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맥과 함께 노무현 정권 양대 파워그룹 형성했던 '금강팀'집권 1년만에 최측근 줄줄이 낙마, 권력무상 실감

산산이 흩어진 금강동지여!
부산인맥과 함께 노무현 정권 양대 파워그룹 형성했던 '금강팀'
집권 1년만에 최측근 줄줄이 낙마, 권력무상 실감


3월8일 오전 국민의 눈은 온통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의 입으로 쏠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10분의 1 은퇴 약속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검찰이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검찰은 그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노무현 캠프의 안희정씨가 삼성그룹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사실을 바로 어젯밤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안희정씨의 불법자금 수수는 삼성그룹 자금까지 합쳐 모두 59억9,000만원. 노 캠프의 불법 자금 규모도 10분의 1 마지노 선으로 여겨졌던 100억원을 훌쩍 넘겨버렸다.

이날 오후는 노 대통령에게 더욱 ‘악몽’ 같은 순간이었다. 향응 파문으로 물러난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역할을 대행하며 자신을 그림자처럼 수행해온 여택수 전 행정관이 전격 구속됐기 때문이다. 그의 권력형 비리는 야당을 싸잡아 ‘차떼기당’(한나라당), ‘부패당’(민주당) 으로 공격하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도덕적 우위를 상쇄시킬 만했다.

노 대통령의 측근중의 측근으로 분류된 두 사람의 끝 모를 추락은 벌써부터 ‘권력 무상’을 되새기기 한다. 한마디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다. 이미 청와대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나 386 참모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거나 청와대를 떠나면서 이 말이 회자되고 있다. 정권 출범 1년여만에 권력 핵심들이 줄줄이 바닥으로 떨어졌으니 ‘권력 무상'이란 말이 나올 법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려고 했던 문재인 민정수석마저 대통령 사돈 ‘민병찬 펀드’ 의혹 사건과 4ㆍ15 총선 올인 전략의 여파로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 盧 정권 창출 주도한 핵심 브레인 집단

안희정과 여택수, 문재인 등은 노무현 정권의 양대 파워그룹인 ‘금강팀’과 ‘부산인맥’의 핵심 인사들이다. 노 대통령이 '노풍'(盧風)과 후보단일화라는 극적인 상황을 통해 대권을 거머쥐기까지는 그러한 ‘노무현 패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민주당 경선 당시 노무현 캠프가 입주한 건물(금강빌딩, 여의도 소재) 이름을 딴 금강팀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의 베이스캠프 역할과 동시에 집권 청사진을 그려내는 정책 브레인 역할을 수행했다.

노 대통령이 93년에 만든 자치경영연구원(전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은 2000년 10월부터 여의도 금강빌딩에 입주해 시니어그룹은 정책 입안과 대선의 밑그림을 그렸고, 386 세력들은 실무진으로 활동한 것이다. 당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자치경영연구원 이사장을 맡았고, 염동연 사무총장과 안희정 사무국장은 금강팀의 조직과 살림을 이끌었다. 이강철 이사는 대구지역의 조직을 챙겼고, 이광재 기획실장ㆍ윤태영 홍보팀장ㆍ 윤석규 상황실장ㆍ유종필 언론특보 등은 이인제 대세론을 잠재우고 ‘노풍’을 점화시킨 주역들이다. 이기명씨는 후원회장으로 캠프에 상주했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금강팀 멤버들이 참여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와 당 요직에 입성한 것은 당연한 수순. 김병준 이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에 이어 새 정부 혁신 테스크포스팀을 맡았다가 올해 초 인사에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염동연 사무총장은 재작년 대선 때 노 후보의 정무특보를 지냈으며 대선 후에는 민주당 인사위원으로 권력 안팎에서 ‘실세’로 통했다. 역시 대선 때 정무특보를 지낸 이강철 이사는 새 정부의 인재 영입을 주도했고, 민주당 분당과 함께 열린우리당 중앙상임위원ㆍ외부인사영입단장을 맡아 청와대와 당을 잇는 가교역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386 참모들 중엔 안희정 사무국장이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으로 남았을 뿐, 대부분 노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로 들어갔다.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윤태영 대변인, 서갑?전 정무1비서관, 배기찬 전 정책기획실 국장, 여택수 전 청와대부속실 행정관, 백원우 민정수석실 행정관, 김만수 전 춘추관장, 황이수 행사기획비서관, 천호선 정무기획비서관, 윤석규 전 시민사회국장 등이 대표적이다.

- 잇단 비리혐의로 사법처리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화려한 비상을 꿈꿨던 금강팀은 참여 정부 출범 초부터 삐걱거렸다. 3개월여가 지나 염동연ㆍ안희정씨가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고, 이기명 후원회장은 장수천 사건에서 파생된 용인 땅 매매 의혹으로 노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우(右)광재’로 불릴 정도로 노 대통령의 핵심 실세로 통했던 이광재 전 실장이 노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한 '썬앤문 게이트'의 당사자인 썬앤문 그룹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이 문제가 돼 청와대를 물러났다.

금강팀의 몰락 이면에는 문재인 전 민정수석ㆍ이호철 민정비서관ㆍ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등 ‘부산파’와 ‘금강팀’간에 청와대 실권을 둘러싼 파워게임도 한 원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양측의 파워게임은 지난해 5월에 불거진 ‘장수천 사건’때 가장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가에서는 이광재 전 상황실장이 퇴진한 것과 문재인 민정수석이 물러난 것도 그러한 파워게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강팀 중 일부는 이미 권력지대에서 탈락했고, 청와대에 안착한 소수를 제외하곤 새로운 권력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청와대에 입성하지 못한 열린우리당 염동연 정무조정위원장과 이강철 전 특보는 4ㆍ15 총선에서 각각 광주 서갑과 대구 동을 지역에 출마한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출사표를 냈다.

청와대 입성파 가운데는 서갑원(전남 순천)ㆍ배기찬(대구 북을)ㆍ김만수(경기 부천소사)ㆍ백원우(경기 시흥갑)씨 등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됐고, 이광재(강원 태백ㆍ정선ㆍ영월ㆍ평창) 전 실장은 공천이 유동적이다. 금강팀 멤버는 아니지만 자치경영연구원에서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대선 때 경남 선대본부장을 맡아 맹활약, 대선 후에 행자부 장관에 파격 발탁됐지만 지난해 9월 다수 야당에 의해 해임되는 불운을 겪었다. 4ㆍ15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남 남해·하동군에 출마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3-17 20:16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