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던진 '정치 패밀리'2세들 대거 출마, 형제·사위·며느리도 도전장

"금배지 대물림으로 가문의 영광 잇겠다"
출사표 던진 '정치 패밀리'
2세들 대거 출마, 형제·사위·며느리도 도전장


4ㆍ15 총선판에 ‘가문의 영광’이 재현될 것인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여야 900명에 가까운 공천 확정자 가운데 이른바 ‘가문’출마자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전ㆍ현직 정치인의 2세를 비롯해 형제ㆍ사위ㆍ며느리 등 특별한 관계를 가진 이들이 상당수 출마하고 있다. 역대 선거 중 특수한 가족관계를 갖는 후보자들이 가장 많아 일각에서는 ‘패밀리(Family) 총선’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가문’ 출마자 중엔 특히 2세 정치인들이 두드러진다. 대통령이나 당 대표(총재)를 지낸 화려한 가문의 2세도 있지만 ‘대(代)’를 이어 정계에 진출한 2세들이 대부분이다.

대통령 가문 출마자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맏딸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민주당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 등이 있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구원투수’역할로 나섰다면, 현철씨는 정치적 재기를 위해 출마했다. 박 의원과 현철씨가 각각 대구 달성과 경남 거제의 지역구 선거에 나선 반면, 김 의원은 부친의 지역구를 내놓고 비례대표로 방향을 잡았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부친인 조병옥 박사에 이어 야당 대표를 하고 있는데, 침몰하는 민주당호를 구하기 위해 사즉생(死卽生)의 심정으로 지역구(서울 강북을)를 떠나 대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의원은 부친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 제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선 때인 2002년 ‘국민통합 21’이라는 신당을 창당, 대선후보로 나섰으나 ‘후보단일화’에 패배, 꿈을 접어야 했다. 정 의원은 현대 왕국이라는 지역구(울산 동구)에서 5선에 도전하지만 예전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열린우리당 김한길 전 의원(서울 구로 을 출마)은 71년 제7대 대통령선거에 통일사회당 후보로 나선 고 김철씨의 아들이고, 유한열 한나라당 의원의 부친은 70년 신민당 총재를 지낸 유진산씨다. 유 의원은 비례대표를 신청한 상태.

- 지역구 3대 대물림, 성공여부에 주목

현역 의원 중에는 부친으로부터 ‘대물림’을 한 이들이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의 부친은 정일형 전 신민당 대표권한대행으로 서울 중구에서 50년 2대 총선 이후 9대까지 내리 8선을 기록했고, 정 의원도 77년 9대 보궐선거 당선 이후 5선(9ㆍ10ㆍ13ㆍ14ㆍ16)을 했다. 지난 15일에는 정 의원의 장남인 호준씨가 이 지역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공천돼 헌정 사상 첫 3대 국회의원 집안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미국 유학 중 부친인 고 남평우 전 의원의 유지를 받들어 귀국, 부친의 지역구인 수원 팔달을 물려받아 15대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자민련 정우택 의원(충북 진천ㆍ괴산ㆍ음성)은 자유당 때 농림부 장관과 5선을 지낸 고 정운갑 전 의원의 아들로, 14대 총선 때 통일국민당 소속으로 출마해 고배를 마셨지만 15ㆍ16대 총선에서 자민련으로 출마해 재선 고지에 올랐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ㆍ연기)은 내무부장관과 6선을 지낸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로 95년 3월 자민련 창당 때 ‘젊은 피 1호’로 영입됐다. 이번 총선서 재선 고지에 오를 경우 ‘포스트 JP’ 후보군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부자 동시 지역구 출마

전ㆍ현직 중진의원 2세의 도전도 주목거리다. 민주당 김상현ㆍ영호 부자(父子)는 각각 광주 북갑과 서울 서대문갑에 공천이 확정돼 총선 사상 처음으로 부자가 동시에 지역구에 출마한다. 김상현 의원은 서대문 갑에서 6대 때 당선돼 4선을 했지만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명단에 올라 공천을 받지 못했고, 대신 아들인 김영호씨가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중재 전 의원의 아들인 이종구 전 금융감독원 감사가 최병렬 대표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남 갑 후보로 공천됐고, 정재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문헌 후보는 부친의 지역구인 강원 속초ㆍ고성ㆍ양양에서 출마한다.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인 열린우리당 노웅래 후보는 부친이 시의원(2회), 국회의원(5회), 구청장(2회) 등 30년간 닦아놓은 서울 마포 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총선에는 2세 정치인 뿐만 아니라 형제, 전ㆍ현직 의원의 사위ㆍ며느리 등이 출마하는 이색 ‘가문’도 있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과 김두수 전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형제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각각 경남 남해ㆍ하동과 경기 고양 일산 을에 출마한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전 장관은 법무장관과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을 지낸 4선의 박희태 의원과 상징적인 빅매치를 갖는다. 동생인 두수씨는 한때 한나라당 저격수 역할을 했던 김영선 의원과의 승부가 관심거리다.

한나라당에서는 홍문표 전 사무부총장과 홍일표 변호사 형제가 충남 홍성ㆍ예산과 인천 남갑의 출마자로 확정됐다. 홍 전 부총장은 한나라당의 숨은 살림꾼으로 홍성에서 두 차례 격돌한 바 있는 같은 당 이완구 의원이 불출마함에 따라 공천이 확정됐다. 예산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최근 이 지역에 영향력이 있는 이회창 전 총재의 지원을 약속받아 총선을 낙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동생인 홍일표 변호사는 현역인 민봉기 의원을 제치고 후보로 확정돼 민주당 정호선 전 의원, 우리당 유필우 전 석탄공사사장과의 3파전이 예상된다.

- 당 간판 달리한 형제

최진(민주당, 광주북을)ㆍ최성(열린우리당, 경기 고양 일산을) 형제는 운명이 엇갈렸다. 동생인 최성 전 청와대 행정관은 권오갑 전 과기부 차관을 물리치고 공천을 받았으나 최진 전 청와대 행정관은 고배를 들었다.(단, 공천 절차상의 문제로 재심 대상 지역구로 분류됨)

고 김윤환(허주) 전 의원의 동생인 김태환 한나라당 경북지부 부위원장은 경북 구미 을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인 추병직 전 건교부 차관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는 김태기 단국대 교수(서울 성동을)는 임태희 의원의 동서이자 권익현 전 의원의 사위이고, 윤상현 변호사(인천 남을)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위다.

여성 후보 중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을 제치고 서울 서초갑에 공천이 확정된 이혜훈 연세대 연구교수는 고 김태호 의원의 며느리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긴 안성에 출마하는 김선미 전 중앙위원은 고 심규섭 전 의원(민주당)의 부인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이곳 터줏대감인 4선의 이해구 의원(한나라당)에게 패해 이번 총선은 복수전이 되는 셈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3-23 20:51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