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보선… 우리당 vs 한나라당 '올인' 제2라운드"전국정당 그림 완성" "당 운명 건 방어"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끝나지 않은 PK 혈투, 이젠 6월 대첩이다
6·5 재·보선… 우리당 vs 한나라당 '올인' 제2라운드
"전국정당 그림 완성" "당 운명 건 방어"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PK(부산ㆍ경남) 헤게모니를 잡아라.’

한나라당 아성인 PK 지역에 또 다시 소리 없는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4ㆍ15 총선에서 격렬한 ‘낙동강 전투’를 벌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6월5일 실시되는 대규모 재ㆍ보궐 선거를 앞두고 ‘준 전시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양당은 이번 선거를 ‘PK 혈투 제2라운드’로 간주하고 총선에 못지 않는 올인(Aii-in) 경쟁에 나설 게 분명하다.

6ㆍ5 재ㆍ보선은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등 광역단체장 2곳과 기초단체장 18곳, 광역의원 34곳, 기초의원 45곳으로 모두 100여개 선거구에 달한다. 정치권은 자연히 17대 총선의 피로를 씻어낼 겨를도 없이 ‘미니 총선’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부산ㆍ경남의 광역단체장 자리를 놓고 펼쳐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도전과 응전에 모아진다. 아울러 해운대 구청장과 창원ㆍ양산 시장 등 기초단체장과 김해ㆍ마산ㆍ통영 지역의 광역의원을 뽑는 재ㆍ보선도 관심이다.

- 열린우리당,“PK 성문을 열어라”

이번 선거는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수를 점하는 1당을 차지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PK에서 압승한 17대 총선 결과를 토대로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PK 지역만 놓고 보자면 이번 재ㆍ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설욕을, 한나라당은 자존심을 건 수성을 다짐하며 일합(一合)을 겨룰 수밖에 없다.

먼저 전국 정당화를 지상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여권으로서는 4ㆍ15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재 올인’ 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7대 총선에서 영남 지역의 높은 벽을 실감은 했지만 결코 못 넘을 벽도 아니라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이번 총선 결과 부산과 경남에서 각각 33.7%, 31.7%의 비교적 높은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 그런 대로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구에서는 부산과 경남을 합해 35개 의석 중 3석을 얻는데 그쳤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PK 지역에서 그나마 전국 정당화의 교두보를 마련했지만, PK 공략을 위해 올인한 것에 비하면 그리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다.

자연히 여권으로서는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은 PK의 두 광역단체장 쟁탈에 사력을 다할 태세다.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 때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에서 성 외곽 일부를 무너뜨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성문을 열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집요한 PK 공략작전은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동시에 한나라당을 일정 부분 무력화 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노무현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수행과 2007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포석에 다름 아니다. 대구ㆍ경북(TK)과 함께 지역적으로 한나라당 지지기반의 두 축을 형성하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느슨한 PK 울타리를 무너뜨림으로써 정치적으로 확실한 헤게모니를 장악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6ㆍ5 재ㆍ보선을 통해 열린우리당이 전국 정당의 모습을 완성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 같은 맥락과 무관치 않다. 총선 이후 노 대통령을 만난 열린우리당의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은 ‘이번에 영남지역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변화가 있었으며 6월 재보선에서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 한나라당,“이번에 지면 희망이 없다”

한나라당은 당초 당 소속 단체장이었던 만큼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의원과 당선자로부터 “이번에는 우리가 올인 하겠다”는 말이 거침없이 나오는 것이 이런 분위기를 웅변한다. 17대 총선에서의 ‘PK 좌절’을 만회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입장과 달리, 한나라당은 원내 1당 자리를 빼앗긴 자존심을 이번 재ㆍ보선에서 회복하겠다는 각오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PK 지역에서 총선을 비교적 무난히 선방했다고 자평하면서도, 노 대통령의 노골적인 영남권 공들이기 전술과 열린우리당의 거침없는 협공에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부산 출신의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이번 재ㆍ보선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선거”라면서 “양당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杉? 17대 총선 전만 하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할 상황에서 ‘박근혜 신드롬’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가까스로 불안한 방어를 했다는 점과 함께,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이 지역 정서가 과거처럼 결코 안심할 상황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경남 출신의 한 핵심 당직자는 “당의 명운을 걸고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여권이 17대 총선을 통해 PK 지역에 ‘노란 깃발’ 3개를 꽂은 데 만족하지 않고 확실한 교두보 확보를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위기감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당직자는 더 나아가 “한나라당이 17대 총선에서 영남권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 패배한 만큼, 크든 작든 ‘PK 성문’에 금이 갈 경우 차기 대선 등 향후 정치적 싸움에서 대책 없이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런 연장선상에서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 탄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국무총리 설까지 퍼뜨리며 예우를 갖춰 영입한 김 전 지사가 이번 총선에서 두드러진 ‘PK 성적표’를 작성하지 못한 만큼, 이번 재ㆍ보선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권내 PK지역 좌장 역할을 맡으면서 내심 대권의 꿈을 품고 있는 김 전 지사 입장에서는 이번 재ㆍ보선의 야전사령관(지방선거 선대위원장)을 맡은 상황에서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지 못할 경우 향후 여권내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위축됨은 물론, 심한 경우 ‘용도폐기’ 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인지 김 전 지사는 경쟁력 있는 외부 영입인사 발굴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누가 나오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선대위를 구성하고 공천방식과 일정 등을 마련하면서 후보 물색에 나서는 등 6ㆍ5 재ㆍ보선을 위한 전열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당의 대리전에 나설 후보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산시장의 경우 열린우리당에선 이미 공천경쟁에 뛰어든 노기태 부산상공회의소 상임부회장을 필두로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 김칠두 산자부 차관, 정순택 전 부산시 교육감, 이태일 전 동아대 총장,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정길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진재 의원과 이미 부산시장을 지낸 정문화 의원, 충북도지사를 지낸 허태열 의원, 최재범 서울시 제2행정부시장 등이 거론된다. 오거돈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양당의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경남지사 후보는 양당 모두 군웅할거의 형국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장인태 경남지사 권한대행과 총선에서 아깝게 낙선한 정해주 전 통상산업부 장관, 김병로 진해시장, 공민배 전 창원시장, 권 욱 전 행자부 민방위본부장 등 7~8명이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권영상 변호사와 안병호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이미 선관위에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얼굴 알리기에 나선 가운데 하순봉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들과 함께 김용균, 이주영 의원과 김태호 거창군수, 하영제 남해군수, 이상조 밀양시장, 송은복 김해시장, 황철곤 마산시장 등도 거론되는 등 10여명이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당 모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낙선한 인사 등은 배제하려는 분위기여서 외부에서 영입되는 의외의 인사들이 맞붙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초여름 정국을 더욱 뜨겁게 달구게 될 ‘PK 대첩’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김성호 기자


입력시간 : 2004-04-27 17:07


김성호 기자 shkim@hk.co.kr