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비리 마지막 뇌관노 대통령의 숨은 살림꾼, 부산상고 3인방 중 마지막 1명

'홍경태' 한테서 큰 건 터지나
대통령 측근비리 마지막 뇌관
노 대통령의 숨은 살림꾼, 부산상고 3인방 중 마지막 1명


“마지막 키(key)는 홍경태(48)가 쥐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중인 김진흥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성캐피탈을 꼽고 실행에 나서자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의원)측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검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뜻. 이 위원회 산하 대통령 측근비리의혹 현장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이제 모든 것은 홍경태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수사진이 12일 오후 썬앤문 그룹 소유의 서울 서초동 보나벤처타운내 우성캐피탈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이광재 1억원 돈세탁 의혹

우성캐피탈은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썬앤문㈜ 문병욱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을 돈세탁하고,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17일엔 문 회장이 5억원을 입금했다가 곧바로 출금해 측근비리 관련 비자금의 ‘저수지’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 이 회사 조모(45) 사장은 홍경태씨와 가까운 부산상고 동문으로 알려져 있고, 홍씨는 노 대통령에게 문 회장과 조모 사장을 후원하는 K은행의 김모씨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홍씨의 존재는 그동안 노무현 정부를 위태롭게 했던 이른바 ‘3대 게이트’(최도술· 양길승· 썬앤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4일 국회를 통과한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에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광재 전 국정실장,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이 중점 수사대상으로 올라 있다.

특검이 주목하는 부분은 ‘3대 게이트’ 관련자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사람이 홍씨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측도 이런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관련 자료 및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특검이 홍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홍경태라는 이름이 김진흥 특검의 출범과 함께 노 정권을 위협할 ‘핵 뇌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8년 후배(61회)인 홍씨가 특검 정국의 주요 인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그가 노 대통령을 10년 가까이 보좌하면서 자금, 인맥 등을 관리한 ‘마당발’로 알려진 것과 관련이 있다. 94년 지방자치연구소를 차린 노 대통령이 “살림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10년간 노 대통령과 고락을 함께 해 왔다. 부산상고 야구선수 출신인 홍씨는 야구를 그만둔 뒤 한일은행에서 일반 행원으로 근무했으며 특유의 근면함과 치밀함으로 노 대통령의 당선 전후에 모든 대소사를 도맡아 챙겨왔다.

그는 또 노무현 후원회 사무국장으로 노 대통령과 2만5,000여명에 이르는 후원회원들과의 가교 역할은 물론, 부산상고 동창회 차장을 맡아 동문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특히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 때는 노 대통령을 돕기 위해 동문들과 함께 선거인단으로 뽑힌 사람들을 ‘가가호호’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는가 하면, 대선 때는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와 함께 돼지저금통을 통해 후원금을 모으기도 했다.

문병욱 썬앤문 회장. 고영권 기자

숨은 살림꾼, 동창회 마당발 소문

때문에 특검과 정가 주변에서는 홍씨가 노 대통령의 숨은 ‘살림꾼’이자 동창회 ‘마당발’로 활동하면서 노 대통령이 관련된 사업과 선거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노 대통령 측근이 다수 연루된 ‘장수천 게이트’는 대표적인 예다. 홍씨는 96년 노 대통령이 장수천을 인수하자 첫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홍씨의 뒤를 이어 노 대통령의 고향친구이자 운전기사인 선봉술씨(98년 11월)가 장수천 대표이사가 됐고,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이사가 됐다. 홍씨가 두 사람보다 더 ?대통령과 가까웠다는 방증이다. 또 부도위기에 몰린 장수천이 판권을 분리해 ‘오아시스 워터’를 설립(99년 7월6일)하자 노 대통령의 왼팔인 안珠ㅎ쒼?대표이사에, 홍씨는 이사가 돼 386 측근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썬앤문 게이트의 핵심인 문병욱 회장과도 인연이 깊다. 홍씨가 장수천 대표로 있을 때 부산상고 4년 선배인 문 회장이 사실상 장수천 생수 판매회사 명수참물㈜을 설립, 이사로 활약했다. 장수천 후신인 오아시스 워터 사무실도 문씨 소유의 S회관에 있었다. 홍씨와 문씨 사이의 커넥션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최근 문씨의 검찰 진술 기록에 따르면 홍씨는 ‘노 대통령에게 세배를 드렸으면 좋겠다’는 문씨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1월4일 노 대통령 부부와의 점심 자리를 마련했다. 또 4월에는 ‘청와대를 구경하고 싶다’는 문씨의 희망을 노 대통령측에 전달해 성사시켰으며 양길승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의 안내로 노 대통령과 함께 식사를 하도록 했다.

홍씨가 노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주선한 명륜동 자택 식사 자리에 문 회장 외에 K은행 간부 김씨가 동석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김씨는 문 회장과 부산상고 동기이자 홍씨의 고교 4년 선배로 이광재 전 실장이 썬앤문으로부터 받은 1억원을 현금으로 바꾼 당사자로 밝혀져 화제가 됐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김씨를 이 전 실장의 돈 뿐만 아니라 노사모 자금을 포함해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까지 세탁한 창구로 의심하고 있다.

한나라 “모종의 역할 했을 것”

한나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단순히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과 함께 식사를 했겠느냐”며 “대선 때 ‘모종의 역할’을 한 비중 있는 인물이기에 동석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모종의 역할’과 관련,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라면서 썬앤문과의 비정상적인 거래, 노사모 자금의 행방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김씨는 문 회장이 노 대통령측에 자금을 전달한 장소에 어김없이 함께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검의 발단이 된 ‘썬앤문 녹취록’에 김성래(53·여·구속) 전 썬앤문 부회장이 자신의 농협 사기 대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이광재 전 실장이나 김씨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한 발언이 있어 김씨가 상당한 막후 실력자임을 암시했다.

야당은 특히 특검으로부터 1월12일 압수수색당한 우성캐피탈이 문병욱씨가 김성래씨로부터 인수한 서울 강남구 소재 보나벤처 건물내에 있으며 대선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고 주장한다. 야당은 그 근거로 우성캐피탈의 실질적인 오너는 K은행의 김씨이고 등기부상 대표로 있는 조모씨는 ‘얼굴 마담’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실질적으로 경선자금을 모금한 주역은 홍경태씨고, 최도술씨는 홍씨가 외부에서 조달해 온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만 맡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대통령 측근비리의혹 현장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홍씨는 최도술· 문병욱 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지자 최근 종적을 감춘 채 잠행중”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은 홍씨에 대한 수사를 의도적으로 피해온 흔적이 있다”고 불만을 타나냈다.

김진흥 특검이 ‘부산상고 3인방’ 중 문 회장과 김씨 등을 소환 대상으로 삼은데 이어 홍씨에 대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 수사 강도를 높이면서 과연 ‘비자금 뇌관’이 점화될 것인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1-28 14:18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