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people]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정몽준 vs 김황식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
6ㆍ4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지역은 단연 서울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지역으로 현정부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고 있고, 출마 예상 후보 또한 당을 대표하거나 차기의 잠룡들로 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지형과 박근혜정부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 서울시장 후보로 박원순(58) 현 시장이 확정적인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는 정몽준(63) 의원과 김황식(66) 전 총리, 이혜훈(50) 최고위원의 3파전이 예상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원순 시장을 상대할 새누리당 후보로 정 의원과 김 전 총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2강으로 꼽히는 정 의원과 김 전 총리의 신경전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김 전 총리가 "역전 굿바이 홈런을 치겠다"고 나서면 정 의원은 "내가 4번 타자"라고 맞불을 놓는 식이다.

두 후보가 서울시장 자리에 사활을 걸면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박원순 시장의 아성이 위협받는 등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밀리던 새누리당은 '정몽준-김황식' 빅매치가 예상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다음 달 30일로 확정되면서 2강의 경선 레이스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여론의 우위를 기반으로 당내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는 물론, 친박계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황식 전 총리.
뒤늦게 출발한 김황식 전 총리는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지원을 기대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스킨십을 강화하는 데 전력하고 있다.

정치경력 26년차 베테랑 정몽준

정 의원은 정치인 경력'26년'차 베테랑이다.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37세의 나이로 정계에 입문한 뒤 내리 7선에 성공한 최다선 의원이다. 두 차례 대권에 도전한 경험도 있을 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다.

정 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경력만 화려한 게 아니다. 현대가 정주영의 8남1녀 중 여섯째 아들로 태어나 30세에 현대중공업 상무로 입사해 사장까지 지냈다. 스포츠계 이력도 남다르다. 199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후 월드컵 유치에 나섰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러내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그 해 대선에서 '국민통합21' 후보로 출마해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나서 패한 적이 있다.

정 의원의 화려한 이력은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현재 여권 예비후보 3명 중 가장 강력한 '인지도'를 보이고 있지만 신선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최다선 의원이지만 그에 상응한 존재감, 무게감이 취약하다는 평이다. 당 대표를 하면서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성공한 기업인이자 재벌2세 이미지는 친서민적 이미지를 추구하는 박원순 시장과 뚜렷한 대척점에 서서 '재벌-서민'의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2008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에서 '버스비 70원' 논란은 정 의원이 정치적으로 큰 도전에 나설 때 마다 발목을 잡기도 했다.

반면 정 의원 측은 '재벌2세=부자'라는 부정적 정서가 있긴 하지만 '기업인' 경력은 침체된 서울을 활성화하는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측근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의 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이뤄 놓은 게 무엇이냐"며 "박 시장은 현상유지에 급급했지만 정 의원은 기업마인드로 서울을 확 바꿀 수 있고, 이를 어필하면 상당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정 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그의 정치적 운명이 걸려 있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향후정치가 순탄한 것은 물론,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반면 당내 경선에서 패하거나 본선에서 질 경우 정 의원은 정치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때문에 정 의원 주변에서는 그가 여론조사, 언론 대응 등 예전보다 치열하게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통관료 '초특급 신인' 김황식

김황식 전 총리는 불과 일주일 전 입당한 새내기 정치인이지만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는 초특급 신인이다. 김 전 총리는 전남 장성 출신으로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40여년간 법관의 길을 걸어온 법조인이다. 대법관, 감사원장 등 사법부와 행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 감사원장 재직 중 이명박정부의 '구원투수'로 국무총리 자리에 올라 '최장수 총리'로 국정을 책임진 정통 관료다.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전무한 김 전 총리가 여권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건 행정 경험이 풍부해 전문성을 갖춘데다 호남 표심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총리는 '실무형 총리'로 이명박정부의 소통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2년 4개월 재임기간 동안 29회의 간담회와 190차례의 현장방문을 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서울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아 표의 확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정치 신인인 만큼 베테랑인 정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 김 전 총리는 "정 의원이 인지도가 높을 뿐 저의 행정경험이나 능력을 알게 되면 인지도도 올라갈 것이다"며 "곧 지지율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김 전 총리가 예선만 통과하면 본선 경쟁력에서 정 의원보다 앞설수 있다고 평가한다. 정 의원이 박원순 시장과 비교해 극명하게 대비되고 공격받을 거리가 많은 반면, 김 전 총리는 큰 약점이 없다는 배경에서다.

또한 박 시장이 '서민' '시정경험' 등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이 별반 효력을발휘할 수 없다는 것도 김 전 총리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반면 김 전 총리가 MB정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4대강사업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논란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4대강사업은 김 전 총리가 감사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1년 1월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이후 감사 결과에서는 문제가 속속 제기돼 '정치 감사' 논란이 빚어졌다.

친박 vs 비박 전면전… 이혜훈 변수

정ㆍ김 두 후보의 경선 캠프도 관심이다. 일단 정 의원은 당내 비박과 친이(친이명박)계 지원을 받고 있다. 선대위원장에는 당내외 중진급 인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정 의원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이재오 의원이 전면에 등장할 지가 주목된다. 과거 정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할 당시 특보단장을 지낸 이사철 전 의원이 총괄 역할을 맡고 김용태 의원과 정양석 전 의원 등이 합류했다. 공보 담당은 조해진 의원이 맡고 있다.

김 전 총리 캠프는 친박 주류가 전면에 나선 가운데 친이는 물론 DJ계 등 '연합군'으로 구성됐다. 친박 조직통인 이성헌 전 의원을 중심으로 허용범 전 국회 대변인과 오신환 관악을 당협위원장이 합류했다. 총리 시절부터 김 전 총리를 도운 유성식 전 총리실 공보실장이 공보 업무를 맡고 박병윤 전 민주당 의원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 대변인으로 물망에 오른 박선규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은 MB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DJ계 인사들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의 핑퐁게임이 이어지면서 선거 열기는 뜨거워졌다. 김 전 총리가 등판을 결정짓자마자 정치권에서는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힘이 실렸다. 특히 18일 김 전 총리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런저런 문제를 상의한 적이 있다"고 발언하면서'박심(朴心)'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를 두고 정 의원은 즉각 "김 비서실장이 부적절한 행태를 사과하고 책임을 지라"고 공세에 나섰고 김 의원은 "집안끼리 잘 아는 사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승자 가를 '경선룰'… 여론에 촉각

현재 새누리당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위한 경선방식은 대통령 후보 선출 방식과 동일하다. 일명 '2332룰'로 대의원(20%), 당원(30%), 국민선거인단(30%), 여론조사(20%)의 결과를 반영한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는 정 의원과 조직력에서 강세를 보이는 김 전 총리가 각각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어떻게 2332룰에 적용해 결과를 내놓을 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일단 권역별 순회경선 대신 권역별 합동 연설회 후 투표는 현장에서 한 차례만 실시하는 '원샷 투표제'로 경선 방식은 굳혔다. 순회경선을 할 경우 조직 동원력에서 약세가 점쳐졌던 정 의원으로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 김 전 총리로서는 일단 경선룰은 수용했지만 못내 아쉬운 모양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과 인지도 면에선 정 의원이 앞서고 있지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있는 만큼 결과를 쉽게 가늠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박심 논란'이 당 안팎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김 전 총리의 출마및 지원이 '박심'에 근거한다는 게 확산되면 정 의원 측이 안심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당원과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총리는 박심 논란에 대해 "서울시민이나 나라를 위해 백해무익한 행태"라면서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뚜렷한 반박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두 후보의 대결이 정 의원과 박심의 싸움이란 말도 나온다. 한달여 후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중 누가 승자가 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