여 종에 이르는 휠라코리아 제품을 착용했다.

이 같은 효과에 힘입은 것일까. 휠라코리아에 따르면 국가 대표 트레이닝복에 로고가 박혀있는 의류의 판매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나 증가했다. 선수들이 입는 바람막이 점퍼류의 판매도 3배 이상 증가했다.

휠라코리아의 올림픽 특수는 윤 회장의 오랜 결실과 뚝심이 빛을 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회장은 박태환과 손연재, 박인비 등 스타급 선수들은 물론 리듬체조국가대표팀, 레슬링 대표팀, 컬링국가대표팀, 세계양궁연맹 등 비인기 종목이나 유망주에 대한 후원을 꾸준히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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