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people]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정몽준 vs 김황식
야당 서울시장 후보로 박원순(58) 현 시장이 확정적인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는 정몽준(63) 의원과 김황식(66) 전 총리, 이혜훈(50) 최고위원의 3파전이 예상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원순 시장을 상대할 새누리당 후보로 정 의원과 김 전 총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2강으로 꼽히는 정 의원과 김 전 총리의 신경전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김 전 총리가 "역전 굿바이 홈런을 치겠다"고 나서면 정 의원은 "내가 4번 타자"라고 맞불을 놓는 식이다.
두 후보가 서울시장 자리에 사활을 걸면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박원순 시장의 아성이 위협받는 등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밀리던 새누리당은 '정몽준-김황식' 빅매치가 예상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다음 달 30일로 확정되면서 2강의 경선 레이스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여론의 우위를 기반으로 당내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는 물론, 친박계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정치경력 26년차 베테랑 정몽준
정 의원은 정치인 경력'26년'차 베테랑이다.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37세의 나이로 정계에 입문한 뒤 내리 7선에 성공한 최다선 의원이다. 두 차례 대권에 도전한 경험도 있을 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다.
정 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경력만 화려한 게 아니다. 현대가 정주영의 8남1녀 중 여섯째 아들로 태어나 30세에 현대중공업 상무로 입사해 사장까지 지냈다. 스포츠계 이력도 남다르다. 199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후 월드컵 유치에 나섰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러내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그 해 대선에서 '국민통합21' 후보로 출마해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나서 패한 적이 있다.
정 의원의 화려한 이력은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현재 여권 예비후보 3명 중 가장 강력한 '인지도'를 보이고 있지만 신선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최다선 의원이지만 그에 상응한 존재감, 무게감이 취약하다는 평이다. 당 대표를 하면서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정 의원 측은 '재벌2세=부자'라는 부정적 정서가 있긴 하지만 '기업인' 경력은 침체된 서울을 활성화하는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측근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의 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이뤄 놓은 게 무엇이냐"며 "박 시장은 현상유지에 급급했지만 정 의원은 기업마인드로 서울을 확 바꿀 수 있고, 이를 어필하면 상당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정 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그의 정치적 운명이 걸려 있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향후정치가 순탄한 것은 물론,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반면 당내 경선에서 패하거나 본선에서 질 경우 정 의원은 정치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때문에 정 의원 주변에서는 그가 여론조사, 언론 대응 등 예전보다 치열하게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통관료 '초특급 신인' 김황식
김황식 전 총리는 불과 일주일 전 입당한 새내기 정치인이지만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는 초특급 신인이다. 김 전 총리는 전남 장성 출신으로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40여년간 법관의 길을 걸어온 법조인이다. 대법관, 감사원장 등 사법부와 행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 감사원장 재직 중 이명박정부의 '구원투수'로 국무총리 자리에 올라 '최장수 총리'로 국정을 책임진 정통 관료다.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전무한 김 전 총리가 여권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건 행정 경험이 풍부해 전문성을 갖춘데다 호남 표심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총리는 '실무형 총리'로 이명박정부의 소통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2년 4개월 재임기간 동안 29회의 간담회와 190차례의 현장방문을 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서울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아 표의 확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정치 신인인 만큼 베테랑인 정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 김 전 총리는 "정 의원이 인지도가 높을 뿐 저의 행정경험이나 능력을 알게 되면 인지도도 올라갈 것이다"며 "곧 지지율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김 전 총리가 예선만 통과하면 본선 경쟁력에서 정 의원보다 앞설수 있다고 평가한다. 정 의원이 박원순 시장과 비교해 극명하게 대비되고 공격받을 거리가 많은 반면, 김 전 총리는 큰 약점이 없다는 배경에서다.
또한 박 시장이 '서민' '시정경험' 등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이 별반 효력을발휘할 수 없다는 것도 김 전 총리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반면 김 전 총리가 MB정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4대강사업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논란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4대강사업은 김 전 총리가 감사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1년 1월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이후 감사 결과에서는 문제가 속속 제기돼 '정치 감사' 논란이 빚어졌다.
친박 vs 비박 전면전… 이혜훈 변수
정ㆍ김 두 후보의 경선 캠프도 관심이다. 일단 정 의원은 당내 비박과 친이(친이명박)계 지원을 받고 있다. 선대위원장에는 당내외 중진급 인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정 의원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이재오 의원이 전면에 등장할 지가 주목된다. 과거 정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할 당시 특보단장을 지낸 이사철 전 의원이 총괄 역할을 맡고 김용태 의원과 정양석 전 의원 등이 합류했다. 공보 담당은 조해진 의원이 맡고 있다.
김 전 총리 캠프는 친박 주류가 전면에 나선 가운데 친이는 물론 DJ계 등 '연합군'으로 구성됐다. 친박 조직통인 이성헌 전 의원을 중심으로 허용범 전 국회 대변인과 오신환 관악을 당협위원장이 합류했다. 총리 시절부터 김 전 총리를 도운 유성식 전 총리실 공보실장이 공보 업무를 맡고 박병윤 전 민주당 의원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 대변인으로 물망에 오른 박선규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은 MB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DJ계 인사들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의 핑퐁게임이 이어지면서 선거 열기는 뜨거워졌다. 김 전 총리가 등판을 결정짓자마자 정치권에서는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힘이 실렸다. 특히 18일 김 전 총리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런저런 문제를 상의한 적이 있다"고 발언하면서'박심(朴心)'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를 두고 정 의원은 즉각 "김 비서실장이 부적절한 행태를 사과하고 책임을 지라"고 공세에 나섰고 김 의원은 "집안끼리 잘 아는 사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승자 가를 '경선룰'… 여론에 촉각
현재 새누리당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위한 경선방식은 대통령 후보 선출 방식과 동일하다. 일명 '2332룰'로 대의원(20%), 당원(30%), 국민선거인단(30%), 여론조사(20%)의 결과를 반영한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는 정 의원과 조직력에서 강세를 보이는 김 전 총리가 각각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어떻게 2332룰에 적용해 결과를 내놓을 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일단 권역별 순회경선 대신 권역별 합동 연설회 후 투표는 현장에서 한 차례만 실시하는 '원샷 투표제'로 경선 방식은 굳혔다. 순회경선을 할 경우 조직 동원력에서 약세가 점쳐졌던 정 의원으로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 김 전 총리로서는 일단 경선룰은 수용했지만 못내 아쉬운 모양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과 인지도 면에선 정 의원이 앞서고 있지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있는 만큼 결과를 쉽게 가늠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박심 논란'이 당 안팎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김 전 총리의 출마및 지원이 '박심'에 근거한다는 게 확산되면 정 의원 측이 안심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당원과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총리는 박심 논란에 대해 "서울시민이나 나라를 위해 백해무익한 행태"라면서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뚜렷한 반박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두 후보의 대결이 정 의원과 박심의 싸움이란 말도 나온다. 한달여 후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중 누가 승자가 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