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식 인사 스타일에 변화, 전문성·정책능력 중시개혁 '집행'에 무게, "총선용 개각" 비판의 시각도

'코드'뽑고 실무형 포진
노무현식 인사 스타일에 변화, 전문성·정책능력 중시
개혁 '집행'에 무게, "총선용 개각" 비판의 시각도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일대 변화가 생겼다. 집권 초기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코드 인사’에서 탈피, 전문성과 정책 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인사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일련의 조짐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비서실 개편에 이어, 안병영 교육부총리 임명(23일)과 3개 부처 개각(28일)은 이 같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가 새롭게 선보인 ‘단발식’ 개각 방식을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부처의 경우 문책성 개각 방침을 시사했던 청와대가 일괄 개각 방식이 아닌 ‘찔끔찔끔 인사’라는 독특한 형식을 선보여, 교체 인물들에 대한 모양 갖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다.

노 대통령 '인사코드' 바뀌나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과학기술부 장관에 오명 아주대 총장, 건설교통부 장관에 강동석 한국전력 사장, 기획예산처 장관에 김병일 금융통화위원을 각각 임명하고 청와대 정책실장에 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을 내정하는 등 개각을 단행했다. 또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개각의 가장 큰 특징은 집권 초부터 아마추어리즘과 균형감각 결여 등으로 비판 받아 온 ‘코드 인사’의 기조가 뚜렷하게 퇴각했다는 점이다. 앞서 노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안병영 연세대 교수를 교육부총리에 기용한 것과, 참여정부 첫 조각 때 교육부총리에 내정됐다가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인선하지 못한 오 명 총장을 과기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노 대통령의 달라진 인사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오 신임 과기 장관의 발탁과 관련, 노 대통령은 29일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오 장관은 과학기술정책, 산업정책,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부총리급 이상에서 총체적으로 기획ㆍ조정할 수 있는 비중있는 인사로, 과학기술 혁신정책 목표를 집중시켜 나가기 위해 기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내각에서는 “오 장관이 ‘기술부총리’로 임명된 것은 과기부의 위상 격상을 암시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이번 개각에서는 군수 출신의 행정자치부 장관, 여성 법무장관, 영화감독 출신의 문화관광부 장관 등 과거의 인사 관행을 탈피한 파격 일색의 첫 조각과 달리, 신임 장관 모두 50대 후반~60대로 해당 분야에서 정책 능력을 검증 받은 전문 관료들이 발탁됐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정찬용 인사수석은 28일 개각 배경에 대해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실무적 필요에 따라 소폭 개각했다”면서 “이번 개각을 통해 국정의 효율적 운영을 도모하고자 한 만큼, 새해엔 내각이 보다 안정적 토대 위에서 빈틈 없이 국정수행에 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끼리끼리라고 폄하되는 코드 인사가 아니라 국리 민복 인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개혁 로드 맵을 완성하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론 이를 집행하는데 무게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권 1기 내각이 노 대통령의 철학과 개혁 정치 실천을 위한 ‘코드 인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참여 정부 스스로가 제시한 집권 2기에서는 풍부한 경륜을 갖춘 전문 관료로 충원, 안정적인 국정을 이끌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코드 인사’에 대한 자체 반성을 토대로 경험 부족, 아마추어적 사고와 형태로 인한 국정 미숙과 혼란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청와대 비서진도 참여정부 출범 10개월 만에 비서관 35명중 27명인 전체의 3분의 2가 교체되는 등 완전히 전문성 위주로 재편됐다. 청와대 비서실의 경우 산업ㆍ사회비서관이 신설되는 등 부처담당제도 사실상 부활됐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향후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 나아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방향을 예고해 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새로 선보인 단발식 인사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당초 26~28일께 일부 부처 인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교육부총리와 산자부 장관을 먼저 발표, 문책성 인사라는 오명을 덜어주기 위해 ‘자진 사표 제출 이후 개발 인사’ 형식을 취했다는 지적이다.

윤 부총리와 윤 장관은 각각 수능시험 및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위도 방폐장 문제 등으로 문책성 인사의 성격이 강했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이번 개각을 통해 현 정부의 정책적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초 2차 개각은 총선 징발용?

정치권은 12ㆍ28 개각이 소폭에 그침에 따라 1월 말~2월 초로 뭘捉풔?2차 개각의 내용과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입당과 새해 국정 운영 기조, 여권의 총선 전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2차 개각이 있을 것인지조차 불확실하지만 4ㆍ15 총선 등 을 감안할 때 2차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찬용 수석도 “4월 총선에 출마하려는 분이 더 계시게 되면 다시 한번 적절한 개각이 있으리라고 본다”고 추가 개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실제로 노 대통령 스스로 수 차례 언급한 재신입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4월 총선 결과가 곧 재신임 또는 중간평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측근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한나라당 대 대통령’의 양자 대결 구도로 예단하는 등 총선과 관련해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디.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 1월 11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이후 공무원들의 총선 사퇴 시한인 2월 15일 이전에 전면 물갈이 수준의 대대적 개편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개각에서 청와대 수석ㆍ보좌관급 인사가 빠진 것도 2차 개각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차 개편 대상에는 김진표 부총리와 강금실 법무장관, 이창동 문화관광, 한명숙 환경, 권기홍 노동, 김화중 보건복지 장관 등이 거명되고 있다. 또 청와대에서는 문희상 비서실장을 비롯, 유인태 정무수석, 정찬용 인사수석, 박주현 참여혁신수석, 김희상 국방보좌관 등의 ‘징발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야당, "찔끔찔끔 총선용 개각"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야3당은 12ㆍ28 개각에 대해 “국정 쇄신을 외면한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야당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찔끔찔끔 땜질식 개각을 하다가 총선 직전 일거에 내각과 청와대에 총선 징발령을 내릴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철저히 총선용 개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쓸데없는 오기와 정략적 발상을 버리고 국정을 쇄신하는 한편 선거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강운태 사무총장은 “대통령 지지도가 30%선에 머무는 상황이어서 전면적 개각으로 국정을 쇄신해야 하는 데도 불구, 일부 개각에 그쳐 대단히 실망스럽다”면서 “총선 차출용으로 단행하는 개각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총선용 개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국정 쇄신 요구를 외면하고 찔끔 개각을 한데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성호기자


입력시간 : 2004-01-04 18:29


김성호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