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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접고 출사표를 던지다
금배지 사냥에 나선 언론인들
취재현장서 다진 정치감각 탁월, 기존 정치권서도 '러브콜'


‘이제는 금배지 사냥이다!’

언론계 출신 인사들의 4ㆍ15총선 출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신문ㆍ방송 기자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 뛰어든 인사는 어림잡아 100여명. 여야 각 당의 내부 공천 경쟁이 마무리되지 않아 속단하기 이르지만, 이들 중 적어도 30~40명은 실제 총선 후보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계 출신 인사의 출마가 줄을 잇는 것은, 정치 현장을 다년간 직접 경험한 탓에 정치 감각과 상황 판단력, 순발력이 탁월한 데다 대중과의 친숙도가 높아 정치권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선거철 때마다 언론계가 법조계와 함께 정치 신인을 수혈하는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으로 꼽혀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16대 국회의 경우 273명의 의원 중 방송인을 포함한 언론계 인사는 모두 45명(16%)이었다. 언론계 인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당에 비교적 골고루 참여했다는 분석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나라당에는 조선일보와 KBSㆍSBS 출신, 열린우리당은 MBC 출신, 민주당에는 중앙일보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 있다는 점이다.

- 최규식 전 한국일보 국장, 강북을 도전



최규식(왼쪽 위), 양기대(오른쪽 위)
노웅래(왼쪽 아래), 홍희곤

전국의 선거구에서 표밭갈이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언론계 출신 인사 가운데 최규식 전 한국일보 편집국장이 우선 눈길을 끈다. 2월12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그는 조순형 민주당 대표의 대구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강북 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부 기자 시절 민정당을 함께 출입하고 전주고 1년 선배이기도 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으로부터 삼고초려에 가까운 강력한 ‘러브 콜’을 받은 뒤 고심 끝에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 정 의장은 정치 입문을 반대한 최 전 국장의 부인까지 직접 만나 설득했을 정도로 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최 전 국장은 “정 의장이 오래 전부터 제의를 해왔으나 결심을 못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비판만 하지 말고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정치환경 개선을 위해 같이 노력해 보자는 설득에 어렵게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선거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인 유권자 접촉에 나선 그는 “언론을 통해 접한 것 이상으로, 노소 구별 없이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하늘을 찌른다”고 혀를 내둘렀다. 자연히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기자 생활을 통해 체득한 대로 그늘진 곳과 약자의 편에 서는 ‘참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하루에도 수 십번씩 다진다고 한다. “정치개혁도 좋지만 서울 강남에 비해 개발이 한참 뒤져 있는 강북의 균형적인 발전과 민생문제에 더 신경을 쏟을 생각입니다.” 최 전 국장은 전북 부안 출생으로 78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 기획조정실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역시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서울 광진 갑 선거구의 한나라당 공천자로 확정된 홍희곤(42) 위원장도 정치권 물갈이 바람을 타고 ‘신인 돌풍’을 일으킬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당내에서 처음 시도된 국민참여형 경선에서 70%의 득표율로 구충서 변호사를 눌러 이미 정치권의 이목을 끈 바 있다. 그가 일합(一合)을 겨루게 될 대항마는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 홍 위원장은 “김 의원은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면서 “두 사람 모두 개혁성향의 40대인 만큼 정정당당하게 진검 승부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 태생으로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온 그는 한국일보에 입사해 13년간 사회부ㆍ국제부 기자, 뉴욕특파원, 정치부(6년) 기자생활을 하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보좌역으로 정계에 발을 담궜다. “정치인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더 이상 혐오나 증오의 대상이 돼선 안됩니다.” 홍 위원장은 요즘 ‘차떼기’로 상징되는 불법대선자금 모금과 내홍(內訌) 등으로 인해 한나라당에 대한 이미지가 만신창이가 된 것에 적잖은 부담을 느낀단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실망스럽더라도 새롭게 태어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고 다시 평가해 달라”며 유권자의 손을 잡고 있다.

경기 광명 선거구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양기대(42)씨는 ‘특종 기자’의 정치인 변신 시도로 이목을 끌고 있다. 88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16년간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를 거친 그는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한국기자상’ 두 차례, ‘이달의 기자상’ 7회 수상의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1월 사회1부 차장(법조 데스크)으로 근무하다 퇴사,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그는 “기자로서 부정비리를 보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를 느끼던 차에 정치권에 직접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과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정치 제대로 해보고 싶다”

서울 마포 갑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노웅래(47)씨는 MBC보도국 사회1부 차장을 지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뒤 마포구청장을 연임한 노승환 전 의원의 아들로 중앙대 철학과를 나와 매일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MBC에서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기자생활을 하다 정치에 입문한 만큼 부담이 크다”면서 “이런 부담 때문에라도 정치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관용 국회의장 공보수석을 지낸 최구식(43)씨와, 언론계 출신의 최연소 도전자인 조희천(35)씨는 조선일보 출신. 한나라당의 경남 진주 을과 경기 고양 덕양 갑 선거구에 각각 공천을 신청한 두 사람은 모두 조만간 이뤄질 당내 경선을 앞두고 표 몰이에 열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출신의 김충근(52ㆍ마산미래포럼 대표)씨와,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MBC기자를 지낸 김영길(48)씨는 한나라당의 경남 마산회원 선거구 당내 경선에서 예선전을 치른다. 한국경제신문 사회부장을 지낸 정만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게 된다. 그는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과 민주당 이용삼 의원과 맞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에 입당한 박찬희(45) 전 국민일보 차장은 서울 동대문 갑에 출마해 열린우리당으로 옮겨간 김희선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고, 경향신문에서 15년간 기자생활을 한 이용호 전 국무총리실 공보국장도 전북 남원ㆍ순창 지역 출마를 위해 민주당에 입당해 경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 전 국장은 “국무총리실에서 익힌 행정 경험과 언론계 재직시 간직했던 바른 기자정신을 토대로 신선하면서도 생산적인 정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 을에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에게 정면 승부를 신청한 최창환(42) e데일리 대표도 열린우리당이 힘을 실어주는 언론계(서울경제신문) 출신이다.

이밖에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출신인 신영섭(49ㆍ서울 마포갑)씨와 SBS 국제부장을 지낸 정군기(43ㆍ고양 일산 갑)씨 등도 한나라당 공천에 뛰어들었고,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중앙일보 출신의 김현종(42)씨는 민주당 후보로 분구가 되는 전주 완산지역 출마를 노리고 있다. 노트북과 마이크를 놓고 현실 정치에 뛰어든 언론계 출신 인사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금배지를 달고 국회의사당에 입성할 지 지켜볼 대목이다.



김성호 기자 shkim@hk.co.kr


입력시간 : 2004-02-2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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