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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연 姜, 왜 YS를 쐈나
강삼재 의원, 안풍 자금 "김영삼 전 대통령이 줬다" 폭탄 발언
각별한 총애 받던 정치적 양자, '배신론'등 총선 변수 될 수도


‘안풍(安風)이 총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안풍은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이 안기부 자금을 총선자금으로 전용한 의혹을 가리키는 말. 4년 가까이 정치권 빅뱅의 뇌관이 돼온 ‘안풍’은 지난 대선 때 한바탕 휘몰아치며 한나라당에 적지않은 타격을 준 뒤 잠시 잠잠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6일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이 ‘안풍’ 자금의 출처를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라고 지목하면서 다시 한번 정치권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재 안풍의 위력은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당장 4. 15 총선을 코앞에 두고 터지는 바람에 총선 판도를 좌지우지할 변수로 자리잡았다. 어찌됐든 한나라당이 직접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뿐 만 아니라 안풍은 YS의 명운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이 또한 총선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강삼재 의원이 안풍관련 항소심 공판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최종욱 기자



‘안풍’은 지난해 9월 23일 서울지법 형사23부(재판장 이대경)가 YS 시절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강삼재 의원과 안기부 운영차장을 지낸 김기섭씨에게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실체’가 인정되기는 했다. 그러나 자금의 주체와 성격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었던 게 사실. 그러다가 지난 1월13일 강 의원의 변호인인 정인봉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갖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문제의 자금을 당시 사무총장이던 강 의원에게 직접 줬다”고 밝힌 데 이어 강 의원이 지난 6일 재판에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함으로써 정치권이 곧바로 ‘안풍’영향권에 들게 됐다.

‘안풍’이 총선 정국에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면서 각 당은 ▦ 안풍자금의 성격 ▦ YS 사법처리 여부 ▦ 한나라당 책임론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로 총선 최대 승부처인 PK 지역 민심 흐름이 심상치 않은 시점에 ‘안풍’이 불거지면서 여권과 한나라당은 이를 사활이 걸린 생존게임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 대선자금 사실일땐 한나라 ‘홀가분’

안풍 사건에서 총선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태풍의 눈’은 안풍 자금의 ‘성격’이다. 그에 따라 YS의 사법처리 여부, 한나라당 책임론 등이 결정될 수 있고, 총선결과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삼재 의원은 자금을 건넨 장본인이 YS라고 밝혔지만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만일 그 돈이 안기부자금으로 밝혀질 경우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국고횡령당’이라는 오명까지 피할 수 없게 돼 총선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정부가 한나라당과 강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940억원의 민사소송이 확정되면 이미 드러난 불법 대선자금 500여 억원까지 합쳐 갚아야 할 액수(국고환수)가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돼 최병렬 대표가 약속한, 당사를 팔아도 못 갚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4. 15 총선이라는 격전지에 실탄 없이 맨몸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문제의 자금이 YS의 대선 잔여금이거나 당선 축하금, 또는 대선과 무관하게 96년 4·11 총선과 95년 6·27 지방선거를 위해 마련한 자금이라면 당시 신한국당 총재였던 YS에게 주된 책임이 돌아갈 공산이 크다.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으로서는 그 책임이 상당 부분 감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강 의원의 진술로 안풍 자금이 국고에서 나온 게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나랏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벗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같은 날 (2월6일) 재판에서 강 의원의 진술을 반박, “문제의 자금은 안기부 예산”이라며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 했고, 검찰 또한 “두 사람(강삼재, 김기섭)이 안기부 예산을 선거에 전용했다”고 주장해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남겨두게 됐다.

안풍자금의 성격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안기부 예산이 아니?YS와 관련된 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즉 대선 잔여금이나 당선 축하금, 15대 총선을 위한 불법기업자금 등이 안기부를 통해 돈 세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YS는 2001년 2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92년 대선 때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왔는데 무엇 때문에 안기부 돈을 받느냐”고 말해 대선 잔여금일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한 측근 인사는 “2001년 1월말 안기부 자금 문제를 담판짓기 위?이 전 총재가 상도동으로 YS를 찾아갔을 때 YS는 ‘안기부 예산이 아니다. 재벌들이 지원한 정치자금’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YS는 안풍 자금의 성격이 어느쪽으로 판명 나든 법적,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설령 안기부 예산으로 밝혀지더라도 1,000억원대의 자금에 대해 YS가 전혀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만일 YS가 안기부 예산 횡령을 묵인 내지 지시한 것이 밝혀진다면 ‘국고 횡령’의 공범으로 기소돼 추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반면 안풍 자금이 안기부 예산이 아닌 대선 잔여금으로 확인될 경우 YS는 정치자금법과 금융실명법 위반 등이 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당선 축하금이나 15대 총선을 위한 불법기업자금일 경우 YS는 특가법상 뇌물죄가 성립되게 된다. 어떤 경우라도 진실이 가려지기 위해서는 YS의 법정 진술이 필수적이다.

△ YS 법정출두 이뤄질까?

지난 1997년 10월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에
임명된 강삼재 의원이 청와대에서 YS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YS의 법정 출두는 그가 PK에서 지닌 상징성에다 최근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로 민심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총선 정국의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 지역의 한 중견 언론인은 “YS가 예전만큼의 영향력은 없지만 강삼재 의원에 대한 ‘배신론’과 한나라당의 압박에 대해 ‘동정론’이 일어날 경우 PK 지역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PK에서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의 기세가 거세지고 있는 것도 ‘YS 변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강삼재 의원의 ‘폭탄발언’으로 한나라당은 안풍사건의 부담을 일부 덜어냈지만 최근 우리당과 민주당으로부터 ‘공동책임론’ 공방에 시달리고 있다. 안풍 자금의 출처가 YS일지라도 한나라당이 거액의 불법자금을 총선에 사용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고도둑'으로 누명을 씌워 매도한 데 대해 사과하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선 국고를 유용했다는 혐의를 벗더라도 YS로부터 900억 원대의 정치자금을 전달받아 선거에 사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부정부패당’이라는 인식이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안풍’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지만 정가 일각에선 총선 후 한나라당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을 ‘최병렬당’으로 구축하려는 최 대표측이 ‘안풍’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최 대표가 ‘안풍’에 대해 ‘YS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PK 출신인 최 대표가 향후 YS를 대신해 이 지역에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최 대표가 안풍을 통해 그에게 걸림돌이 돼온 서청원 전 대표와 김덕룡 의원 등 YS 직계들을 배제하는 망외의 소득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2-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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